바둑쪽에서 무협용어들이 유난히 많이 쓰이는 것 같은데... 무협지에 보면 정확히는 기억 안나나 강호에서 조심해야 할 인물 셋이 있단다. 바로 노인과 여자와 거지라는데 그럴싸한 금언 같다. 겉으론 약해보이지만 실은 강자가 위장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경구로써 방심낭패, 경적필패란 승부철학일 것이다.
또한 무인이라면 약자에게 겸손해야 된다는 도덕적인 가르침도 섞였을까?
헌데... 무협지에선 내공(內功)이란 것이 승패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수가 많다. 아무리 절초 기초의 소유자라 해도 내공이 뒷받침 안 되면 공허한 헛손질에 불과하다. 외공(外功)도 간간 다루어지지만 내공의 중요성이나 절대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아무리 초식을 몰라도 내공만 있으면 천하장사다.
대강.. 조식호흡으로 천지간의 기운을 흡수해 단전에 축적한다는 소위 운기토납의 결과물이 내공인 것 같다. 하루이틀로는 흔적도 없어 최소 십년이십년 이상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세월동안 수련해야 한댄다. 일이갑자의 공력소유자도 드물지 않아서 강호인들은 대개 늙을수록 약해지긴 커녕 오히려 고강해진다. 특이한 것은 내공의 높고 낮음은 인품이나 인격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점이다.
어쨌든 약관도 안 된 주인공이 상승장군이 되려면 그놈의 내공이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십년공력도 없어놓으니 온갖 편법이 동원된다. 용가리의 내단이나 우담바라 열매거나 신석기시대에 발아한 산삼뿌리를 캐먹으면 일거에 내공이 일이갑자가 되는 식이다.
기연도 식상해지다 보니 사부나 절세마두가 순식간에 스스로의 내공을 몽땅 다운로드해주고 죽기도 한다. 벼락의 파워를 흡수하는 기연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허황한 무협지지만 그런 벼락출세?들이 횡행하면 그때부터는 내공이 진정한 내공이 아니게 되고 만다.
氣功의 일종일 내공은 수많은 비결,설명과 수련방법이 거론되지만 그 실체는 매우 애매한 것 같다. 내기공의 효능은 초능력으로까지 보일 정도인데...진짜 그런 식의 내공이란 게 있다면 중국무술인들이 올림픽 메달을 싹쓸이 해버릴 것인데...역시 중국 특유의 과장된 허풍이 아닌가 싶다.
혹여 기공 매니아가 본다면 펄쩍 뛰겠으나 육체나 정신건강에 조금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 정성에 비해 너무 비효율적이고 석연치 못한 것 같다.
여하간 내 나름으로 해석하건대 내공이란 타고난 정력(精力+定力)일지..경험과 연륜에 의거한 힘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내면의 공부를 내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나아가 더 알기 쉽게 정신력이 바로 내공이다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청년의 행패에 노인네가 도망가서 경찰에 신고 체포케 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내공의 고급한 응용일지 모른다(말되나?). 우리 남자들은 겉으론 지지만 실은 이기는...살을 내주고 뼈를 녹이는(생각해보니 야하네) 여성들의 극강한 내공에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삼켰던가^ㅜ 평생 놀고먹으며 자존심이나 자부심이란 멍에마저 초월한 거지야 말로 입신직전의 고수일 수 있다. 그러니 현대강호에서도 당연 그들을 조심해야 되고 존중해야 마땅할 것 같다^
헌데 우리의 이세돌 9단은 내공이 있을까 없을까? 있어봐야 일이십년내공으로 보잘 것이 없을까? 그렇담 한때 강호의 태두였던 조훈현 9단은 지금쯤 내공이 반갑자나 일갑자쯤 되어있을까? 서9단은? 일본의 조9단은?
연륜이 깊을수록 내공은 높아질 텐데 왜 그들은 패하는 게 잦아진단 말인가?
혹시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거창한 화두를 깨우쳤단 말인가? 강호초출의 사기를 위해서 살신성인의 자비를 행하는 것일까? 갓 하산한 우물 안 개구리에게 쓴 맛도 못 보여주면서 누가 강호를 들먹인단 말인가?
아아~ 역시나 현대강호는 바야흐로 외공의 전성시대란 말인가? 고급한 내공 하나 없이 초식만으로도 충분한...싸구려 물리적 힘이 대세란 말인가?
바둑을 떠나 사회 어디를 둘러봐도 내공이 높다는 표징인...소위 태양혈이 불룩 튀어나온 인상을 가진 사람이 없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안철수무사도 내눈엔 별 내공이 없어보인다ㅜ도깨비도 어영부영 멸종하더니...이제는 내공마저 절전했는가 싶어............소슬해지는...겨울이다....
2011,12 바둑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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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년전에 쓴 낙서네요. 언젠가 여기 소개했던 것도 같은데 게시기록이 없어졌기로...ㅜ 내킨 김에 그해의 역사를 살펴보니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네요. 사실 그렇지 않은 해야 없겠지만... 3월엔 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었고! 5월엔 빈라덴이 사살당했고! 10월엔 스티브잡스가 죽었고! 리비아 카다피가 죽었고! 12월엔 북한 김정일까지 죽었다니!!
세계 9번째로 한국무역량이 1조달러를 넘겼고, 여러 종편방송들이 시작되었고...
2012년의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은 요즘과 똑같은가?...하여간 안철수씨...그때만 해도 유력한 샛별이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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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