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을 갖춘 우리들은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는 동안 나의 가슴은 자부심으로 한 가득 채워졌다.
이 나라를 돕는 의용군으로서 참전하는 것이다.
6.25 때 한국전에 참전한 16개국의 군인들도 부산항에 입항할 때 이와 똑 같은 자부심을 가졌으리라.
우크라이나의 셰게니 검문소를 통과한 우리들 앞에는 군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군용차는 우리들을 인근의 야보리우 군사기지로 데려다 주었다.
군사기지 안은 세계에서 온 의용군들로 넘쳐났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라의 군인들이었다.
모두들 한가락할만한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들이었다.
우리는 그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우리가 누구인가? 일당백의 자랑스러운 대한의 특수부대원 출신이 아닌가?
서약서를 쓰고, 간단한 우크라이나 말을 배웠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았으므로 필수적인 우크라이나 언어는 꼭 배워야했다.
이틀 동안 기본적인 것을 배운 우리들은 곧 바로 전선에 투입되었다.
적이 수도인 키이우를 공격하려고 한다는 첩보를 받았기 때문에 서둘러 키이우를 방어하기 위하여 이동해야했다.
국경에서 키이우로 가는 길은 무척 멀었다.
끝없는 평원을 자동차로 달리었다.
이 먼 길을 달리다 보니 대한민국이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가 실감이 났다.
이 넓은 나라도 순식간에 점령이 될 판인데 작디작은 대한민국은 만약 나라가 약하다면 얼마나 쉽게 점령이 될 것인가?
키이우에 거의 다다랐을 때 전쟁의 상흔이 보이기 시작했다.
폭격을 받은 건물들이 검게 타서 무너져 있었다.
그 중에는 아파트들도 많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폭탄이 떨어졌을 것이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단순히 불만 나더라도 검은 연기에 쫓겨서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폭격을 받았다니! 폭탄이 터지는 소리는 영화에서 보고 듣는 그런 모습과 소리와는 완전히 딴 판이다.
단순한 총소리만 해도 그렇다.
공기를 찢어가며 날아가는 총소리는 듣는 사람의 간을 졸이고 귀를 먹먹하게 한다.
날아가는 총소리를 듣는 순간 일반인들은 혼이 반쯤은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 집에서 폭탄이 터진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큰 지옥 같은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부러운 나라이다.
아이언 돔이라고 하는 방공망이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모조리 격추시킨다니 시민들은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겠는가?
만약 우크라이나에 그런 방공망이 갖추어졌었다면 애당초 전쟁은 시작도 되지 않았으리라!
적의 이차 침공에 대처하기위하여 키이우의 외각인 이르핀으로 향했다.
전장으로 다가갈수록 가슴이 떨려왔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훈련 상황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다.
도로 옆의 건물들이 많이 파괴되었고, 도로에는 우크라이나의 대전차포인 MT-12R의 파괴된 잔해가 즐비했다.
러시아의 탱크인 T-72의 잔해도 보였다.
서로 간에 치열한 포격전이 전개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임무는 우크라이나 보병들과 합세하여 대전차부대인 미국의용군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 전에 먼저 시가지에 침투한 적의 특공대부터 섬멸해야했다.
적의 저격병과 특공대들이 도로 옆의 건물들에 은신해있다는 첩보가 들어온 탓이었다.
첫 건물에 들어설 때가 최고조로 긴장된 상태였다.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태였다.
건물의 꼭대기에서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총소리를 듣고 나서야 긴장에서 해방되는 것이 느껴졌다.
바닥에 튀는 파편을 보니 정신이 번쩍 났다.
그리고 몸은 훈련된 대로 자동적으로 반응하였다.
적이 일찍 총을 발사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적들도 실전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아니면 담력이 약한지 우리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총을 난사한 것이었다.
침착하게 우리를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총을 쏘았다면 아마도 우리들은 큰 피해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첫 건물에서 부상자 한명도 없이 적을 격퇴시키었다.
이어서 다음 건물로 진입했고, 얼마 안가서 우리의 작전 구역 내에 들어있는 건물들을 모두 확보하였다.
대전차부대인 미국의용군들은 15명이었다.
그들은 세 명씩 5개조로 나뉘어 길옆에 은신했다.
무반동포 모양의 통들을 짊어지고 있었다.
단순한 통에 정교해 보이는 부속장치들이 붙어있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그 무기는 FGM-148 재블린 이라고 하였다.
대전차 의용군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모두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서로 잡담을 나누거나 웃거나 하였다.
곧 이어 적의 탱크들이 들이닥칠 텐데 저렇게 태평하게 있어도 되는 건가?
우크라이나의 대전차포가 파괴된 모습을 많이 본 우리들은 매우 불안하였다.
그들과 떨어진 곳의 단단해 보이는 엄폐물 뒤에서 우리들은 그들을 지켜보았다.
지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러시아의 탱크들이 돌입한다는 신호였다.
나타난 탱크들을 보고 우리는 기겁을 하였다.
탱크들은 T-72가 아니고 보다 최신식인 T-80 BVM이었다.
온 몸이 오싹하였다.
“아,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몸을 바짝 웅크렸다.
접근하는 탱크들의 소리는 점점 커져왔다.
“아니, 대전차포를 쏘지 않고 무엇하고 있는 것인가?”
고개를 들어 용병들을 보니 그들은 그제야 긴장들을 하고 포를 겨누고 있었다.
적의 첫 탱크가 최대한 우리 쪽으로 접근했을 때 대전차포들이 불을 뿜었다.
흰 끈 같은 연기가 길게 끌리며 적의 탱크들에 명중하였다.
순식간에 눈앞에 보이던 적의 탱크 7대가 불덩이가 되었다.
도저히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렇게 단순해 보이는 저 무기가 그렇게도 위력이 크단 말인가?
대전차의용군들이 긴장하지 않고 여유 만만해 하던 모습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역시 고수들이었다.
절대 당황하지 않고, 적을 최대한 끌어들여서 일거에 박살을 내버린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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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