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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가을날
2026-10-25 오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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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저토록 무르익어
나무마다 열매를 맺는데
나는 무엇 하나 남긴 것 없이
빈손으로 서 있네
푸르던 꿈도 꽃이던 날도
바람처럼 지나가고
뒤돌아본 내 지난 세월엔
낙엽만 쌓여 있네
남들은 저마다 열매를 안고
풍요로운 길을 가는데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저무는 하늘만 바라보네
아, 부끄러운 가을날
내게는 맺은 열매 하나 없는데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무엇을 남기려 했는지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면
남은 날에 씨앗 하나 심으리
누군가의 마음에 꽃이 된다면
내 삶도 헛되진 않으리
찬 바람이 낙엽을 흔들고
빈 가지 홀로 서 있어도
겨울을 견딘 저 나무처럼
다시 봄을 기다리네
지나간 날은 돌아오지 않아도
남은 날은 내 것이기에
작은 사랑 하나라도 남기며
조용히 살아가리
아, 부끄러운 가을날
내게는 맺은 열매 하나 없지만
지나온 세월 탓하지 않고
남은 삶을 다시 품으리
아직 내 가슴에 불씨 하나
꺼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마지막 계절 저무는 날까지
누군가의 따뜻한 사람이 되리
열매 없이 저무는 나무도
하늘을 향한 기도는 있듯이
내 인생의 마지막 가을에도
작은 씨앗 하나 심으리
그 씨앗 꽃으로 피어나는 날
그때는 웃으며 말하리
빈손으로 온 이 가을도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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