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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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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러 왔습니다.
2022-01-24 오후 12:47 조회 554추천 8   프린트스크랩

우리 동네에는 00랜드라는 대형 목욕탕이 있었다. 

목욕탕과 찜질방, 대형 연회장, 식당, 매점, 한의원, 실내 골프연습장등이 모두 목욕탕에 속한 독립된 한 건물 안에 존재했다. 

목욕탕은 항시 손님들로 붐볐다. 

멀리 인천에서도 단골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하였다.


나도 즐겨서 그 탕을 찾았었다. 

일층 입구의 유리문을 열면 맨 먼저 구두 닦는 곳이 있다. 

그리고는 표를 파는 곳. 목욕만 하면 4천원이었고 찜질 복까지 빌리면 7천원이었다. 

표를 끊고 열쇠를 받은 다음에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는 이층으로 올라간다. 

왼쪽은 여탕이고, 오른쪽은 남탕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표를 내고, 옷장에 옷을 벗어놓는다. 

이곳에도 작은 매점이 있고 이발소와 화장실이 있다.


탕 입구에는 얇은 수건과 두꺼운 수건 두 종류가 수북이 쌓여있다. 

얇은 수건 한 장을 들고는 탕 안에 들어간다. 

서서 샤워할 수 있는 샤워기가 5개 있고 앉아서 사용하는 수도꼭지는 수 없이 많이 있다. 

우선 샤워기에 머리를 감고 몸에 비누칠을 하여 대충 씻은 다음에는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36도 정도 되는 중탕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앉아 있다. 

빈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된다. 

거기에서 몸을 예열한 다음에는 43도 되는 열탕에 들어간다. 

너무 뜨거워서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드시 열탕에 들어간다.

 거기를 들어가지 않으면 어쩐지 목욕한 기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열탕에 들어가면 더욱 추워지는 것 같다. 

춥고 뜨거워서 힘들지만 꾹 참고 있으면 몸에 땀이 나면서 견딜만해진다. 

이제 추위는 완전히 물러갔다. 

어느 정도 견디다가 탕을 나온다. 

성취감에 몸과 마음이 뿌듯하다.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이제는 냉탕에 들어간다. 

물이 차갑지만 열탕에서 단련이 되었기에 추운 것을 별로 느끼지 않게 된다. 

시원함을 느끼며 넓이 1.5미터 길이 4.5미터의 냉탕에서 사람들이 없을 때에는 수영까지 즐길 수 있다. 

냉탕에서 나온 다음엔 황토사우나, 황금사우나, 보석사우나와 냉탕을 번갈아 오락가락한다. 

가끔씩은 히노끼탕이나 쑥탕이나 폭포탕에도 들어가게 된다.


몸을 충분히 불린 다음에는 이제 때를 밀어야한다. 

몸이 안 좋거나 주머니 사정이 좋으면 12,000원을 내고 때를 밀 때가 있지만 보통은 얇은 수건을 이용하여 스스로 해결한다.


목욕의 즐거움과 멀어진 지도 이제 2년이 넘었다. 

그 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에도 꾸준히 버티던 00랜드에 작년 추석이 지나서 안내문이 붙었다. 

도저히 버티지 못하여 휴업한다는 공고문이었다. 

어려운 시절이 지나면 더욱 친절하게 고객님들을 맞이하겠다는 주인의 각오가 새겨져있었다.


안내문이 붙은 후에 내부공사가 시작되었다.

 매일 공사차가 들락거렸다. 

나는 휴업하는 동안에 내부공사를 해서 더욱 좋은 시설을 갖추게 되나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00랜드가 경찰서가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무엇, 목욕탕이 경찰서가 된다고? 그럼 범인들은 불가마에 가두게 되는 것인가?”


소문은 사실이 되었다. 

큼지막하게 새로운 간판이 달렸다.

 ** 경찰서. 

아아, 00랜드가 경찰서가 되다니 어쩐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경찰서를 리 모델링 해야 하는데 이삼년이 걸린다고 하였다. 

그동안 임시로 00랜드가 경찰서가 되는 것이었다. 

“잘 되었지 뭐, 목욕탕 주인에게도 잘 됐고, 우리 동네도 치안이 좋아지겠지.”


나는 경찰들에게 아주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다. 

몇 년 전 딸애와 아내가 산책을 나간 적이 있다. 

아내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걷는 것이 좋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나는 집에서 인터넷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다급한 딸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를 잃어버렸어.” 

나는 급하게 옷을 입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생각났다. 

딸애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그 자리에 꼭 붙어있으라는 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딸애가 보이지 않자 딸을 찾으러 길로 나선 것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딸애를 만났다. 

파출소에서 엄마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고 하였다. 

아내는 천변 길을 그저 한쪽으로만 무작정 직진한 것이었다. 

그 기나긴 길을 걸으며 아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다행히 천변이 끝나서 위로 올라간 바로 그 자리에 파출소가 있었다.


경찰서는 늘 한산하다. 

경찰차 몇 대가 주차된 것과 간판 빼고는 경찰서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주었는가? 

“주민들에게 되도록 모습을 보이지 말라.” 

경찰서를 안내하거나 경비하는 초소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친척하고 한번 들어가 볼까? 

“목욕하러왔습니다.”     (끝)

┃꼬릿글 쓰기
삼나무길 |  2022-01-25 오전 9:32: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一圓 |  2022-01-26 오전 9:48: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많이 힘드실수도 있을텐데 생활에 한 부분처럼 녹여 내시는 짜베님에 글은
때론 제게 힘이 되어 주시기도 합니다.
안개속 같은 세상은 늘 함께 다니며 답답했는데 마무리를 잘 맺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주향 |  2022-01-29 오전 8:23: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실을 이렇게 잼나게 표현할 수 있는 솜씨에 감탄합니다
언젠가도 언급한 기억이 있는데...
작가님은... 살 붙이지 않고 뼈대만 가지고도 독자로 하여금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하시
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좋은글 항시 고맙게 읽고 있습니다  
팔공선달 |  2022-01-31 오전 3:28: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새해도 건승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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