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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야화>죽음의 여름캠프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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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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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야화>죽음의 여름캠프
2007-07-13 오후 1:18 조회 6095추천 14   프린트스크랩

우리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달려간 병실.
닝겔을 꼽은 지친 모습을 한 회원이 보이는 순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회원의 이름을 불렀다.
회원이 무거운 눈을 뜨며 우리를 바라보는 순간 우리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0년대 초 일광해수욕장에서의 일이었다.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동호회원들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몇몇을 제하고 모두 2박3일 일정의 여름캠프를 떠났다.
동호회장을 맡고 있던 나는 아내의 심통을 달래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는데 바둑도 바둑이지만 회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커서였다.
물론 집을 벗어나는 순간 바둑을 실컷 둘 수 있는 2박3일의 환상적인 여름캠프를 생각하니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아마 말은 안해도 모든 회원들이 아마 그랬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이번 캠프에는 리그전 우승자에게 멋진 바둑판 한조가 걸려있어 모두들 군침을 흘리고 있었고 오랜 바둑교류로 서로의 치수가 정해져 있는 마당에 상수라고 무서워할 이유도 없었기에 우리 모두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또한 리그전 겸해서 하는 개인경마의 스릴도 입맛을 다시게 했다.

일광해수욕장에 도착한 우리는 솔밭밑에 텐트를 치고 리그전 순서를 짜고 시상내역을 발표한 후 당번을 뽑았다.
물론 홀수의 회원이 참석한 탓에 어차피 한 명은 바둑을 둘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 명은 남아 잔가지 일을 해야 모두들 좀 더 편하게 바둑을 둘 수 있어서였다.

밥을 해먹는둥 마는둥 바둑을 두고 싶은 생각에 모두들 후다닥 설거지를 끝내고 바둑판 앞에 앉았다.
드디어 리그전이 시작되고 모두들 솔밭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벗하며 수담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어둠이 오자 모두들 둘러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사범격인 회원의 알려지지 않은 바둑비사에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첫 날 밤을 그렇게 보냈다.
물론 취한 상태에서 비공식 경마로 밤늦게까지 바둑을 두는 회원들도 있었지만.

다음날 바둑리그는 더욱 치열해졌다.
첫날 패점을 안은 회원들은 만회를 해야한다는 생각에서였고 승점을 챙긴 회원들은 기세를 타기위해 한 수 한 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점심을 해 먹고 또다시 바둑이 시작되었는데 호사다마라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당번인 회원 한 명이 사라진 것이다.
리그전 상대인 회원이 자기 상대를 찾았는데 당번이었던 그 회원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도 모두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냐며 파트너가 없는 회원을 제하고는 모두들 계속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파트너를 찾던 회원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우리에게 달려왔다.
조금 전 누군가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해상구조요원이 구해 병원으로 실어 보냈다는데 그 사람이 우리 일행일 거란 이야기였다.
그제서야 바둑에 미쳐있던 우리는 놀라 해양파출소로 달려갔다.

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탈진을 한 것인지 병실에 누운 회원은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인간들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고함을 질렀는데 돌아보는 놈이 어째 한 명도 없노?"
".........."
"너거들은 친구도 아이다...."
회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 모두의 얼굴에 겸연쩍은 표정이 떠올랐다.
정말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쥐가 나 바다에 빠진 동료가 고함을 치는데도 아무도 듣지 못했다니, 아니 그건 그럴 수 있다해도 사람을 구한다고 난리를 치고 병원으로 호송하는 그 와중에도 그 누구 하나 눈치를 못챘다니...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막상 일을 저지런 우리도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평소 농담을 잘하는 회원 한 명이 애써 웃으며 농담 한 마디를 불쑥 꺼냈다.
"야, 그 때 내 대마가 왔다갔다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너도 알잖아, 대마 죽으면 만방 깨지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냐, 쩝"
"임마, 그래도 그렇지, 니 대마는 죽으면 안되고 나는 죽어도 된다는 소리가..?
"헤헤,,,말이 그렇다 그거지 뭐... 그렇지만, 대마가 죽지 어디 사람이 죽겠냐, 응? 봐, 이렇게 살아 있잖아....헤헤..."
그제서야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회장인 나의 말이 나오는 순간 전승을 달리고 있던 회원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표정에 나도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리그전은 이미 깽판됐고, 그 대신 우승바둑판은 네가 가져....모두들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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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nath |  2007-07-13 오후 1: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꽁~큰일날 뻔 했네그랴.  
헛된소리 |  2007-07-13 오후 3:1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떤 자리의 장을 맡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지요^^
저도 예전에 어느 학교 바둑 동아리 OB회장을 2년간 맡은 적이 있었는데 나름대로 많은 개인시간을 할애해야 했지요^^
물론 그정도 희생(또는 봉사) 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회장할 자격도 없겠지요.
 
헛된소리 |  2007-07-13 오후 3:20: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덧붙여 회장은 모임의 장으로서의 회원들과는 또다른 책임감 내지는 회원들의 결속에 신경을 써야 하지요

글의 마지막 요 문장^^

"리그전은 이미 깽판됐고, 그 대신 우승바둑판은 네가 가져....모두들 됐지?"

참으로 <절묘한 수>였네요^^

<이적지수>에 비할만한 참으로 적절한 수 같아요^^

역쉬 봄나들이님은 고수 맞네요^^  
이쁜바둑돌 |  2007-07-13 오후 5:4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회장님의 <신의 한수>같은 말씀이네요
죽음과 맞바꾼 바둑판.
그래도 살아서 얼마나 다행입니까?

다음 글 기다릴게요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한개1EA |  2007-07-13 오후 6:4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당번은 물에 빠졌고
구조요원은 당번구하느라 바빠졌고
회원들은 바둑에 빠졌고
우린..
님의 글솜씨에 자빠졌네
ㅎㅎㅎ  
맥점구사 |  2007-07-13 오후 9:1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서서히 여름이 다가 오니까 글의 내용이 엄청 어스스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슴다
주의 깊게 지켜 보고 있슴당  
맥점구사 |  2007-07-13 오후 9:2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爛柯 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 했는 갑네요  
별天地 |  2007-07-13 오후 9:3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글을 읽다보니 친구들과 한탄강 에 며칠 야영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오래된정원 한탄강..천라지망님께서도 그곳에 추억이^^
愚公^^移山 |  2007-07-14 오전 8:5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이란 그런거지요
한번 빠져들어가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암튼 바둑에서 열외되어 당번 노릇하시던 회원님은 잊지 못할 소중한 바둑판 하나를 얻었으니....  
오래된정원 |  2007-07-14 오전 9:42: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ㅎ
그 모임의 책임자로써, 죽음을 이겨낸 동료에게
우승 바둑판을 선물하신 봄나들이님^^;
아마도 그 바둑판은 그 분 인생내내 최대의 우승 에피소드로
길이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한탄강가에서 물살에 휩쓸려 죽을뻔한 위기에서
구출된 경험이 있다보니 한 순간 서늘했습니다^^  
오래된정원 아.. 그리고 귀한 선물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맥점구사 나두 주슈~~~
맥점구사 무신 선물?
오로묵시록 |  2007-07-17 오전 7:4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허억, 죽음의 여름켐프~
재미는 있눈데 무섭지는 않아여...
다음에는 진따 무션 야기 해줘영, 히힛,  
생일천사 |  2007-07-20 오후 2:16: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상상이 가는 상황입니다. ^^
정말 큰일날 뻔 했네요 . . . 자기집에 불이 났다고 해도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는데 . . .  
사다리 |  2007-07-20 오후 10:0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로광장에 한개1EA님이 쓰신 작가님을 응원하는...낙서...란 글이 있는데 우째 단 한분의 작가도 감사의 꼬리글이 안 보이네여...가서 평점 좀 팍팍 눌러주심이....=3=3=3  
운영자55 |  2007-10-02 오후 3:2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도작가 메인페이지 상단 우측에 보시면...글쓰기 도움말을 달았습니다. 사진 올리기와 동영상 올리기에 애로를 겪으신 작가...회원께서는 참조하십시오.  
이쁜바둑돌 |  2007-10-12 오후 1:2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봄나들이님..너무 적조한듯 합니다.
님의 이야기..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 이야기 쓰셨음.가을 이야기도
쓰셔야지요? (애교애교해볼까요?)
봄나들이님 글 기다립니다~^^  
돌부처쌘돌 |  2008-01-04 오후 2:38: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배님께 수줍은 마음으로 나도작가 신고식 올립니다.
많은 가르침 주십시오.
-박민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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