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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야화> 바둑교실의 꼬마강자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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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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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야화> 바둑교실의 꼬마강자
2007-06-27 오후 12:28 조회 10195추천 22   프린트스크랩

요즘 바둑교실은 가보지 않아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른다.
90년대 초, 바둑모임에 참여하던 나는 모임의 회원 중에 바둑교실을 운영하던 분이 몇 분 있어 바둑교실에 자주 들릴 기회가 있었다.
물론 바둑모임 장소가 바둑교실인 경우도 많아 그러기도 했지만 바둑교실 원장의 초청을 받아 가기도 했다.
실전 대국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게 하려는 배려에서 일 것이다.

바깥 일을 보다 시간이 많이 남은 탓에 인근에 있던 바둑교실이 문득 생각나 원장 얼굴이라도 볼 겸해서 잠시 들렀다.
바둑교실은 아이들이 찻잔을 마주하고 앉은 것처럼 자그만 탁자위에 바둑판을 놓고 앉아서 강의를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있었다.
고저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환경이었지만 원장이 자리를 비운 것인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바둑교실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모습을 넋이 나가 바라보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 떠들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바둑판에 기보를 놓아보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표정이 무척 진지했는데 호기심이 일었다.

"너, 바둑 좀 두는 것 같은데, 나와 바둑 한 판 둬 볼래?"
내가 그렇게 묻자 그 아이가 대답했다.
"원장님과 어떻게 되시는데요?"
"왜?"
"우리 원장님보다 못 두시죠?"
"그래 너희 원장님한테 매일 진다, 그런데?"
"그럼, 저보다 약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 너 그럼 정말 바둑 잘 두는 구나, 어디 일단 함 둬 보자. 어때?"

자기를 가르치는 원장과 기력이 비슷하다는 이 아이에게 알 수 없는 경외심이 느껴졌다.
이 바둑교실 원장이 누군가.
전국구 아마강자가 아닌가.

아이의 기력은 생각대로 대단했다.
탄탄한 수읽기가 밑받침된 행마도 일품이었고 어린아이다운 창의성, 절묘한 타임의 응수타진, 선수를 잡아내는 능력 등, 바둑을 둬 갈수록 아이와 바둑을 두고 있는 게 아니라 태산과 마주 앉은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기원에서 큰 내기바둑을 두는 것도 아닌데 진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아이도 처음엔 바둑돌을 쉽게 놓는 듯하더니 점점 착수의 속도가 느려졌다.
생각할 곳이나 생각할 게 많아서일 것이다.
바둑교실에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상대란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이런 아저씨를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앞으로 프로가 될 것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언제 왔는지 원장이 등뒤에 서 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이상했다.
다소 당황한 듯한 아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난전이 시작되었다.
비록 온실에서 컸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이와 기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능구렁이의 한 판 승부가 된 셈이다.
흑을 잡은 아이의 실리가 돋보였지만 상변과 좌변에 미생마 두 개가 문제였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이 둘을 엮어 하나를 잡거나 많은 이득을 얻어야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의 착점에는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죽지 않을 것이란 확신 같은 것, 타개에 자신이 있어 보이는 손놀림이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미생마가 얽혀 있을 때는 대부분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고 평소엔 말도 안되는 수가 치명적인 사활의 맥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소 이상해 보이는 백의 차단수가 흑말의 목에 가시처럼 걸렸다.
나의 필살의 한 수였다.
아이의 인상이 이상해졌다.
도무지 말도 안되는, 택도 아닌 수인데 볼수록 맥점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아이가 아무 말 없이 바둑통 뚜껑에 담긴 사석을 슬며시 집었다.

바둑교실 원장이 말없이 흑의 착점 하나를 들어내더니 다른 곳에 놓는다.
그러면 차단되지는 않았을 거란 이야기였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어린아이의 표정에서 어린아이답지 않은 쓸쓸함이 얼굴에 묻어났다.
원장이 아이를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
한참을 무어라 얘기를 하는 듯했다.
아마 아이를 위로하고 있으리라.
한참을 그러고 있던 원장이 나에게 윙크를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원장이 나에게 오늘 시간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의아한 얼굴로 되묻자 원장이 씨익 웃었다.

나중 수업 끝나고 저 아이와 질 때까지 바둑을 둬 달라고 했다.
"질 때까지?"
"제발 나 좀 살려 줘, 안 그럼 내가 죽어, 응?"

 


 





┃꼬릿글 쓰기
헛된소리 |  2007-06-27 오후 1:0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봄나들이님!! 바둑 강자셨나보네요^^
근디 신도 참 불공평하게시리 글도 참 재미있게 잘 쓰시넹 ㅠㅠ

<제발 나 좀 살려 줘, 안 그럼 내가 죽어, 응?">

근디 요 글은 뭔뜻이래요?
아이가 원장님 붙잡구 질때까정 둬줘야 한다 소린가?
구렇다문 굳이 윗글처럼 나들이님께 부탁할 필욘 엄울텐디...
몬 다룬 뜻이 있남요? ^^ 궁금^^
 
*봄나들이 진상대와는 이길 때까지 바둑을 둬야하는 아이의 고집에 원장이 시달리겠죠, 한 판 져주고 가란 겁니다^^ㅎㅎ
헛된소리 아네.. 자기를 이긴 상대와 둬서 꼭 이겨야^^
헛된소리 고놈 왕고집이네요^^
아름★다움 |  2007-06-27 오후 5:3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봄나들이님은 가슴이 따뜻한 분이시군요. 글의 반전을 위해 끝부분을 조금 비틀고 계시지만, 기원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아름다운 여성의 어깨위에, 바둑교실의 어린 강자의 손길위에 얹힌 님의 시선이 참으로 따사롭습니다.  
*봄나들이 꼬리글이 아름다우신 아름다움님 감사합니다^^
다잘풀렸네 |  2007-06-28 오전 1:3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에힝....나들이님이 3인칭 화자 시점이란걸 미리 말씀 드렸눈뎅....소리님.ㅎㅎㅎ
 
헛된소리 3인칭 화자 시점 이 모래요? ㅠㅠ
*봄나들이 다른 사람을 나인 것처럼 해서 글을 쓰는 방법에요^^
헛된소리 놀랏넹^^
헛된소리 구라문 봄나들이님은 바덕 강자가 아니신감요?^^
접곡 |  2007-06-28 오전 2:0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옜날 일본바둑책을 바둑을모르는 사람이번역한책을본적이이는데요그책을또다시벅역해서 읽을려니 답답햇던기억이납니다 바둑을아시는고수님이 글을쓰시니많은동감이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글감사드립니다.  
*봄나들이 애구^^ㄳ
愚公^^移山 |  2007-06-28 오전 8:4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 아이가 프로가 된다면 봄나들이님도 가르침에 동참한 것일테니 보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녀석 고집이 있고, 졌을때 싹싹한 맛도 있고, 먼가 해낼 녀석이로군요^^.  
*봄나들이 아마 프로가 되어 있을 겁니다, 얼굴매치가 안되서^^
firefly |  2007-06-28 오후 2:1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초등일학년 우리 둘째놈이 생각나는군요.
바둑에 흥미를 느끼라고 부러 져주고있었는데. 아주 아빠를 호구로 여기길래,
하루는 대마를 사경으로 몰아넣었죠. 아이구~ 헌데 그놈 눈에 눈물이 한가득 글썽이는
겁니다......
어찌 되었냐구요? 제가 졌어요. ^^  
*봄나들이 ㅎㅎㅎㅎ 중학교 가면 눈물이 무엇인지 갈켜주세요^^ ㅎㅎ 그래야 강자가 되니까요, ㅎㅎㅎㅎㅎ
별天地 |  2007-06-28 오후 3:3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져야 바둑이 는다 란 말이 있듯이 , 화초들에겐 많은 시련을 주어야 이창호 같이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잘한것은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어야 겠죠,, 위 글은 이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 듯 ,,
운다고, 달래준다고 봐주라 인간적으론 ,, 일단 좋은 뜻으로 해석을~  
음모자 |  2007-06-29 오전 7:34: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자만이 들지 않을 만큼의 자신감! 그걸 받아본것도 어린시절의 추억이 되겠죠^^
꼬마에게는 잊지못할 날이 됐을듯한 느낌이^^*  
광장지기 |  2007-07-03 오후 12:4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안녕하세요....쪽지 기능이 생각보다 지체되고 있네요. 6월 중에는 웹(홈피)과 대국실 통합용 쪽지를 선보일 것으로 보고(오로전용 메신저도 일정에 잡혀 있습니다만) 그때 쪽지로 꼬릿글 애독자를 말씀해 주시면 오로볼 점심을 드릴려고 했는데....부득이 약속을 어기게 되었습니다. 해서 작가님께서 소유하고 계신 오로볼로 몇분께 약간씩 먼저 선물해 주십시오.  
광장지기 |  2007-07-03 오후 12:4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제가 작가께서 보유하고 계신 오로볼이나 또또아이템, 혹은 포인트에 정도에 따라 적절히 충천해 놓기는 했습니다만... 많이 가지고 계신 품목은 일단 더 충전하지 않았으니 넘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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