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가 오픈되었는데,  정작 멍석깔아놓으니 무엇을 올려놓을지..참 고민이 되네요^^;;

       고민끝에 지난글중에 제가 유일무이하게 월간 매니아에 이름을 올렸던 글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닷!!

       조만간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꾸복^^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바둑을 두고있던 등뒤로 아내가 말을한다
"이구~~컴퓨터를 내다 팔던지 해야지,,휴일이믄 애들데리고 나가서 좀 놀아주면 어디가 덧나?"
" 잘 놀고있구만 멀그랴,,지금 대마 생사가 걸렸응게 자꾸 말시키지마러"
" 그러니까 애들이 아빤 안찾고 엄마만 찾잖어,,할것도 많은데"
세탁기에서 빨래를 걷어내며 아내가 투덜거린다
아이들과 못놀아 줘서 좀 찔리긴 했지만..바둑두는일이 음악과
함께 나의 유이한 취미였던 나로선 눈치가 보였지만..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바둑을 두었다
그러나 늘 보이지 않는 아내의 압박과 쿠사리는 감당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보야, (아내는 늘 나를 부를때 요렇게 부른다 )
영숙이가 놀러오라는데 같이가자"
내키지 않았지만, 가끔 아내의 명을 따라야 나도 취미생활을 보장받을수가 있었다..결국 어기적 거리며 따라 나섰다
아내의 친구집에서 저녁을 같이하고 멀쭝히 두리번거리고 있던중
바둑판이 보였다
" 바둑 두실줄 아세요? " 영숙씨 신랑에게 말을 건넸다
"아,,네 가끔 둡니다^^"
" 저도 바둑을 꽤 좋아하는데 한수 할까요?"
하고 말하자 기다렸다는듯 오케이 한다
예의상이겠지만 백돌을 나에게 권하길래 몬이기는척 백돌을 쥐었다.
설마 동네바둑두는 사람쯤이야 가볍게 이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결과는 시종 몰리다가 힘도 한번 못써보고 불계패 했다
우연이겠지..생각하고 재도전했으나 역시 졌고
돌을 바꿔 선으로 바둑을 뒀으나 또..지고 말았다
돌아오는길..
"이구~~허구헌날 바둑만 두면서 가끔 둔다는 사람한테두 지냐~"
아내의 핀잔이 뒤통수를 때렸지만..패자는 할말이 없었다

그로부터 약 1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난 그동안 오로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바둑을 두었고
급수가 오르고 단이 오를때 작은 희열을 느끼며 지내고 있었던
어느날..드뎌 지난날의 패배를 설욕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여보야, 영숙이네 이사해서 오늘 집들이래..같이 갈텨?" (부부는 닮는다고 하더니만 말투까정 나를 닮아간다)
"그래? 그럼 가봐야지"
순순히 응하는 내가 신기한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내의 눈길을
애써 피하며 집을 나섰다
아파트였는데 무척 넓고 깨끗했다
남편이 대기업 구매과에 근무한다고 하더니 불과 몇년만에
방두칸 좁은 전세집에서 이렇듯 큰 집을 샀다고 하니
난 또한번 아내의 눈치를 살필수 밖에 없었다
은행 만년 대리로 지내고 있다가 그나마 직장을 나와서 친구와 가게를 차렸지만 돈벌이는 션치 않은 나로선..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에..애들 재롱에..그런것은 지면상 생략하고...
드뎌 설욕전이 벌어졌다
흑을 잡고 시작한 대국에서 영숙씨 신랑의 대마를 잡으며 통쾌한 불계승을 거둔것을 시작으로 백을 쥐고도 두판을 연속 가뿐히 승리를 거두었다
"자기가 졌어?" 하며 실망하는 영숙씨를 곁눈질 하며,
날아갈것같은 마음을 표시 안내려 부단히 노력했다
터져나올것 같은 승리의 미소를 감추기위해 허벅지를 꽉 누르느라 다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상대는 얼굴이 벌개져있었다
"아..이거 오랜만에 두었더니 힘도 못쓰고 졌군요, 바둑 공부좀 해야겠는걸요, 저도 승부욕이 있어서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허허허"
웃고는 있었지만 무지 속이 상하리라,,
집으로 돌아오는길
학창시절부터 단짝이던 영숙씨가 잘사는 모습에 자신의 처지가
오버랩되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건 아닐까..내심 걱정을 하고있었는데...
아내가 입을연다

"여보야, 바둑 정말 잘두나보다. 지난번엔 한번도 못이기더니
계속 이기고..영숙이때문에 표정관리하느라 애먹었어^^
에구,,우리 남편..바둑 하난 잘둬" 하면서 궁디를 토닥거린다
"어허~~ 하늘같은 남편 궁디를 함부로 치남"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마나 뿌듯하던지..
바둑두면서 아내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은 그 날..

지금은 영숙씨 신랑이 바둑책 옆에 끼고 열심히 공부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곧 결승전이 열릴듯도 싶다
하지만...오로 삼당은 아무나 하나
다가올 결승전 아내의 웃는 모습을 위해서 꼭 필승을 거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