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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계의완의 맥점
2009-11-19 오후 4:53 조회 3797추천 16   프린트스크랩
▲ 이세돌이 빠진 세계대회는 확실히 심심하다.

입계의완의 맥점

 - 사업을 넓힐 때는 조화롭게  

 

오바마가 후진타오에게 바둑용품을 선물로 주었다는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보고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에 기대어 우리 이세돌의 깜짝 복귀를 고대하며

바둑계가 해묵은 쳇바퀴에서 벗어날까를 혹시나 하며 ^^

전설적인 홍콩의 영화배우 이소룡이 주연한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보면 적진에 침투할 때의 용의주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뿐한 차림에 뒷발을 들고 조심스럽게 침입하지만 일단 포착된 악당들을 전광석화처럼 제압하는 통쾌함은 전세계 팬들을 열광하게 한다. 어쩌면 모든 CEO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경영 스타일에 딱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리라. 완전무장을 한 람보나 코만도 스타일은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려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연코 ‘No!’라고 외치기 마련이다. 위험부터 감수해야 하는 그런 타입은 시작하기도 전에 경영자의 어깨에 이미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과 같다. 설령 상대를 제압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상처와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계의완(入界宜緩) - 入 들입, 界 지경계, 宜 마땅할의, 緩 천천히완.

새로운 영역이나 경쟁 진영에 들어갈 때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단순히 바둑격언 정도로 치부하기보다는 개인의 인생이나 기업의 미래와 연루하여 상당한 가르침이 되고도 남을 만하다.

당나라 현종 때의 인물인 왕적신(王積新)은 당대 바둑의 고수(高手)였다.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바둑을 두면서 매 판마다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오묘함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승패의 갈림길임을 체득하고, 실전체험에서 터득한 위기십결(圍棋十訣)을 만들어냈다. 입계의완은 왕적신의 위기십결 가운데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열 가지 묘책 가운데 가장 난해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입계의완이다.

왜 그럴까? 위기십결에서 제일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득탐승(不得貪勝)보다 왜 입계의완이 더 어렵고 보다 중요한 것인가?

승부에 집착하면 이기기 어려우니 마음을 비우라는 부득탐승은 마음 먹기 따라서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사업이나 스포츠나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할 때 좋은 결과가 많은 법이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그러나 입계의완은 새로운 사업이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그 타이밍과 속도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것이라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언제 뛰어들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어디부터 들어가야 하는지, 이것은 바둑에서도 제일 어려운 숙제이지만 우리네 인생이나 기업경영에서도 동일선상에 있다.

바둑에서 입계의완을 보다 쉬운 말로 대체하곤 하는데 형세 판단이 그것이다. 그 뜻은 차이가 있으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통하는 바, 형세판단이란 말이 자주 인용된다. 사업도 기본구조가 튼튼해야 하고 건물공사도 기초가 단단해야 하듯이 바둑 또한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포석이 잘 짜여야 향후 진행이 순조롭다. 포석단계가 지나면 어느 자리가 더 크고 중요한 자리인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 때부터가 참으로 어렵다. 이른바 형세판단이라고 하는 시점이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까닭에 형세 여하에 따라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반면 시종일관 피를 말리는 탓이다.

기업가나 정치가들이 바둑용어를 자주 인용하는 것은 그만큼 바둑의 변화와 오묘함이 삶의 역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때론 인생의 축소판, 때론 전쟁의 축소판이라 일컬어지는 바둑! 그 분야의 최고수는 시대마다 바뀌지만 변함 없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형세판단의 1인자라는 것이다.

세계 바둑 역사에서 1970~80년대의 조치훈, 조훈현, 1990년대~2005년까지의 이창호, 그 이후 현재의 이세돌까지 세계 바둑의 1인자들은 모두가 형세판단의 1인자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떤 이는 포석이 강하고 어떤 이는 끝내기가 강하다고 하는데 그와는 별개로 형세판단의 냉철함이 없이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 이들의 형세판단 능력을 기업경영에 응용할 수만 있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랴?

지켜야 할 때를 알고 공격해야 할 때를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둑이든 인생이든 사업이든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지켜야 하는 시점에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제풀에 무너지거나, 공격해야 하는 절호의 기회에 몸을 사리다 위축되어 자멸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세판단을 잘 하는 이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우리가 이런 장면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사야 할 때 팔아 버리고, 팔아야 할 때 붙들고 있거나 되려 더 사는 경우, 자멸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입계의완의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서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순간도 맞게 되는데 경영자 입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바로 그런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일 것이다. 경영자들이 가장 경계하면서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하는, 그래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입계의완! .이것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입계의완 기업사례

1865년 핀란드 남부의 노키아 강변에서 펄프 및 제지 회사로 설립된 노키아의 성공 신화는 입계의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핀란드를 세계최고의 복지국가 반열에 올려 놓은 신화적인 그룹 노키아. 종이를 만들던 작은 회사가 어떻게 세계 굴지의 통신회사로 바뀌었을까? 경영자들의 미래예측과 조심스럽지만 과감한 결단이 오늘날의 노키아를 만들어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1966년 케이블 회사를 설립, 이듬해 고무 회사까지 합병한 노키아는 1970년대 디지털 전자교환기 개발에 성공, 잭팟을 터뜨렸다. 1992년 취임한 오릴라 회장은 모두가 깜짝 놀랄 결단을 내린다. 그 동안 전통적인 사업 기반이었던 타이어, 케이블, 전력 사업 등을 모두 포기하고 통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결단은 참으로 힘든 결단이었다. 100년 이상을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회사의 주요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말이다. 그러나 그 결단은 옳았다. 시대의 조류를 간파한 경영진의 혜안은 새로운 시장,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하게 진출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노키아는 휴대폰 출시 첫 해 고작 10만대를 팔았지만 10년이 흐른 2001년에는 한해 동안 무려 1억 4천만 개의 휴대폰을 팔아치웠다.

그런데 절대강자이자 전설적인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가 요즘 비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해 온 노키아가 세계적인 경기 여파 탓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창업 이래 최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한 때 모든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던 핀란드의 전설적인 기업이 흔들리는 것이다. 입계의완의 냉철함으로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 것인지 숨죽이며 살펴 볼 일이다.


┃꼬릿글 쓰기
uzuro |  2009-11-19 오후 8:09: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uzuro 프로지망생들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힘의 완급 조절이라더군요. 수읽기나 전투력은 강한데, 그 힘을 적절하게 잘 조절하지 못해서 바둑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고. 바둑 뿐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겠죠.
돌부처쎈돌 힘의 완급과 형세판단의 맥은 언제나 어려운 화두 같습니다. 사는 동안 내내 도달하기 힘든 과정이겠지요^^
youngpan |  2009-11-19 오후 8:44: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말씀..  
돌부처쎈돌 좋으신 말씀...
돌부처쎈돌 |  2009-11-20 오전 11:51:3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하찮은 이런 마을도 이 모양인데
허접스런 큰 동네에서 시달렸을
이세돌 국수를 생각하니
병상에 있는 내 마음이 더욱 짠해지네, 그려.
된사람 대접하지 않고
난사람 때려 잡으면서
든사람인 척 하는 작자들에게 한 마디 하나니
개그야? 개구야?  
江湖千秋 |  2009-11-20 오후 12:54: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멋지고 정성들인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돌부처쎈돌 감사합니다, 강호천추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팔공선달 |  2009-11-20 오후 12:58: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우리야 그저 조화롭고 화목하기를 바라는 이웃집 사람
싸우지 않았으면...싸움이 빨리 끝났으면...
그리고 다시 내가 사는 동네가 평화롭고 아늑 하기를.
든사람 난사람들이 뒤엉켜 돌아가니 내눈에는 모두 돈사람...
그저 좋아서 즐기는 놈에겐 목숨 걸일도 아닌데...
나같은 인간은 뭐 안중에나 있을까 마는...하지만
우리가 없으면 지들도 그저 그런 기원 구석의 내기 바둑꾼인것을...

감사요 ^^=  
팔공선달 근데 병상은...?
돌부처쎈돌 제가 장 쪽에 작은 수술을^^ 퇴원 후 열심히 통원치료하며 요즘 한가해져서 그 덕에 오로를 자주 들립니다.
uzuro 상호 존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돌부처쎈돌 uzuro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沙里 |  2009-11-20 오후 4:37: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수성이 창업보다어려운 이유는 창업자보다 나은 후계자가 드물기 때문 아닐까요~~^^  
돌부처쎈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이끼그늘 |  2009-11-20 오후 7:13: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바마가 후진타오에게 바둑용품을 선물로 주었다는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보고...>

저도 그 기사를 보고 놀랐습니다. *^^*

dma... 바둑계 모두가 오로광장 11448번의 글을 읽어 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__)  
돌부처쎈돌 다들 읽어 보았겠지요^^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어서~~~
당근돼지 |  2009-11-23 오전 8:53: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이세돌이 빠진 세계대회는 확실히 심심하다......공감하면서 하루빨리 세돌 사범 복귀를 기원합니다.  
돌부처쎈돌 아마도 그 기원하시는 마음이 전달되어 그리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AKARI |  2009-11-25 오후 10:53: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돌부처쎈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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