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 세계는 형상 (shape, form) 과 질료 (material, content) 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형상은 겉 모습 혹는 껍데기를 말하는 것이고, 질료는 알맹이 혹은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계를 자연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로 나누어볼 때, 자연의 세계에서는 형상과 질료는 항상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연의 세계에서는, 동시적인 듯 아닌 듯, 질료가 결정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상도 결정된다. 그렇기에 자연의 세계에서는 질료가 형상보다 더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연의 세계와는 달리, 인간의 세계에서는 형상 (겉 모습 혹은 껍데기) 과 질료 (알맹이)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세계에서는 형상과 질료 가운데서 형상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사람의 겉 모습, 외모가 그의 마음 혹은 실력보다 더 우선이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함을 볼 수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미스 코리아, 미스 아메리카, 미스 유니버스 등과 같은 미인 대회이다. 미인 대회 에 출전하여 제1 미인이 되기 위하여 이제 성형 수술 (plastic surgery, cosmetic surgery) 을 하는 것은 필수 과정이다. 여기서 제1 미인이 된다는 것은 최고급 부자들 혹은 권력자들에 속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젊은 여자들이 미인 대회와 관계없이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성형 수술을 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이긴 하지만. 여자의 성형 수술은 본능적으로 시각에 약한 남자를 호리는 일종의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폐지되었다고 들었는데, 혼인 빙자 간음죄 처럼 남자가 자신의 신분을 과장, 뻥튀기하여 본능적으로 청각에 약한 여자를 후려치는 것이 그러하듯.
인간의 세계에서, 이런 겉 모습과 알맹이의 관계, 즉 형상과 질료의 관계 (hylomorphic) 는 실물 이외에,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있다. 즉, 인간의 언어에도 형상 (겉 모습) 과 질료 (알맹이 혹은 내용)의 관계가 있다.
처음 만나는, 한국 말을 잘 하는, 사람에게 대뜸 "C8"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듣는 사람은 기분 나빠한다. 그러나 한국 말을 못하는 사람에게 첫 마디로 "C8" 이라는 말을 해도 그 사람은, 의아하긴 하겠지만,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알아듣지 못하니까.
여기서, "C8" 의 형상 (겉 모습) 은 "C8" 이라는 소리의 파장, 즉, 주파수 (헤르츠, hertz) 이고, 그 안에 담긴 질료 (내용) 는 상대방 모욕이다. 한국 말을 못하는 사람은 그 안에 담긴 질료 (내용), 즉, 나를 모욕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기분 나빠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에, 질료 (내용) 는 따져보지 않고, 오직 형상 혹은 형식, 즉, 겉 모습만을 따져보는 것을 형식 논리 라고 하겠다. 요즘, 2021년 11월 또 12월 쯤, 어쩌면 내년 2022년 대선일 3월 9일까지,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준석이가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 줄여서 "핵관" 이라는 말은 여러 번 사용했는데 이게 회자되고 있고 또 될 듯 하다.
이 "핵관" 이라는 단어에 형식 논리 를 적용해 본다. 지금 확실히 기억하기는 어려운데, 언젠가 어느 매체에서, 이준석이도 "뜨거운 냉 커피" 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이 말은 "형용 모순의 말이다" 라고 했었던 듯 하다. (진중권이가, 혹은 또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
이런 것에, 이미 여러 번 사용된 바 있었는데, "둥근 사각형" 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둥근" 과 "각 (모난)" 이라는 것은 동시에 앞뒤로 조합될 수가 없다. 마치, 이미 말한, "뜨거운" 과 "차거운 (냉)" 이 동시에 앞뒤로 조합될 수 없듯이.
"핵관" 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핵 (核)" 이라는 것은 한 개의 씨 혹은 하나의 중심을 뜻하는 것이다. "관 (關)" 은 "관계자 (關係者)" 를 줄인 말이니까 (본인이 아닌) "주변인"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둥근" 과 "모난 (각)" 그리고 "뜨거운" 과 "차거운 (냉)" 이 서로 동시에 조합될 수 없듯이, "관" 은 중심이 아니어서 "핵"과 동시에 조합될 수가 없다.
그러니, 인위적인 조어 (調語) "핵관" 은 형용 모순 이 되기에 동시에 앞뒤로 조합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인위적인 조어는 형식 논리에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