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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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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1)
2022-05-02 오전 10:44 조회 365추천 4   프린트스크랩

집에서 출발한지 40분 만에 골프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길이 전혀 막히지가 않았다.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그런가? 길이 막힐 때에는 두 시간도 넘게 걸린 적이 있었는데.


PONDOK CABE GOLF CLUB  큼지막한 간판이 입구에 붙어 있었다. 

뽄독짜베 골프클럽이다. 

뽄독은 우리말로 원두막이고 짜베는 고추이니 ‘고추원두막’ 정도의 뜻이 되겠다. 

일 년 회비로 700만 루피아를 지불하였으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00 만 원 정도가 될 것이다.


B는 탈의실에 옷 가방을 넣어두고, 신발을 갈아 신고 나와서 얼굴에 선크림을 발랐다. 

시큼한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마에 바르면 나중에 땀과 범벅이 되어 눈을 따끔거리게 만든다. 

선크림을 바르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지만 아내는 꼭 바르라고 성화이다. 

못 생긴 얼굴에 그것마저 바르지 않으면 얼굴이 까맣게 타서 더욱 못생겨 보인단다.


퍼팅 연습장 그린에 이슬이 하얗게 맺혀있다. 

공을 굴리니 공이 쪼르르 구르며 공의 궤적을 선명하게 남겼다. 

가까운 거리의 퍼팅부터 연습했다. 

가까운 거리를 실수하면 안타까움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부터 시작하여 5m 이상의 먼 거리까지 퍼팅연습을 끝냈다.


동료들이 모두 나왔다. M과 L, 그리고 K이다. 

넷이서 1,2,3,4 내기를 하기로 했다. 

점심값을 일등은 10%, 이등은 20%, 3등은 30%, 4등은 40%를 내는 내기이다. 

꼴찌를 해도 별로 부담이 없는 내기이다.


1번 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왼쪽경계엔 골프연습장의 울타리가 쳐져있고, 오른쪽은 4번 홀 페어웨이와 겹쳐있으며 그 너머는 숲이다. 

100여m 앞에는 벙커가 있다. 

공을 벙커의 오른쪽 페어웨이로 보내는 것이 최선이다.


B가 일번타자가 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냥 배운 대로 로봇 샷을 하는 것이다. 

사뚜(하나), 두아(둘), 마숙(어깨를 넣어라), 힙 턴. 

공이 묵직하게 맞아 나가는 손맛이 좋았다. 

공은 벙커의 오른쪽을 지나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떨어졌다. 

가슴에서 희열이 배어 내왔다. “OK 오늘은 안심이다.”


M과 L은 B보다 30여m 앞에 공을 보냈다.

 “저런 괴물 같은 인간들.” 

B가 씁쓸하게 혼잣말을 했다. 

 초보인 K는 한 참 고심을 하여 티샷을 했으나 공은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B는 자신 있는 5번 우드를 잡고 세컨샷을 날렸다. 

공은 길게 가로로 나있는 도랑을 지나 그린 언저리에 닿았다. 

숕 게임에 자신이 있는 B에게는 아주 잘 되면 버디이고, 최악이라도 보기는 따 논 당상이었다.

첫 홀에서 B와 M과 L은 파를 했고 K는 더블보기를 했다.


2번 홀은 파 5홀이다.

 눈앞에 말 그대로 넓은 평원이 펼쳐져있다. 

어디로 쳐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 

공이 그 넓은 평원 한 가운데로 가면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공은 후미진 곳을 좋아하는지 네 명이 친 공은 부채 살처럼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 

분명히 한 곳에서 쳤는데 두 번째 샷을 할 무렵에는 엉뚱한 곳으로 가서 서로들 행방을 모르게 된다. 

왼쪽 평원 너머로는 나무울타리가 쳐져있고 그 속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민가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힘이 좋은 M이 하필이면 그 울타리 너머로 공을 쳐서 OB를 기록했다. 

아, 이럴 때 조심해야한다. 

마음을 다스려서 얼굴에 연민의 표정을 지어야한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박장대소를 하고 싶지만 이를 악물고 표정관리를 한다. 

사뭇 안됐다는 듯이. 

역시 힘이 좋은 L도 사정은 비슷했다. 

심하게 슬라이스가 난 공은 3번 홀과 경계를 지은 높다란 야자나무 숲을 넘었다. 

OB는 아니지만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면 무척 고생을 해야 하리라. 

K가 친 공은 땅 볼로 30여m 앞에 가서 섰다. 

B가 친 공만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힘차게 날아갔다.


B는 큰 희망을 품었다. 

세컨샷을 그린 근처까지, 그리고 거기에서 장기인 칩샷을 성공시키면 이글이고 그게 안 들어가더라도 깃대에 붙인 공을 탭 인하면 버디이다. 

그러나 어디 인생살이에 희망대로 되는 법이 있던가? B는 그 홀에서 파를 했다.


흩어졌던 동료들이 다 들어왔다. 

M은 보기를 하고 K는 더블보기, 그리고 L도 더블보기를 했다. 

아무래도 L의 스코어가 미심쩍었다. 

먼발치에서 보더라도 야자나무 숲에서 여러 번 친 것으로 보아 B가 계산한 바로는 더블 파는 아니더라도 트리플보기가 맞겠는데 더블보기라니? 

그러나 야박하게 따질 수는 없었다. 골프는 신사의 운동이기 때문에.


2번 홀을 마친 뒤 그늘 집에서 잠시 쉬었다. 

벌써 날씨가 뜨거워지고 있었다. 

B는 전에 젊은 서양 청년과 조인하여 둘이서 여기서 골프를 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 그늘 집에서 B가 말문을 뗐다. 

“웨어 아류 프롬?” 

 그 청년이 대답했다. “스위든.” 

그 대화가 나인 홀 동안 둘이서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또 다른 조인의 기억이 떠올랐다. 

마또아 골프장에서였다. 

혼자 골프를 치러간 B는 일본인 두 명과 조인해서 같이 치게 되었다. 

긴장을 했다. 

일본인이다. 어릴 때부터 일본 놈, 일본 놈 하던 그 일본인 들인 것이다. 

국 격이 걸린 일이므로 예의를 갖추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공을 쳤다. 

중간에 그늘 집에 들렀다. 

둘이서 음료수를 주문하더니 B에게도 한 잔 건네주었다. 

B는 한 잔을 받아 마신다음에 음료수 값을 지불하려고 했다. 

그러나 두 일본인 들이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들이 지불했다고 손짓을 했다. 

B는 다소 기분이 찜찜했지만 그 뒤로 화기애애하게 운동을 끝냈다. 

그 뒤로는 일본인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3번 홀 앞에는 연못이 있다. 

길이가 80여m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연못을 가로질러서 샷을 하기가 꺼려진다. 

꼭 연못에 빠뜨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티샷한 공이 연못에 ‘폭’하고 빠질 때의 그 기분이라니! 

연못 왼쪽으로는 폭 2m 정도의 길이 나있고, 길 왼쪽에는 도랑이 죽 이어져있다. 

도랑너머는 알 수 없는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다. 

도랑을 넘어서 숲에 들어가도 OB이다. 

B는 길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방향대로만 가면 공을 페어웨이에 보낼 수 있다. 

곡예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연못을 가로지르는 것 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거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B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새로 배운 로봇 샷이 거리에 대한 걱정을 어느 정도는 덜어주었다. 

B가 예상한 것보다 공은 훨씬 더 멀리 날아서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낙하했다. 

M과 L은 연못을 가로질러서 샷을 했고 공은 까마득하게 날아서 거의 그린 근처에 닿았다. 

K가 친 공은 길을 따라 달려서 아슬아슬하게 도랑 옆 에 멈추었다. 

모두들 격려를 해주었다. “굿 샷!"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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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  2022-05-02 오후 5:0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치 골프 중계를 본듯합니다.
새롭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짜베 기억 속에 남아있는 20여 년 전의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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