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같이 바둑을 두어 볼 기회는 없었지만 
웬지 모르게 요즘 "인생은소풍" 이란 오로의 대화명이  자주  마음에 떠오른다.

"인생이 도대체 뭐냐? " 라는 질문에 대해
" 인생은 소풍" 이다 라는 정의가 곱씹을수록 멋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인것 같다.

어려서 소풍가는날은 하루 전날 부터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을 설치곤 했다.
지겨운 공부와 숙제도 없는날, 맛있는 김밥 먹으며 산으로 능으로 놀러 가는날 !

인생은 소풍 같은것이 아닐까 라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아내는 천상병 시인의 "소풍 (귀천)" 을 떠올린다...

천 상병 시인은 감옥에서 전기고문 당해 몸이 다 망가졌지만,
정작 그분은 인생이 소풍처럼 즐겁고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 귀 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쓰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작년에 "바둑은 고해다" 라는 글을 쓴기억이 나는데
 "인생은 원래 힘든것이다"  "군대는 힘든곳이다"
라고 전제하고 나면 힘든삶도, 군대생활도 견딜만 하고,
뿐만아니라 지나고 보면 힘든삶속에서 배울것이 더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이 고해의 인생이 내 생각에 따라
지겹게 걸어가야할 고난의 길일수도 있고
소풍처럼 즐거운 길도 될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떻게 인생을 보느냐에 따라
똑같이 덥고 춥고 고된 길일 지라도
가족과 주위의 친구 동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며 걸어 갈수도 있고
계속 투덜거리며 불평하며 마지못해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갈수도 있는것이구나 !

좀더 진작에 알았으면 매일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
그날 그날 만나는 사람들과 좀더 재미있게 소풍을 떠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수 있었을텐데...

일년에 두번만 소풍을 떠날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어나 즐겁게 소풍을 떠나자.

미지근한 사이다 한병, 삶은 계란 한개만으로도
소풍날은  얼마나 행복하지 않았었는가.

오늘도 나는 소풍을 떠난다...

인생은소풍님, 우리 소풍가는 기분으로 바둑한판 두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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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고 천상병 시인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라고 말했던
부인 목순옥 님은 인사동에서 <귀천> 이란 찻집을 경영하고 계신다고 한다.

다음에 한국나갈 기회가 되면 꼭한번 들려보고 싶은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