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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여행 (1)
2022-04-18 오전 10:29 조회 327추천 7   프린트스크랩

부산을 다녀온 것이 작년 이맘때라고 하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코로나 와중에 작년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2박을 하였었다. 

올해에도 해외에는 나가지 못하니 국내여행을 또 한 번 다녀오자고 하였다. 

나는 경주를 생각했다. 

그런데 승용차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경주에서 2박을 하려면 아무래도 승용차가 필요할 것 같았다. 

딸애가 절충안을 내놨다. 

경주에서 일박하고 해운대에서 일박을 하자고. 

좋다. 경주에서는 불국사만 보고 해운대로 가자. 기장에 가서 멸치 회를 먹자!


여행 전날이 바둑 모임 날이었다. 

코로나 확진 이후로 인터넷에서는 계속 바둑을 졌는데 이상하게도 오프라인에서는 몇 주째 계속 져온 그들에게 내가 승리를 거두었다. 

바둑이 끝난 후 음식점에서 나는 애써 술을 절제하려고 노력하였다. 

네 명이서 막걸리 6통을 마셨다. 아주 적당히 마신 것이었다.


새벽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한다고 하였다. 

5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가볍게 하고는 신문을 보면서 빵을 먹었다. 

아내도 일찍 일어나서 빵을 먹었다. 

모자란 잠은 고속버스에서 자면 되니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전철을 갈아탈 즈음에 딸애가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기운이 빠진다고 하였다. 

여행지에서 아내를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던 8년 전의 악몽이 떠올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떠나왔는데 제발 그런 일이 생기지 말아달라고 기도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약을 한 병을 사먹은 딸애는 속이 조금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이 국제공항만큼이나 깨끗하게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내가 서울의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동안에도 대한민국은 계속 발전을 거듭한 모양이었다. 

기분이 아주 상쾌하였다.


고속버스는 프리미엄 골드라는 차였다. 

의자를 조정하면 누워서 잘 수도 있었다. 

비상시에는 단추를 누르기만 하면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 정치해준다고도 했다.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더욱 기분이 좋았다.


경부고속도로에 접어든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차장 밖을 때렸다. 

어제까지도 초여름 날씨였는데 갑자기 오늘과 내일은 비가 온다고 했다. 

어제 저녁때 날씨가 더우니까 얇은 옷으로 갈아입을까 생각했었는데 만약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다.


경부고속도로니까 두 시간이면 대전에 닿고 그 때 쯤에는 아마 휴게소에 들를 것이다.

 그런데 차를 도중에 빙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하다. 경부에는 이렇게 돌리는 곳이 없었는데. 

창밖은 보이지 않고 차는 계속 달렸다. 

그런데 꽤 긴 터널도 지나간다. 

터널을 지나갈 때 무슨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창밖으로 어렴풋이 높은 산도 보였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차를 여러 번 돌린 탓으로 여겨졌다. 

딸애는 복도 건너 옆 좌석에서 커튼을 내려놓고 있었고 아내는 옆 좌석에 조용히 앉아있다. 

평소에 나는 멀미를 거의 안하고 아내와 딸애가 멀미를 했었는데 이거 완전히 쪽팔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일까? 아니면 아침에 빵을 너무 급하게 먹었나? 아니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입은 기저귀 팬티가 너무 조여서 그런 건가?


나는 속으로 계속 주문을 외웠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가 아니고 “참을 수 있다.” “참을 수 있다.”

몇 십분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기분이 좋았었나? 

심지어는 이번 여행을 글로 써 볼까하는 주책까지도 생길 정도였는데 그런 내가 정말로 한심하였다. 

“불과 몇 분 뒤의 상황도 예견하지 못하는 주제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다. 

할 수 없이 딸애에게 SOS을 쳤다. 

차가 휴게소로 들어갔다. 

문경휴게소였다. 

운전기사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정기 휴게소는 여기서 20분 정도 더 가서 있으며 여기는 한 승객의 비상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섰노라고. 

차 밖으로 나가는 나의 뒤통수가 무척 간지러웠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맑은 바람을 쐬어서인지 속은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20분 후에 낙동강 휴게소에 정차할 때는 편의점에서 약까지 사 마셨다. 

이후로 속은 더욱 좋아져서 경주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에는 완전히 나아있었다.


경주에는 전에도 여러 번 왔었지만 꼭 처음 오는 기분이었다. 

전의 모습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람’에서 모두 ‘신라인’으로 바뀐 기분이 들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불굴사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시내는 온통 빵집들이다. 

‘경주 빵, 찰 보리 빵.’ 

시내를 벗어나자 넓은 논들이 보였다. 

무척 넓은 논들이 계속 이어져 있었다. 

이곳만 보면 경주는 꼭 농업도시처럼 보였다.


불국사 정차장에서 버스를 내렸다. 

불국사를 향해서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풍경이 매우 낯설었다. 

나의 착각인지 예전에는 차에서 내리면 바로 엽서에서 보이는 그 그림이 바로 보였었는데 아무리 올라가도 절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바람은 왜 그렇게 센지 나무 우듬지마다 부러질 듯 바람에 휘날리며 바람소리가 아주 거세게 들리고 찬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잘 못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그냥 내려가자고 조르고 나도 그 의견에 동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딸애가 완강했다. 

불국사 하나만 보려고 왔으니 반드시 보고 가야한다는 주장이었다. 

계속 올라가니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장사꾼 두 명이 보였다. 

아내가 굵은 옥수수 한 개를 샀다. 

별로 맛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웬걸? 한 잎 물었더니 달콤하고 차진 옥수수 알갱이가 입안을 행복하게 했다.


매표소가 보였다. 

먹던 옥수수를 주머니에 넣었다. 

매표소를 지나 한 참을 가도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다. 

그러나 사천왕문을 지나고 연못을 지나니 드디어 그 유명한 그림이 눈 앞에 보였다. 

언제 보아도 멋있는 그림이다. 

실제로 보니 그림보다도 더욱 웅장했다. 

돌계단과 돌난간들. 돌을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요리한 솜씨이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도 되었으나 정면의 모양을 제대로 감상하며 왼쪽으로 움직였다. 

왼쪽 끝에서 절로 들어갔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혹시 이곳이 바로 그곳? 맞았다. 올라가보니 나한전이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다. 

조용히 감상했다. 

안에는 세 분의 부처님과 16인의 나한들이 모셔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부처님께 복을 빌지 않게 되었다. 

내가 해 드린 것도 없으면서 복을 비는 행동이 너무도 염치가 없어 보였다. 

그냥 조용히 세 번 합장하고는 전각을 물러나왔다.


불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앞에 섰다.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얼마 전에 서울시내에 있는 절을 찾은 적이 있다. 

공사 중이라 어수선해서 그런지는 모르나 풍경이 무척 삭막하였다. 

더구나 큰 탑과 석굴안의 부처님은 더욱더 어울려 보이지가 않았다. 

그 때 나름대로 생각한 바가 있다. 

크고 거창한 것 보다는 작더라도 우선 잘 만들어야하고, 그 다음에는 매번 쓸고 닦으며 잘 보살펴야한다고. 

큰 집에서 사는 썰렁한 가족보다는 단칸방이라도 오순도순 잘 지내는 가족이 훨씬 더 행복한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곳 불국사는 크면서도 잘 만들었고 보살피는 정성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러니 세계 유산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대성님은 얼마나 큰 공덕을 세우신 것인가?    (계속)

┃꼬릿글 쓰기
삼나무길 |  2022-04-18 오후 1:40: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예뜨랑 |  2022-04-20 오후 7:54: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영포인트 저는 예뜨랑님의 다음 글도 기다려집니다.
오월의장미 |  2022-04-21 오전 12:19: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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