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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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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4)
2022-05-12 오전 11:28 조회 178추천 3   프린트스크랩

12번 홀에 들어설 즈음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는 것은 걱정이 없지만 벼락은 무서웠다. 

넓은 들판에서 쇠막대를 들고 서 있으니 벼락의 표적이 되기가 쉬웠다. 

일행은 그늘 집에 들어가서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B는 모던 골프장에서 폭우를 무릅쓰고 경기를 한 적이 있었다. 

고교동문회에서였는데 아마 시간에 쫓겨서 그런 듯싶다.

 비가 얼마나 많이 내리는지 그린위에 놓아둔 골프공이 물살에 떠내려갈 정도였었다. 

물에 잠긴 골프공을 퍼터로 쳐봤는데 세게 쳤음에도 불구하고 공은 조금밖에 나가지 않았었다.


비가 그치고 라운드를 계속했다. 

왼쪽의 담장 너머가 큰 도로여서인지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게 계속 들려왔다.


13번과 14번 홀은 파 4인데 아주 평평하고 쉬운 홀 들이다. 

모든 골프장의 홀들이 이렇게만 편안하다면 B는 골프를 아주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리버사이드의 악몽이 떠올랐다.


B는 중고 채를 사서 골프를 시작했다. 

초보 때는 골프채가 쉽게 망가지므로 중고 채가 좋다고 하였다. 

채를 사자마자 세스코알 근처의 연습장을 찾았다. 

골프경기는 그동안 TV에서만 본적이 있고 레슨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저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하체를 고정하고 몸을 최대한 꼬아서 그 힘으로 친다.] 

7번 아이언을 잡았는데 공은 그럭저럭 나갔다. 

한 70m쯤 되려나? 

동료들이 아주 잘 친다고 칭찬했다. 우쭐하여 계속 쳤다. “골프, 별거 아니군.”


아무래도 레슨을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하여 한국인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다. 

똑딱 볼을 계속 쳤다. 

며칠 계속하며 지겨워지면 코치가 안보는 틈을 이용하여 있는 힘껏 공을 때려봤다. 

공은 무섭게 휘어지면서 엉뚱한 데로 날아갔다. 

똑딱 볼을 치는 수밖에 없었다. 

코치는 채를 떨어뜨리라고 했다. 

힘으로 치는 것이 아니고 채를 잘 떨어뜨려야한다고. 

한 일주일 정도 되니 공이 어느 정도 나갔다. 

그리고 채를 떨어뜨리는 감도 제법 체득했다. 

그 때 계속 레슨을 받아야했다. 

일주일 만에 레슨을 그만둔 것이 골프에 관한한 천추의 한이 되고 말 줄이야!


그래도 자주 연습장을 다니고, 휴일마다 골프장에 다녀서 그런지 점점 실력이 나아져서 90대 중반경의 스코어를 기록하게 됐다. 

그 때 B의 눈앞에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골프스윙’이라는 책이 나타났다. 

붉은 표지의 그 책은 금방 B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보면 볼수록 책을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정협지의 노영탄이 ‘숭양비급’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아, 이제 나는 골프의 고수가 될 수 있다.”


B는 책에 나온 대로 동작을 따라하였다. 

맨손으로 하는 동작을 마스터 한 다음에는 채를 들고 클럽의 위치에 대하여 연습하였다. 

어드레스, 테이크어웨이, 손목의 코킹, 백스윙 탑, 다운스윙, 임팩트, 팔로우스루, 피니쉬. 각각의 동작을 연습하면서 이제 자기는 완전히 골프 폼을 익히게 되었다고 흐뭇해하였다.


‘골프스윙’은 정말로 잘 쓴 훌륭한 책이었다. 

문제는 B가 독학하면서 책을 제대로 이해를 못한 데 있었다. 

그 책을 본 이후로 사람들은 B의 폼이 아주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폼이 골프를 잘 치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골프의 핵심은 채를 힘차게 휘두르는데 있다. 

그런데 B는 책을 본 이후로 채를 힘차게 휘두르는 것 보다는 세세한 동작에 연연했다. 

마치 임팩트 자세만 제대로 취하면 클럽에서 에너지가 나와 공을 멀리 뿜어내게 될 것처럼. 

에너지는 개뿔! 

거리가 점점 줄어들자 공을 멀리보내기 위하여 이제는 하체까지 움직였다. 

즉 상체의 회전력에 하체의 회전력까지 더하려고 했던 것이다. 

상체와 하체가 같이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스윙은 완전히 개판이 되었다. 

골프스윙이란 클럽의 자유낙하에 손목 힘을 더하고, 거기에다 몸의 힘까지 더하는 것이다. 

몸의 힘은 고정된 것과 움직이는 것의 상대적인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즉 하체가 확실하게 고정이 되어야한다. 

하체가 고정이 되기 위해서는 체중이 받쳐주어야 하고 체중을 받쳐주려면 체중이동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B는 완전히 그 반대의 짓을 한 것이었다.


스윙이 엉망인 상태로 리버사이드에 갔다. 

리버사이드의 거의 모든 홀 티 박스 앞에는 깊은 협곡이 입을 벌리고 있다.

 B는 가져간 공 모두를 잃어버리고, 중간에 산 중고 볼 한 봉지마저 다 날려버렸다. 

동료들에게 몇 개 얻어서 치다가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중간에 라운드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 때만큼은 골프를 시작한 것을 후회하였다.


할 수 없이 다시 레슨을 받기로 했다. 

뽄독짜베 연습장의 인도네시아 코치를 찾았다. 

그는 인도네시아 청소년 대표 감독까지 지낸 인물이었다. 

연습장에는 많은 소년들이 그에게 배우고 있었다. 

그 코치에게 현재의 로봇 샷을 배웠다. 

두 발을 모으고 하나에 테이크어웨이, 그리고 둘에 코킹, 셋에 어깨를 돌린다. 

이 때 보조 코치가 어깨를 돌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어깨를 다 돌리면 힙 턴을 하면서 다운스윙부터 피니쉬까지 단숨에 채를 휘둘렀다. 

두 발을 모아서 그런지 체중이동은 저절로 되었다. 

이렇게 치는 것이 숙달되면 점점 더 두 발의 간격을 벌렸다. 

공이 제법 맞아나갔다.


오늘은 B가 로봇 샷을 배우고 나서 처음으로 라운드를 하는 날이었다. 

동료들이 모두 빈정거렸다. 

“사람이야 기계야? 폼이 정말 이상하네.” 

B는 들은 척도 않았다. 

“그 잘난 폼 때문에 골프를 망쳤었던 내가 아니냐? 그저 공이 잘 나가는 것이 최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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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  2022-05-12 오후 1:15: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골퍼의 심정이 리얼하게 묘사되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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