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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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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꿈
2021-12-05 오후 12:21 조회 819추천 11   프린트스크랩

즐거운 꿈이었다.
아내와 나는 집을 구하려 다녔다.
나의 직장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보러갔다.
직장에서 대출을 보장해준다고 하였다.
 아파트를 보고 있는데 아파트에서 여러 가구가 모여서 김장을 하고 있었다.
아파트가 다가구 주택으로 변한 것이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고층아파트인데 제비 호를 타고 한 바퀴 휘 돌고 싶었다.
 집 주인이 어릴 적 만화책에서 본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중계 인이 신나서 그 사실을 증폭시켰고 나도 덩달아서 거기에 동조하고 있었다.
라이파이의 모험이라고나 할까?
아파트를 뒤로하고는 다른 주택을 보러갔다.


주택은 나의 직장에서 다소 떨어져있었다.
아파트는 바로 직장 주변인데 주택은 계곡을 건너 다른 편에 있었다.
비록 직장 건너편이지만 걸어서 출퇴근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주택으로 가는 길에 큰 동굴이 보였다.
기억이 났다. 아들하고 둘이서 그 동굴을 탐험했었다.
동굴에서 배를 타고 금빛 불상 앞에서 기도한 생각이 났다.
“아, 나 저기 갔었어.”라고 내가 아내한테 애기했다.
동굴을 지나서 주택단지에 도착했다.
 주택에는 마당이 있었고 텃밭도 있었다.
주택 뒤편으로 가자 바로 옆 에 교회가 보였다.
“일요일에는 시끄러울 텐데”라고 생각했다.
교회 뒤편으로는 바위들이 모여 있어서 아들 녀석하고 휴일에 재미있게 숨바꼭질 하며 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주택 앞으로 나오자 건너편으로 높은 산과 평원이 보였다.
마치 파미르 고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같았다.
“아, 이 멋진 곳에서 내가 살게 되겠구나.” 감탄하면서 꿈에서 깨었다.


꿈이 깨었어도 기분은 그대로 좋은 상태였다.
아들 녀석이 어리고 아내도 아직 건강한 젊은 시절이었으니.


이렇게 좋은 꿈을 꾼 날은 역시 하루가 기분 좋게 풀리었다.
꿈이 컨디션을 좋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좋은 컨디션이 즐거운 꿈을 잉태하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현재 하루 전에 과음하여 딸내미한테 견제를 받는 상태였다.
 밥도 안주고 내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술을 끊기로 한 때는 결심했지만 그 결심은 바로 무너져버렸다.
원래 내가 그렇게 모진 인간이 아닌 것이다.
술 때문에 내가 일찍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에 같이 근무했던 후배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술을 좋아하는지 그 친구는 스승의 날 학생들이 소주 한 병을 정성껏 포장해서 선물로 주기까지 했었다.
노래방에서 그 친구는 김정호의 ‘이름 모를 소녀’를 구성지고 우렁차게 불렀었다.
근육질이고 강골인 그 친구는 건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상태였다.
그 친구가 상처를 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혼했는데 비가 오는 날 산에 간다고 하고는 행방불명이 된지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나는 딱 한 줄의 유언을 남기려고 한다.
유난히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은 아내를 위하여
 ‘여보, 너무 많이는 울지 마.’


아침 신문을 읽는데 AI와 인간이 협업하여 소설을 썼다고 하였다.
그 AI에게 폰 노이만의 집합을 학습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그 기사를 보자 얼마 전에 내가 잡문하나를 써서 묵혀두었던 것이 기억났다.
집합과 관련된 사소한 내용인데 일반 사람들이 보면 “이 새끼 가방끈 자랑하나?”라고 욕을 먹을 까봐 처박아두던 것이었다.
신문을 보자 용기가 났다.
AI가 집합을 공부할 정도면 일반인들에게도 집합애기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바로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점심 때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나 였다.
 딸애는 2인 분 만의 밥상을 차렸다.
 나는 잘 됐다 하고는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예전의 그 소머리국밥집으로.
기대하지 않던 호사를 누렸다.
소머리 국밥과 소주 한 병, 깍두기, 열무김치, 겉절이김치.


점심을 먹고는 술도 깰 겸 뒷동산의 축구장에 올라갔다.
축구장의 편의점도, 축구장도 사람이 한명도 없이 한산 하였다.
코로나 4단계 집합금지의 효과였다.
농구장의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그래도 농구장에는 너 댓 명의 청년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농구장 옆 운동기구에는 두 명의 여인네가 와서 운동을 하였다.
제법 요염한 포즈의 자세들을 취하고 있었다.


아내와 잠자리를 가졌던 기간이 가물가물하다.
 아내는 아프기 전부터 그 일을 싫어하였다.
처음에 나는 무척 좌절하고 분노하였다.
성질이 난 나는 새벽 두시에 뒷산에 올라갔었다.
귀신이든 강도든 나에게 걸리기만 하면 그냥 작살을 내버리겠다고 결심하고는 산을 올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뒷동산의 정자에 올라가서 가부좌를 틀고는 4시까지 명상에 잠겼다가 내려왔다.


이제는 아내와의 관계는 포기한 상태이다.
00가 건강에 좋고 어떻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내를 설득하여 그 관계를 유지할 만한 능력과 열정이 이미 없어진지 오래이다.
연정화기, 연기화신, 연신환허를 꿈꾸어보지만 그것도 2주 이상을 버티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면 **는 남자들의 성 범죄와 안타까움을 해결해주는 최선의 방책인 것 같다.


무언가 큰 이상을 품고 매진해야하는데 눈앞의 작은 것에만 매달리는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럽다.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꼬릿글 쓰기
Acod8938 |  2021-12-10 오후 12:05: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부인 잘 챙겨주시고,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게 곧 행복이라 생각하고 살라 가
시길. **는 한번쯤 고려 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Acod8938 (소머리 국밥과 소주 한 병, 깍두기, 열무김치, 겉절이김치). 제일 좋아하는 상 차림
인데 ㅎㅎ. 침 넘어갑니다.
짜베 가만히 보니 내 또래의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처지가 많더군요.
그냥 저냥 죄나 짓지말고 조용히 살다 가야겠습니다.
담야타!
Acod8938 짜베님, 솔직하고 재미있는 분 이시군요. 글 정독으로 한번 더 읽었습니다.
옆에서 훔처보던 와이프도 이분, 글 잘 쓰셨네..^^
주향 |  2021-12-12 오후 7:10: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매번 느끼는 것 이지만 참... 글이 맛있다. 이런걸 느낌 니다
조미료도....... 덧살도 없는데.....감칠맛이 느껴 지거든요......
감사히 읽엇 습니다  
짜베 tv에서 자기 어머니와 유명 세프들이 요리한 것을 감별하는 프로를 방영하더군요.
나 같으면 100% 맞추었을 겁니다. 무조건 최고로 맛 없는 것을 고르면 되니까요.
행상하시느라 살림에 별 신경을 쓰지 못한 어머니 였으므로.
어릴때 김장에서 노란 배추속을 본적이 없습니다. 텃밭에서 대충기른 배추로 소금과 고추가루만 넣고. 그래도 익으면 담백하고시원한 맛이 났었지요.
삼나무길 |  2021-12-13 오전 9:48: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짜베 이 글 올려놓고 후회를 했습니다. 삭제할까도 생각했었지요. 그래도 자성의 기회로 삼고자 그냥 견디기로 했습니다. 그대신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쓰기로 결심했지요.
좋게 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一圓 |  2021-12-22 오후 2:46: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거의 한 해 동안에 쓰셨던 글들을 며칠 만에 읽고 나니
계절이 바뀌는 시간 시간마다 느껴야하는 공감이 작아지는 건 아닌 가해서
몇 편은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년 배도 거의 같으시고 해서인지 쓰시는 글에 항시 공감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술을 나누어 마실 건강을 지키지 못한지라 언제라도 한 번쯤은
즐겨 가시는 곳에서 술 한 잔 나누었으면 하는 아쉬움만 갖고 삽니다.
중랑천이 흐르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양주가 사는 곳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늘 잔잔한 웃음을 주시는 가족들의 이야기 오래 들려주시기를 바라며
건강을 기원 드립니다.

p.s
즐거운 꿈 그리 야하지 않습니다 ㅎ. 100% 공감입니다.  
짜베 저는 일원님의 유려한 글 솜씨가 아주 부럽습니다. 님의 글 몇편을 전에 감명깊게
보았습니다만 저도 다시 한번 천천히 음미하면서 님의 글 전체를 볼까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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