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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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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같은 세상 2
2022-01-11 오전 11:06 조회 524추천 6   프린트스크랩

새벽에 일어났다. 

간단하게 맨손체조를 해서 몸을 풀었다. 

몸을 푼 뒤에는 세수를 하고 옷을 입은 다음 밖으로 나섰다.


새벽공기가 상쾌하였다.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골목길을 지나 서둘러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긴팔을 입은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더위가 이제는 한 풀 꺾인 모양이었다.


무료급식소에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하여 이미 아주머니들이 나와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늘 재현이보다 한 발 앞서서 나왔다. 

밥과 반찬을 준비하는 중요한 일이 그들이 하는 일이었다. 

재현이는 그에 비해 허드렛일이나 거드는 편이라 다소 늦게 나와도 상관이 없었다. 

재현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식탁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한 쪽에 쌓여있는 식탁들을 제 자리에 배치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의지들도 가져다 놓았다. 

식탁을 정리하는 일이 끝나면 식판과 수저통을 배치해놓았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는 재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시작된다. 

밥을 푸는 일이다. 

커다란 솥뚜껑을 열면 하얀 김과 함께 구수한 밥 냄새가 코에 스며든다.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다. 

먼저 주걱으로 밥을 헤쳐서 고실 고실하게 만든 다음 어르신들의 식판에 한 주걱씩 퍼 드린다. 

숙달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밥을 덜기도 하고 더 푸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르신들을 보는 순간에 어느 정도로 밥을 퍼 담을지 자동적으로 계산이 되었다. 

몇 년째 해오는 봉사활동이다.

 안타까운 일은 이 봉사활동이 완전히 이타적인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하여 재현이가 계산적으로 선택한 일이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교문을 통과했다. 

00중학교. 운동장에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보도를 통해서만 젊은이들이 꾸역꾸역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은 토익시험이 있는 날이다.


중학생들의 책상이라 그런지 재현이의 체격에는 앉기에 상당히 불편했다. 

요즈음 학생들의 체격이 예전에 비해서 상당히 좋아졌다는데 책걸상은 아직도 교체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까짓것 뭐 점수만 잘 나온다면 이정도 불편함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저번 시험에서는 920점을 받았는데 아직도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안지 작성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하도 많이 들어서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저런 것 생략하고 그냥 바로 시험을 시작할 수는 없는 걸까? 

시험보다도 시험전의 긴장감이 너무도 싫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5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재현이는 모든 생각을 끊고 긴장감을 푸는데 주력했다. 

 신분증확인과 문제지배부가 끝나자 곧 바로 듣기평가가 시작되었다.


법학적성시험도 큰 짐이었다. 

재현이는 작년에 경험삼아서 한번 응시해 보았다. 

하위권의 로스쿨에 간신히 입학할 수 있을 정도의 점수가 나왔다.

 학원을 다니면서 꾸준히 준비했기에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줄 알았지만 결과는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책만 읽은 것이 후회가 되었다. 

언어의 이해 점수가 상당히 부족하였다. 

그에 비해서 추리논증의 점수는 그냥 만족할 정도였다. 

수학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모양이라고 자족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좀더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분야의 책에 집중해야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재현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때에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되고 로스쿨이 개교했다. 

사법시험 폐지를 아쉬워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재현이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고 3 때에 겪었던 수능 시험의 압박감이 아직까지도 뇌리에 지긋지긋하게 남아있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압박감을 또 다시 견뎌야한다면 얼마나 힘들 것인가? 

반면에 로스쿨은 그 압박감이 분산되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만 하다고 여겨졌다. 

대학교 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무난히 로스쿨에 합격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또한 로스쿨 생활을 충실히 한다면 변호사 시험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대학교 졸업까지 한 학기 반이 남은 지금 학점 관리는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이번 학기 기말고사를 잘 치르고 다음 한 학기만 무사히 넘기면 학점은 로스쿨에 진학하기에 충분한 점수였다. 


곧 있을 법학적성시험도 잘 치를 자신이 있었다. 

토익점수도 만족할 만하고, 봉사활동이나 면접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해 놓았다. 

재현이는 내년 이맘때에는 틀림없이 자기가 어느 대학의 로스쿨 교정에 서 있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장담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재현이는 적성 상 자기는 판사보다는 검사가 더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리에 앉아서 이 것 저 것 판례만 뒤적거리는 것 보다는 직접 몸으로 뛰면서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활동적이고 스릴 있는 일인가? 

범죄 영화에 나온 주인공 검사가 좌충우돌하면서 활약하는 장면이 머리에 그려졌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 나쁜 사람들을 찾아서 모조리 검거한다면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법 없이도 살 사람’ 이란 말이 있다. 

세상이 모두 다 그런 사람들로만 채워진다면 아무런 근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나쁜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고 그런 세상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미리 예방을 해서 나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을 법이 할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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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길 |  2022-01-11 오후 8:23: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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