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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세상에 희망은 있더라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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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새벽을 여는 詩想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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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세상에 희망은 있더라
2009-12-01 오후 8:15 조회 3967추천 18   프린트스크랩
▲ 만사태평일 때 神은 멀리 있지만 위태로움 앞에서 神은 그 무엇보다 간절함의 대상이다.

 

죽다 살아난 세상에 희망은 있더라

 


 

무릇 세상은 선과 악 혹은 정의와 이기주의의 두 바퀴를 가진 손수레인지도 모른다. 그런지도 모르고 착한 사람들이 양쪽의 바퀴에 애써 선과 정의를 전부 장착하려는 괜한 수고를 범하며 헛되게 노력하는 건 아닌지 가끔 두려워진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되짚어 보더라도 인간이 상상하는 유토피아에 견줄만한 세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가끔 허탈해지곤 한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조금만 나태하면 악과 이기주의가 세상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도한 언론플레이로 세상을 다스리려 한 현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선택의 여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청와대가 자신들이 펼친 우산 바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어려움들을 결코 보려고도 해결해 주려고도 하지 않았음은 전국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서민들의 신음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에게 행복을 주려고 노력해야 할 행정부가 정말 무책임한 탁상공론의 정수만 보여주니 너무나 속이 상해서 피를 토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뒤늦게 철든 듯 움직이는 MB의 갑작스런 서민정책 행보가 뭔가 개운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그의 행보가 보여주기 위한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반드시 지속적이고 진실한 것이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과천선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가을이 만드는 음양의 섭리, 스쳐 지나는 듯한 거리의 단순한 풍광마저 한 템포 쉬라고 충고한다. 지금까지 겪어온 명절 가운데 이번 한가위는 내게 가장 어렵고 아픈 시간이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과의 만남 덕분에 세상사 어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으니 얼마다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장남인 나에게 명절은 진정한 휴식이 될 수 없다. 내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미루고 미루던 산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백운산장이든 비박이든 산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계획을 세워 압축메트와 침낭과 도시락 두 개를 가져가기로 한다.

 

10월7일 새벽 잠자리에서 일어나 밥을 앉히고 도시락에 반찬을 싸기 시작한다. 냉동실에 잊혀진 채 있었던 마른 오징어를 전날 밤 물에 불렸다가 간장과 마늘과 올리고당을 넣어 직접 졸여 만든 마른 반찬과 잘 익은 깍두기와 마늘장아찌를 칸칸이 담는다. 다 된 밥을 퍼서 식히는 동안 세면을 한다. 모처럼의 단독산행에서 나만을 위한 도시락을 직접 싸본 적은 처음이다. 한창 산을 다니던 시절에는 산장에 가서 직접 취사해 먹거나 끓인 물을 담은 보온병을 가져가 컵라면을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출근 준비하던 아내가 "웬일이셔, 안 하던 일을 하시네. 잘 다녀와요!" 라고 한다.

 


 

부러진 창살에서마저 가을은 예술의 냄새를 맡게 한다. 하얀 것은 늘 특별한 느낌을 준다.

 

백석역, 수서행 지하철이 도착했다.

내리는 사람들과 타는 사람들.

눈 감은 사람들과 눈 뜬 사람들.

앉아 있는 사람들과 서 있는 사람들.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책을 읽는 사람들.

 

열차가 굉음을 울리며 지하에서 지상으로 빠져 나가자 충분히 환했다고 여겼던 실내등을 무색하게 만드는 엄청난 가을빛이 눈부신 열정으로 들이닥친다. 그 기세에 눌렸을까? 생각이 많던 나는 구파발에서 내리지 못하고 두 정거장이나 지나친 불광역에서 내려야 했다.

 


 

때로는 색감이 주는 아름다움만으로도 내면의 감성을 길들일 수 있다. 아무리 단속해도 빠져 나오는 충동성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도 한다.

 

완벽한 망각이었든지 아니면 다시 버스로 갈아타기 싫어 구파발을 외면했든지 아무튼 나는 불광역에서 내려야 하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구기터널 방향 출구로 나와 정면에 보이는 벤치 위에 베낭을 잠시 내려 놓고는 오랜 시간 신발장에서 햇볕을 구경 못해 창백해진 등산화의 끈을 풀었다가 짱짱하게 조여 맨다.  왠지 모를 긴장감이 나에게 힘을 모아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처에 무모한 용기에 대한 즉흥성을 경고하는 경고가 도사리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경고의 의미를 잘 알면서도 무시한 채 살아간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부디 타산지석으로 삼아 필자 같이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평일날의 이른 아침 산행은 너무나 오랜만이라 거리의 한적함이 어색하다. 명절 전후의 날씨가 많이 달라져 맑은 하늘이지만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가끔 엇갈려 지나가는 행인의 스카프에서 계절의 체취를 맡는다. 상쾌한 쌀쌀함은 가을이 주는 보너스일 것이다. 
 


 

산책하듯이 걷던 인도에서 만난 해바라기가 반갑고 예쁘긴 하나 무척 고독해 보인다. 근사한 초록 드레스를 차려 입은 폼새가 도도한 노처녀의 느낌을 주는 것은 센 바람에도 의연한 성품 탓일 수도 있겠지만 완숙한 계절이 가져다 주는 느긋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새파란 하늘에 걸린 샛노란 액자가 새초롬한 가을처럼 선명하다.

 


 

창살 저 안쪽에도 생명체는 계절과 더불어 숨쉬고 있다. 창살 안이든 철조망 아래이든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굴레 언저리에서 끈질긴 자연의 생명력은 우리를 자주 놀래킨다. 햇볕이든 그늘이든 자연은 여름 옷을 벗고 가을 옷을 입는 중이다. 나 역시 반바지 대신 긴바지로 반팔이 아닌 긴팔로 갈아 입었으니까.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바람이 세차서 국기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건곤감리가 거꾸로 그려진 듯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바람이 저리 세니 어디선가 태풍이 움직이는가 보다.

 


 

홀로 가는 가을 산은 몇 년 만일까? 작년 이맘 때 아내와 북한산 비봉을 올랐던 기억 너머로 나홀로 산행의 흔적을 좀체 떠올리지 못한다. 도시의 아스팔트를 떠나 자연의 흙을 밟는 경계선, 고개를 받들지 않고는 저 앞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찬란한 가을 속의 자연은 얼핏 보면 인간과의 더부살이 같지만 결국 인간은 자연을 우러러 볼 수밖에 없다. 한 발 한 발 올라갈수록 숨은 가빠져도 도시는 어색하고 산은 자연스럽다.

 

사람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간절히 자연에 의지하려는 양면성을 갖고 살아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자연을 사랑하고 있을까? 나는 나의 건강을 위해서 혹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가 아닌 자연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의 진심을 정녕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죽어가는 고목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귀한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 인간이 나무처럼 죽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지에 잎을 피우지 못하고 서서히 말라가는 고목일지라도 고고한 성품과 향기를 품고 있다. 마치 깨달음의 상태로 열반에 들어선 큰스님 같다. 죽음을 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발버둥치는 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아킬레스건일 것이다. 그 치명적인 약점이 없었다면 절대다수의 인간들이 신에게서 등을 돌렸을 테니까!         (후편은 다음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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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09-12-01 오후 8:28: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등 방가요.^^

자세한 감상문은 후편을 마자보고...^^=  
돌부처쎈돌 항상 부지런하신 모습을 배우고 싶은데 천성이 게을러서 잘 안되나 봅니다. 늘 건강하시기를요^^
꽁꽁수 |  2009-12-01 오후 9:25: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상문 쓰기엔 너무도 초라한 나에모습 ..
그저 아 ! 글도 쓰는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아름답고 표현이 다르다는것만 감탄할뿐 ..
그나저나 나도 박 시인 보다 잘 하는것 있을까 ? 있겠죠 ㅎㅎ  
돌부처쎈돌 과분하신 말씀이십니다. 물론 꽁님이 저보다 잘 하시는 거 엄청 많지요...ㅎㅎ 일단 술과 입담에서 제가 확연히 밀리지 않을까요? ㅋㅋㅋ
내사랑미숙 |  2009-12-01 오후 9:26: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단 3등찍고 보쟈..  
꽁꽁수 모르면 찍어서라도 맞춰야함니다 ㅎ
돌부처쎈돌 일단 감사부터 드리고 보자^^
uzuro |  2009-12-01 오후 9:45: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민식님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정말 죽다 살아나신 듯~
저도 산행하다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후편에 올릴께요.^^  
돌부처쎈돌 우주로님이 무척 궁금합니다, 누구실까? 아무튼 감사합니다, 항상^^
이끼그늘 |  2009-12-01 오후 10:01: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자연을 사랑하고 있을까?..>

저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르다 보니...에휴!!!  
돌부처쎈돌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요^^
자객행 |  2009-12-02 오전 8:34: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날벌래 웅웅 날아다녀도
나 당신옆에 더 누워있고 싶어요.
모였던 사람들이 흝어질 시간이네요.
남들이 욕하겠어요.]
甘與子同夢.
시경의 한 꼭지구요. 나 당신옆에서 더 자고싶다는 이 멘트가 마음에 들어 꼬리글로 대신하네요^^*  
자객행 오늘 새벽은 일어나고 싶지 않군요. 늙었나??
돌부처쎈돌 저도 그런 면에서 무척 늙었나 봅니다, ㅎㅎㅎ^^
AKARI |  2009-12-02 오전 8:49: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듀근듀근 ~
후편을 ㅠㅠ  
돌부처쎈돌 ㅎㅎ 감사합니다, 아카리님^^
youngpan |  2009-12-02 오전 10:01: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산행이라..독산행..
자연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사진만 보아도 좋지요..
깨진 산하만 아니라면..  
돌부처쎈돌 우리 국토산하를 보존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꿈속의사랑 |  2009-12-02 오전 10:36:1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연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의 진심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돌부처쎈돌 감사합니다. 꿈속의사랑님^^
유프라테 |  2009-12-02 오후 12:10: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북한산은 개성이 있는듯...'나 북한산이야~'~

후편 기대됩니당~  
돌부처쎈돌 ㅎㅎㅎ...별거 없지만 그래도 기대해 주십시오^^
고수장사 |  2009-12-02 오후 8:47: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부럽습니다.  
돌부처쎈돌 고수장사님, 무엇이 부러우신지요?
당근돼지 |  2009-12-03 오전 10:53: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10여년전.......즐겨했던 북한산행
언젠가 다시 가볼날이 오리라 믿으며 .........감사 합니다.
 
돌부처쎈돌 언제 한번 함께 산행할 날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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