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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6 (제 손으로 제명줄 끊은 자)
2009-04-08 오전 7:04 조회 4828추천 8   프린트스크랩

남씨묘에서 내려온 임지관은 서둘러 오두골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서쪽 안덕 내현으로 길을 잡았다


<화지재의 화지군자>

안덕의 5 현 중 내현에 속하는 장전고을은 보현산을 출발한 지맥들이 천마산을 거쳐

낮은 모습으로 그 끝을 맺고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현종9년에 운강 남계조의 높은 학문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지었놓았다는 재실 화지재가 있었다

화지는 연꽃이요 군자의 의미로도 쓰이니 화지군자 남계조의

당시 내적인 풍모를 미루어 짐작하게 했다

현재 남계조의 직계손 남형선이 살고 있는 화지재는 단촐한 일자형

가택으로써 그것은 학문을 갈구하는 선비의 일도를 향한 한획처럼

어떤 단백함까지 뭍어나는 형상이었다.




가뿐 숨 끝에 도착한 화지재 앞에 임지관이
서 있었다

그가 보기에도 한 눈에 이곳이 주사형의 양택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어오는 주사의 지기를 일자로 막아 집터에 머물게 하고

그것이 다시 돌아나가지 못하게 사방 높은 담장으로 빈틈없이 둘러쌓아

지기를 다스려 놓은 것이 임지관이 보기에도 보기드문
명당 터였다

대청마루에 꽂꽂이 앉은 남형선은 불쑥 찿아온 지관이라는 자의

장황한 말을 듣고 있었다

한 두번 혀끝을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관의 말이 끝나기를 차분히 기다려 주었다

그러던 남형선이 살며시 감았던 눈을 떳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지관이니 그 답을 알것이 아닌가?'


'예.. 말씀드리지요

근처에는 산이 가팔라 더이상 다른 묘가 들만한 터도 없으니

묘주를 나타내는 비석을 산허리까지 내려 세우게 하면 될 것입니다

본시 말이란 동물이 등허리에 사람을 태우게 되면 처음엔 날뛰게 되지만

나중엔 기세를 꺽고 등허리에 앉은 것에 다스려지게 되는 법이지요

지금의 혈자리도 그와 같은 이치라 생각 하시면 됩니다

산허리에 비석을 세워 날뛰는 말의 거친지기를 다스리는데는

그보다 좋은 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알았네 그리 함세 이길로 영양에 서찰을 보내겠네

그러니 너무 염려 마시고 돌아가 보시게나'



임지관은 중인의 신분을 한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흔쾌히 인척을 설득까지 시키겠다는 남형선의 군자다운 풍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제 그는 화지재 부근 물못 둑에 앉아 넓은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승의 또다른 숙원을 풀어줄 때였다


그것은 스승이시영이 안동땅에서 찿고자 했던 한 폭의 산수화가 그것이었다

고려때의 풍수시조 도선 스님이 전국을 돌며 명당 혈에 그 주인을 암시하는

싯구가 적힌 지석을 미리 넣어두며, 이나라의 지세를
살피던 중

어떤곳에서 하나의 천하 대명당을 보게되니

감탄하여 한 폭의 산수도에 그곳을 형상화하여 인근 절에 남겼다고 한다



도선스님이 경상도 영천땅 어느 작은 암자에 남겨 놓았다는

한 폭의 산수도는 그 많던 외침의 역사속에서도 천년을 넘어

숨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것이 임진년 왜란이나고 그것을 빌미삼아 들어온 명나라 장수

이여송에게 약탈되는 비운을 맞고 만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치 않았는지 당시 안동대도호부의 관리중 하나가

연회에 참석키 위해 그곳을 찿은 이여송의 눈을 피해 수탈된 그림을

그의 거처에서 뻬내게 된다 그리고 한동안 전설의 산수도는 모습을

감추게 되었던 것이다.



이여송은 조선출신 이영의 후손으로서 요동총병이었던 이성량의 장자이기도 했다

왜란이 터지자 '방어해왜총관'이란 직분으로 명의 2차 원군 4만3천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오게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전쟁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전장의 고착화에 주력했으며

그의 또다른 의무에만 충실하던 뱀같이 교활한 자였다

요동을 3대를 거쳐 세습하여 다스리던 이여송이 생각하니

조선이 강해지면 가장먼저 조선의 옛땅이되는 자신의 요동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하여 그런 불안감을 해소할 목적으로 선택한 것이 조선의 지혈을 끊어

인재가 나는것을 미리 막아 조선의 성장을 제어하고

자신의 요동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었다

왜란은 그에게 이런 꿈을 실현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명분꺼리였다

그에겐 선조의 모국 조선은 절대 강해져서는 안되는 명의 속국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고 또한 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왜국의 대륙진출 교두보역할도 해서는 안되는

정치적인 의미의 조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속내와는 달리 조선에 들어오면서

자신도 조선인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들어내었다


'나의 선조는 조선사람이요 어찌보면
모국이 되는

조선에 어찌 애틋한 마음이 없다 하겠소'


그것은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한가지 목적을 감추고

변명키 위한 허울좋은 입발림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무슨짓을 하든 너희들은 간섭말아라'고 하는

압력의 의미로도 들렸다




왜란초기 성주목을 위협하는 왜군을 막고자 이여송이 이끄는 명군이

여느때처럼 느릿하게 행군하여 경상도 성주땅을 접어 들 때였다

그런데 어느곳에 이르러 보니 산세가 우람하여 범상치 않아보이는

하나의 봉우리에서 어떤 기운이 느껴지는지라

가까이서 대동하고 있는 명의 지관을 불러 물으니

이곳은 대대로 한나라를 호령할 만한 장수가 날 혈이

숨어 있을 것이라 답하였다

화들짝 놀란 이여송이 급히 명을 내려

인근에 이름있는 조선의 지관을 불러 오게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 성을 가진 늙은 지관 하나가

그의 앞에서 목을 조아렸다



'저기 보이는 장군봉의 혈이 입수되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라'

'그러지요'


여든에 가까운 늙은 지관은 군소리 없이 앞서 걸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도착한 그곳에서 늙은지관이 주절거리는

소리를 이여송이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정맥이 다시 소백의 용맥으로

한가지 뻗어 들어와 우람한 장군봉으로 그 혈문을 열기 위해

첫 입수를 시작하는 곳이라 하였다


이여송이 둘러보니 과연 발아래로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

이여송은 주저없이 명을 내려 늙은지관이 짚어준 용혈을
파게 했다

그리고 얼마후 가슴깊이로 파내려간 용혈에서 사람 몸통만한 바위가 나왔는데

그곳에는 용맥의 생기가 맺혀 누런 이슬처럼 바위에 송글송글 달라 붙어 있었다

또한 파낸 흙더미는 각양각색의 오색토에 적당한 수분이 스며있어

마치 김이 나듯 솟아 올랐다

흡족한 미소를 짓던 이여송은 늙은 지관에게 약간의 상급을 주어

돌려 보내려 하자 늙은 지관이 말했다


'장군...이정도로는 부족하오니 숯불을 놓아 뜸까지 뜨게 하면

이 용혈의 주인은 머지않은 세월에 그 액을 맞을 것입니다 히히히'


비록 자신의 손으로 지혈을 끊긴 했지만 혈의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해 오는 것은 이여송으로써도 어쩔 수 없었다



'이 혈의 주인이 현재 조선의 장수 누구이던가?'

'그건 저로서도 알 수 없지요 다만 천하에 둘도 없는

패륜한 개망나니 같은 자일 것이 옵니다 히히힛'


이여송은 배알없이 히히덕되는 늙은지관을 욕하면서도

그의 말을 따라 그곳에 숯불을 끼얹어 뜸을 뜨게 하였다


늙은 지관의 말대로 이 용혈의 주인은 훗날 멸문을 피해

도망까지 쳐야 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되니

그자가 바로 이여송 자신이었다

 

++++++++++++++++++++++++++++++++++++++++++++++

<참고>

안덕 '5 현'은 조선시대 현 급의 행정단위를 말하는 의미가

아니라 현에 속한 '면'을 뜻하는 의미이다

 

 







┃꼬릿글 쓰기
youngpan |  2009-04-08 오전 8:27: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역사에 있는 이야기이죠...ㅎ..  
영바모 |  2009-04-08 오전 11:36: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풍수지리와 역사란 새로운 지평을 여시며 흥미있는 글 올려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명의 태조 주원장과 춘천의 명당과 관계있다는 얘기도 들은것 같은데요.  
달선공팔 |  2009-04-08 오후 9:06: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늙은 지관의 말대로 이 용혈의 주인은 훗날 멸문을 피해
도망까지 쳐야 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되니
그자가 바로 이여송 자신이었다.>

믕... 심성을 곱게 안쓰다보니...



 
당근돼지 |  2009-04-09 오전 6:3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선비만석 |  2009-04-09 오후 2:37: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풍수지리가 참 요즘은 사람들이 모르지만 명문가들은 다들 풍수지리를 따진다고 하던구요..  
팔공선달 |  2009-04-09 오후 6:36: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막연하던 궁금증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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