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86이 뽑는 BEST 5 [연극편]
2008-04-16 오전 10:18
조회 4663추천 6 프린트｜스크랩
|
|
|
|
386이 뽑는 BEST 5 (연극편)
어젯밤엔 술 먹고 들어와 녹화해 두었던 에릭 크랩튼의 LIVE 공연을 보며
옛 추억에 젖어 보았습니다.
보고나서도 감흥이 남아 송창식 LP를 듣느라 잠을 늦게 자서인지 오늘은 꽤 졸리는 군요
이럴땐 행주산성이라도 가서 고스톱이나 한판 때리면 좋겠는데……..
잉 이거 우리 사장님 보시는 거 아닌가요? 혹시
오늘은 연극편입니다
1.칠수와 만수
극단: 연우무대
주연: 문성근 강신일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 칠수와 만수는 연우무대의 대표작이었습니다
연극으로 대히트하고 난 후 명장 박광수 감독이 안성기,박중훈,배종옥 주연으로 영화화 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한정된 공간(옥상)에서의 이야기 전개란 측면에서 연극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연우무대를 빼 놓곤 얘기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연우무대는 처음엔 신촌에 있다가 후일 대학로 쪽으로 옮긴 걸로 기억되는데
칠수와 만수는 신촌에서 봤던 것 같습니다
당시 연우무대는 "칠수와 만수"외에도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현기영의 "변방에 우짖는 새"등 꾸준히 문제작을 내어 놓고 있었습니다
문성근, 송강호등 인기배우를 배출해 낸 곳으로도 유명하죠
내용이야 너무나 유명하니만큼 각설하고 저는 이 작품에서 TV 데뷔하기 전인 문성근을 처음 보게 됩니다
문성근은 연기파답게 용주골 양아치 출신인 칠수역을 맛깔나게 잘 연기했었습니다
극중 선그래스끼고 고고춤추는 연기를 정말 양아치 뺨치게 잘 연기해서
당시에는 터프한 이미지로 보았었는데 후일 TV 프로 "천사의 선택"에서는 이지적인 의사역으로 나와 대중들에게는 지적이고 단정한 이미지로 각인되게 됩니다
2.돈내지 맙시다
극단:공간(?)→→이거 순전히 제기억만으로 적어가자니 확실치 않네요. 가물가물 ~
주연: 이창훈
"돈내지맙시다"는 다리오 포(Dario fo)의 "안내놔 못내놔" (C'ant pay? W'ont pay!)가 그 원작입니다
이 연극은 찢어지게 가난한 시민들의 삶과 공권력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이 워낙 뛰어나기도 했구요
이 연극에서 저는 또 한명의 걸출한 스타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이창훈입니다
이 극에서 이창훈은 경찰관과 할아버지로 1인 2역을 했었는데 포복절도할 연기로 관중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저는 연극을 보던 도중 너무 웃다 지쳐 "도대체 저 배우가 누구길래 저렇게 웃기냐? 당장 개그맨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리바이벌은 정말 싫어" "짬뽕"을 외치며 화려하게 개그맨으로 늦깍이 데뷔를 하더군요
사실 연극내용은 깊이있는 풍자극이었으나 이창훈으로 인해 내내 웃다가 나온 연극이었습니다
3.카덴자
원작: 이현화
이 작품은 탁월한 희곡작가인 이현화 작입니다
이현화는 카덴자외에도 "0.917" "불가불가" "산씻김"등의 희곡을 썼으며 국내 최초로 잔혹극이라는 장르를 들여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여기서 카덴자의 내용을 잠시 소개해야겠군요
극이 시작되면 왕이 한 선비를 문초하고 있습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놈을 매우 쳐라"
군졸은 선비를 때리고 인두로 지지는 잔혹한 고문을 합니다
반복되는 문초와 고문에 어느정도 관중들이 적응해 갈 무렵
느닷없이 군졸들이 객석으로 뛰어 내려와 여자관객 한명을 골라 무대위로 끌고 올라 옵니다
놀란 여자관객은 "관객에게 왜 이러냐?"며 뿌리치지만 힘에 못이겨 끌려오고……
군졸들을 여자관객을 고문대에 묶어 브라우스를 찢고 인두로 입을 지집니다
.
.
.
.
이거 가능한 얘깁니까?
멀쩡한 관객에게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 여자관객은 관객을 가장한 배우였습니다
이 연극이 초연되고 얼마되지 않아서의 일화입니다
정해진 대로 가짜 여자관객이 끌려와 이미 브라우스는 찢겨져 나가고
군졸이 인두를 들이댈 차례였습니다
바로 그때 관객 한명이 벌떡 일어나 외쳤습니다
"안돼! 제발 그만~ 이제 제발 좀 그만 하란 말이야"
마음씨 착한 그 관객이 실제상황으로 오인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이 해프닝은 신문에도 소개되어 카덴자의 인기에 불을 붙였었죠.
4.품바
품바는 시골 방앗간주인이자 시인이던 김시라가 대본을 써서 81년 전남 무안군 일로면 일로마을회관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18년이란 세월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4,000회에 이르는 국내 최장기 공연기록, 최대 관객동원, 94년 한국 기네스북 등재라는 대기록을 세울 줄을 몰랐겠죠
품바는 신재효가 정리한 변강쇠 타령에 처음 기록된 말로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고 합니다
이런 품바를 김시라는 거지대장 천장근의 일제시대와 50~60년대를 거치는 밑바닥 삶을 바탕으로 가슴에 구구절절이 녹아드는 각설이 타령에 실어 무대에 올렸습니다
품바의 주역도 1대 정규수를 시발로 정승호 박동과등을 거쳐 현재 12대에 이르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저는 품바가 선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을때도 짐짓 한참동안 보러가지 않고 있었는데 이유는 아주 단순하였습니다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타던 저는 관객을 동참시키는 품바 특유의 극 진행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습니다
그 당시 L의 강권에 못이겨 품바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품바 특유의 풍자와 비판에 완전히 매료되었었고 정승호의 팬이 되었습니다
5.신의 아그네스
극단: 실험극장
주연: 윤석화, 윤소정, 이정희
신의 아그네스는 83년 윤석화가 미국에서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은 나머지
무턱대고 극장무대 뒤로 들어가 대본을 얻어온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스물한살의 수녀 아그네스(윤석화분)가 탯줄로 목을 감아 아이를 죽인 살인사건을 미스터리형식으로 그린 이 연극은 사건의 추적을 통해 "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깊이있게 다룬 수작입니다
윤석화는 말할것도 없고 수녀원장역의 이정희, 정신과의사 리빙스턴역의 윤소정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방학을 맞아 대구로 내려와 있던 저는 대구시민회관에서 이 연극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무대바닥이 바로 제 눈높이더군요
극중 수녀가 바닥에 쓰러져 신에게 절규하는 모습, 흐느끼는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게 말이죠
연기자들의 리얼한 쓰러지는 연기에 치마가 어느정도 들리게 마련이었고 그때 그 높이는 바로 제 눈높이와 꼭 맞게 되더라 이겁니다
연기자는 신을 부르짖고 있는데 제 눈은 한 곳으로 고정되게 되더군요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그 심각한 연극에서 말입니다
그 뒤로 저는 절대 맨 앞자리에서 연극을 보지 않고 있습니다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김삿갓123 |
｜ 2008-04-16 오후 1:12:57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연기자는 신을 부르짖고 있는데 제 눈은 한 곳으로 고정되게 되더군요-ㅎㅎ
라고 한 고해성사가 마음에 와 닿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
|
다섯편의 연극중 품바는 대학로에서 아내와 자주 봅니다.........
다른편은 한번도 본일이 없어서.......작가님 덕분에 이해 잘하고 갑니다.
|
boxtops |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나작의 다른 훌륭하신 분들과는 한점정도 치수 차이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제가 흑을 잡고 덤을 3집정도 받으면 비슷해 질 듯도 합니다만^^
|
|
|
|
연극에 대해서 별로 아는바도 없고 연극도 한두편 정도 본적 이외에는 문외한인 제가 님의 글을 읽고 많이 도움이 됩니다.
|
|
|
모두 유명한 작품들인데.... 에석하게도 내가본 연극은 하나도없네요
|
|
와아.. 신의 아그네스.. 돈내지맙시다.. 등등.. 정말 보고싶었던 연극들..
용돈받던 시절의 저에게 연극은 너무 비쌌었어요.. 그래서 학교 졸업하고 돈벌면 연극 많이 볼꺼야!! 했었는데.. 어느새 연극이란 단어조차 잊고 있었네요 ^^
덕분에 다시 의지를 불태우게 됩니다! 이번 주말엔 연극을 보러 갈꺼야!! 하구요~
감사합니다~~
|
|
|
개인적으로, 자신의 베스트5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겟군요~
|
|
|
|
|
|
.gif){kind=logo}
작가의 말
홍선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