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우리 고양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인간의 음식을 탐했다.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서 먹는 인간의 음식은 맛과 부드러움이 날것으로 먹는 음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개가 인간들과 함께 사는 것을 본 우리 조상들도 기원전 5천년 이전부터 인간의 음식을 탐했고, 그 맛에 이끌려 인간들과 살게 되었다.
개가 인간의 가축들을 지켜주고, 때로는 인간의 음식마저 되며 인간들의 음식을 나눠먹는 동안, 우리 조상들은 인간의 곡식을 먹는 쥐를 잡아먹고 몰아내주며 인간의 음식을 나눴다.
인간의 음식을 나눠 먹게 되자, 우리들의 뇌도 활성화 되어, 어느덧 인간들처럼 두뇌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 점이 우리가 개와 다르게 된 차이점이다.
두뇌를 사용하게 된 우리 조상들은 우리 고양이의 몸에 기생하는 톡소포자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를 조종해 최종 숙주의 목적지인 우리의 뱃속에 들어오는 경로를 이해했다.
수천 년을 우리 몸에 기생하는 저 끔찍한 기생충,,,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현명했다.
900여 년 전에 우리 조상들은 우리 종족을 구해낼 대 발견을 해냈다.
나는 지금도 가끔씩 그 시절의 우리 조상에게 경외심을 가지고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
그 몸서리 쳐지는 톡소포자충에게서 휴머져엄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 휴머져엄도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를 조정하는 것처럼 인간의 뇌를 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톡소포자충이 숙주인 우리 고양이를 안전하게 살도록 숙주를 보호하는 바이러스를 생장시켜 내고 있었던 것이다.
쥐를 이용해 최종 숙주에 도달하고, 자신의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의 뇌를 조종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이 놀라운 생물 톡소포자충!
이쯤 되면 톡소포자충은 우리 몸에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을 하는 것이다.
오,,,,이 경이로움!!
톡소포자충이 생장시키는 바이러스 휴머저엄은 우리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다.
우리가 그루밍 즉 몸단장을 할 때 우리는 몸 구석구석을 핥는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휴머저엄이 우리의 입에 남아있게 된다.
우리는 집사들이 우리에 대한 보살핌이 만족스러울 때, 집사의 손을 핥아준다.
집사들이 무척 좋아하는 우리들의 이 서비스는, 그러나 집사들이 무심코 우리가 핥아준 그 손으로 그들의 눈을 부비는 순간, 휴머저엄은 눈을 통해서 그들의 뇌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집사들의 뇌에 도착한 바이러스 휴머져엄은 인간의 뇌를 자극해 우리 고양이를 자신들보다 소중한 존재로 여기도록 조종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메카니즘을 알아낸 것이다.
그 휴머져엄을 발견해낸 조상들은 유목민 오구조족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조상들께서 인간의 머리에 휴머져엄을 감염시켰기에 유목민들에게서 조차 극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개와는 달리 양떼를 돌보지도 못하고, 개와는 달리 비상시에 식량도 되어주지 못하는 보잘 것 없는 고양이를, 유목민들이 극진하게 보살피며 동행할 이유가 없었다.
오로지 조상들이 인간의 뇌에 감염시켜 놓은 휴머져엄 덕택이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위대한 우리 고양이들은 오늘도 이렇게 개와는 비교되지 않는 집사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집사를 부리며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 종족들만이 아는 일급비밀이다.
할딱이가 이 사실을 알면 놀라 뒤집어질 일이다.
그러나 할딱이는 알아도 따라할 수가 없다.
개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고, 알아도 모방할 수 없는 우리 종족의 비법이다.
이제 잠잘 시간이다.
향미는 잠자기 전에 내게 인사를 하고 싶어 한다.
나는 군침 도는 간식을 내주는 정성이 기특해서 앞발을 한번 집사의 손에 건넸다.
향미는 자지러지게 좋아하며 나를 안고 침대에서 뒹군다.
‘얘가 너무 오버 하는군!’
내 감정과 상관없이 집사는 나를 안고 자고 싶은 것 같았다.
나는 슬며시 몸을 뺐다.
향미는 아쉬운 듯이 내게 말했다.
“냥느,,,,잘자!”
이 광경을 보던 할딱이가 기회를 놓칠세라 침대로 펄쩍 뛰어 올라갔다.
나는 귀찮은데 할딱이는 내 집사랑 자는 게 좋은 것 같다.
향미가 안아주자 핥고 부비고 난리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따뜻한 곳을 찾아가서 잠을 청했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밤은 왜 그렇게도 짧은지, 나는 아직도 잠이 덜 깼는데, 할딱이는 출근 준비하는 향미 곁에서 열심히 맴돌고 있다.
집사는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고 있었다.
손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푸드 트리를 들고 있다.
저거 하나면 내가 하루 종일 먹고 놀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아이템이다.
나는 느릿하게 걸어서 집사에게 다가갔다.
집사는 내 눈앞에 푸드 트리를 흔들며, 자랑스럽게 나를 바라본다.
나는 향미의 다리에 내 머리를 한번 쓰윽 부벼줬다.
향미의 눈에서 나를 향한 애정이 뚝뚝 떨어진다.
“냥느! 잘 잤어? 나 회사 다녀올 동안 잘 놀고 있어”
‘응! 알았다, 집사야. 얼른 나가봐’
할딱이도 향미 주변을 맴돌고 있다.
눈길 한번만이라도 받고 싶어 하는 애절함이 간절하게 나타나는데, 집사는 할딱이 머리 한번 쓱 쓰다듬고 부리나케 나가버렸다.
할딱이의 눈에 서운함이 가득하다.
몇 년째 매일 아침마다 겪는 일인데도, 할딱이는 적응이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할딱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행동으로 서로 충분하게 의사 표현을 한다.
인간들이 하는 수화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너는 향미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니?’
‘내가 오기로 그런다. 너한테는 그렇게 간절하게 하면서 재는 왜 그렇게 내게는 매정한거냐’
‘하하하! 너 정말로 열받았구나. 향미한테 감히 쟤라고 하다니,,,큭큭’
‘놀리지 마라. 나 지금 네게 놀림 받을 기분 아니다’
나는 더 이상 할딱이를 놀리지 않았다.
집사가 없을 때 할딱이랑 다투면 하루 종일 피곤하다.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이다.
향미가 주고 간 푸드 트리를 먹다가 배부르고 따뜻해서 나는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