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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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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최종)
2022-05-16 오전 9:57 조회 369추천 6   프린트스크랩

15번 홀에서 다시 한 번 홀인원을 노려보았으나 불발로 그쳤다.


16번 홀은 파 4 홀이다. 

11번 홀과 17번 홀의 경계에 드문드문 작은 나무들이 서 있다. 

이 골프장엔 페어웨이에 바짝 다가선 큰 나무들이 별로 없다. 

라와망운은 다르다. 

거기에는 페어웨이 옆에 큰 나무들이 많이 세워져있다. 

공이 나무숲으로 들어가도 OB인 경우는 별로 없다. 

워낙 페어웨이가 좁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숲에 들어가면 다시 빠져 나오면 된다. 

큰 나무들 사이에 보이는 좁은 공간으로 공을 쳐야한다. 

그 때 요구되는 것이 펀치 샷이다. 

B는 나름대로 펀치 샷을 연습했다. 

왼발에 체중을 실은 상태에서 백스윙을 조금만 하고는 다운스윙을 시작한 후 임팩트를 지나자마자 채를 멈추는 것이다. 

확실하게 채를 멈추기 위하여 공에 맞은 힘으로 채가 뒤로 반사가 되도록 하였다. 

 라와망운에서는 이 방법으로 숲에서 몇 번 멋지게 빠져나온 적이 있었다. 

라와망운은 오래된 골프장이고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B는 이곳이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트 골프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17번 홀은 파 3이지만 거리가 길어서 도저히 홀인원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드라이버나 우드를 잡을 수도 없다. 

그린 너머에 관목이 빽빽하게 우거져서 거기에 공이 빠지면 무조건 공을 읽어버리게 된다. 독사가 무서워서 공을 찾을 수가 없다. 

5번 아이언을 잡고 포대그린의 바로 밑에 공을 안착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전에 B는 포대그린의 바로 밑에서 치핑을 하여 공을 홀에 넣은 적이 있었다. 

그린에 떨어진 공이 통통 튀어서 굴러 홀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면서 공을 띄웠는데 실제로 상상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느새 18 홀 앞에 섰다. 

이 홀만 무사히 넘기면 뙤약볕아래에서의 고생은 끝이 난다. 

테니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양반들이 그랬다지? 

“왜 힘들게 저 고생을 하나? 하인들에게 시킬 일이지.” 

B는 하인들에게 골프를 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 

어릴 때 ‘자치기’놀이라는 것을 했다. 

10cm 정도의 나무 막대의 양 끝을 어슷하게 잘라서 땅에 놓고 40cm 되는 막대기를 손에 잡은 다음에 손에 잡은 막대기로 땅에 놓인 나무토막의 떠 있는 부분을 친다. 

나무토막이 적당히 떠오르면 그것을 막대기로 세게 멀리 쳐내는 놀이이다. 

그 놀이에 빠져서 저녁 먹는 것도 잊고 있다가 부모님들한테 혼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그 ‘자치기’놀이보다도 더욱 정교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루 종일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재미가 어디 있겠는가?


18번 홀도 9번 홀 만큼이나 쉬운 홀이다. 

클럽하우스를 바라보며 쳐내기만 하면 된다. 

B는 티 박스에서 힘차게 공을 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손이 허전했다. 

그리고 한 30여 m 앞으로 무슨 물체가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드라이버의 목이 부러진 것이었다. 

전에도 연습장에서 이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필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 18번 홀이니 망정이지 1번 홀에서 이랬으면 어쩔 뻔 했나?

 B는 걸어가서 드라이버의 헤드를 주웠다. 

까짓것 샤프트만 다시 갈아 끼우면 되는 것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18번 홀 경기를 마친 다음에 스코어 코드를 비교해 보았다. 

B가 1등이었고, M이 2등, 그리고 K가 3등, L이 4등이었다.


탈의실에 젖은 옷을 벗어놓고 옆의 샤워장으로 갔다. 

샤워 실 옆에는 한국의 목욕탕처럼 뜨거운 열탕이 있었다. 

작년에는 없었는데 올해 초에 새로 생겼다.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이 골프장을 많이 찾아오는 것을 감안한 골프장의 배려이리라. 

열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불현듯 고국이 그리워졌다. 

아, 그리운 고국의 겨울이여!


새 옷으로 갈아입고는 클럽하우스의 식당으로 향했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최고로 반가운 것은 황금색 생맥주 이다. 

첫잔을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연못물이라도 고개를 쳐 박고는 마시고 싶을 정도로 목이 말랐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모두들 나시고랭(볶음밥)을 한 그릇씩 시켜서 점심까지 해결했다. 

맥주 안주로는 아얌깜뿡(토종닭 요리)를 시켰다. 

맥주를 마시면서 골프이야기가 이어진다. 

연습장에서는 잘 되었는데 어째 오늘은 공이 잘 안 맞더라. 

왜 그렇게 골프가 어려운 운동이냐. 등등. 

B는 책상다리로 앉아서 빵을 먹은 다음에 왼손에 접시를 들고 오른손에 컵을 들고 일어나는 경우를 자주 봐 왔다.

 우선 책상다리를 풀고 왼 무릎을 세운다. 

그 다음에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체중을 왼발과 오른 무릎으로 이동시키는 동시에 오른쪽 정강이를 반 시계방향으로 30도 정도 돌리고 오른 발가락들을 꺾어 세운다. 

그리고 다시 몸을 약간 뒤로 기울이면서 체중을 왼발과 오른발 끝에 실으면서 일어난다. 

이 장면을 여러 번 봐 왔지만 동작은 항상 똑 같았다. 

이 항상 똑 같은 몸의 움직임을 보면서 B는 추측을 했다.

 “신체 역학 적으로 볼 때 각각의 골퍼에게 맞는 동작은 딱 한 가지 일 것이다.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모두 잘못된 스윙일 테니 잘 치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이지만 못 치게 되는 경우는 수십, 수백 가지가 되는 것이다.”


L은 사는 곳이 달라 따로 차를 가져왔고, 나머지 사람들은 B의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바나나 잎이 우거진 텃밭 옆의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면서 모두들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도 상관없었다. 

운전기사가 집까지 잘 데려다 줄 테니까.


차가 시내에 접어들어 길이 막히자 B는 잠에서 깨어났다. 

잠이 깨면서 늘 머릿속을 맴돌던 걱정이 다시 비어져 나왔다. 

“놀고먹는 값을 하려면 잠수함 판매 건을 빨리 성사시켜야 할 텐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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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  2022-05-16 오후 5:21: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골프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마치 제가 라운딩하는 느낌까지,,,,
멋진 젊은 시절을 사셨군요. 저는 손님으로 오시는 골퍼를 많이 보는 쪽이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짜베 t신인님은 골프장에서 근무하셨었군요. 그러니까 천 오백... 같이 골프장에 관한 재
미있는 글도 쓰셨겠지요.
신인님의 글 계속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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