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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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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2)
2022-05-05 오전 10:53 조회 422추천 5   프린트스크랩

3번 홀 페어웨이를 걸으며 모두들 우산을 펼쳤다. 

작렬하는 태양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우산은 이곳에서는 필수이다. 

폭우만 막아 주는 것이 아니고 태양빛을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물건이다.


3번 홀은 2단 그린이다. 

깃대는 위단에 꽂혀있으므로 세컨 샷은 직접 깃대를 노려야했다. 

만약 아래 그린에 공이 떨어지면 그때 까지 친 횟수보다 더 많은 수의 퍼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B가 친 공이 깃대 앞 1m에서 멈추었다. 

사방에서 굿 샷이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B는 우쭐한 기분으로 5번 우드를 캐디에게 건네주고는 퍼터를 넘겨받았다. 

그리고는 장갑을 벗어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B의 공이 홀에 가장 가까웠기에 다른 동료들이 모두 홀 아웃을 한 다음에 B가 퍼터를 들고는 공 앞에 가서 섰다. 

모두들 B가 퍼팅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예의이리라. 

아, 그런데 M과 L이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 양 캐디들을 데리고 그냥 자리를 떠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왕 갈 거면 ‘오케이’라도 외쳐서 컨시드라도 주고 가든지 해야지 저게 무슨 매너람?”

 B는 툴툴거리며 급하게 퍼팅을 했다. 

공은 홀을 핥으며 다시 튕겨져 나왔다. “이런 제기랄.”


M과 L이 노린 것이 이런 상황일지도 모른다. 

B의 툴툴거리는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며 그들은 속으로 얼마나 고소했을 것인가? 

남의 불행이 바로 나의 행복일진데.


3번 홀 그린에서 모퉁이를 지나 4번 홀 티잉그라운드로 올라갈 때면 항상 은은한 꽃향기가 풍겨온다. 

무슨 꽃인지 찾아봐도 꽃은 보이지 않는데 향기는 매번 코끝을 황홀하게 해준다. 

그 꽃향기 때문인지 조금 전의 불만은 눈 녹듯 사라졌다.


4번 홀은 파 3 홀이다. 

티 박스 근처에 골퍼들이 북적거린다.

 이상하게도 4번과 5번 홀은 항상 밀린다. 원인을 모르겠다. 

기다리는 것이 상당히 지루하다. 

발리의 니르바나 골프장에서 공을 치던 것이 기억났다. 

몇 번 홀인지 파 3 홀인데, 티잉그라운드 앞은 바로 바다였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에 그린이 있고 그 그린 너머로 따나롯 사원이 멀리 보였다.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5번 홀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못 견딘 L의 캐디가 드라이버로 용안 열매를 후려쳐 땄다. 

화들짝 놀란 L이 캐디를 나무랐다.

 “야, 이놈아. 그 드라이버가 얼마짜리인줄 아느냐? 그걸로 나무 열매를 따다니.” 

그리고는 다시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린에 있는 공의 방향도 제대로 못 보는 놈이.” 

그러고 보면 B의 캐디는 공의 방향을 아주 잘 보는 편이었다. 

캐디가 놓아 준대로 치면 거의 다 잘 들어갔다.


뽄독짜베 골프장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사왕안이란 골프장이 있다. 

그곳은 한국의 매스컴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그곳은 캐디들이 아주 유명하다. 

거의 다 프로골퍼 수준이다. 

실제로 그 곳의 캐디였다가 유명 골퍼가 된 선수가 아주 많다고 한다. 

그 곳에 가면 캐디들이 무척 많고, 자기가 골프백을 짊어지겠다고 서로 싸우기도 한다. 

캐디들의 경쟁이 무척 심한 곳이다.


5번 홀 페어웨이를 걸으며 집에서 가져온 보온병의 물을 마셨다. 

벌써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이놈의 갈증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번 홀 티 박스에 서면 페어웨이가 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페어웨이가 3m 정도 아래에 있다. 

살짝 쳐도 공이 멀리 갈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곳보다 티 박스가 훨씬 더 높은 곳도 있다. 

구능글리스 골프장이다. 

뿐짝의 산 위에 있는 골프장인데 그 곳 티 박스에 서면 페어웨이가 한 참 저 밑에 보인다.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공을 살짝 굴리기만 해도 한정 없이 날아 갈 것 같은 상상이 든다. 

거기에서는 페어웨이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저 멀리의 보고르 평원까지도 한 눈에 다 내려다보인다.

 장엄한 풍경이다.


7번 홀 티잉그라운드 옆의 그늘 집은 이 골프장에서 음료수를 파는 유일한 그늘 집이다. 

B는 떼보똘(병에들은 차)을 사서 동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타는 목마름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었다. 

캐디들에게도 한 병씩 돌렸다. 

무거운 골프채를 지고 땀을 뻘뻘 흘리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7번 홀은 파 3 홀인데 거리는 짧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홀이다. 

티 박스의 바로 왼쪽부터 그린까지 길게 나무 울타리가 쳐져있는데 그 곳으로 공이 직진하여 나무에 맞고 튀어나오면 다행이지만 대개는 그냥 뚫고 지나간다. OB이다. 

그린 바로 뒤도 역시 나무 울타리인데 거기를 넘어가도 역시 OB가 된다. 

거리를 잘 맞추어야한다. 

그래도 파3 홀 이니 만치 B는 홀인원을 노렸다. 

전에 한 번 홀인원을 할 뻔 한 적이 있었다. 

에메랄다 리버코스 4번 홀에서였다. 

티 박스 앞에는 협곡이 입을 벌리고 있고, 130m 정도 떨어진 곳에 그린이 놓여있었다. 

그 때 B는 5번 아이언을 빼들었다. 

그 때는 아이언에 자신이 있을 때였다. 힘차게 때린 공이 깃대를 맞추고 홀에 들어가는 듯 했으나 공은 홀 1cm 앞에서 멈추었다.


오늘은 아이언에 자신이 없었으므로 5번 우드를 들었다. 

절대로 세게 치면 안 된다. 

힘을 조절하여 휘둘렀다. 

공은 그린 뒤의 울타리에 거의 다가가서 섰다.


드디어 마의 8번 홀에 다다랐다. 

8번 홀 티 박스 앞에는 호수가 있는데 3번 홀의 호수 보다 훨씬 더 길다. 

길도 좁고 그 쪽 방향으로는 페어웨이가 없기 때문에 결국 호수를 가로질러서 샷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길이가 150m 정도 되는 호수이다. 난감하다. 

아내와 같이 라운드를 할 때에 이곳은 아내의 그날 운수를 가름하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다. 

이 호수를 넘기는 날에는 아내는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좋아했다. 

그런 날은 아마 열 번에 한번 정도나 되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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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  2022-05-05 오후 7:46: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말로만 듣던 해외 골프여행을 집에 앉아 눈으로 즐겼습니다.
고맙습니다!^^  
짜베 제가 이야기 하고 있는 골프장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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