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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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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집과 잘 되는 집
2021-12-03 오전 11:26 조회 716추천 10   프린트스크랩

자유시간이 생겼다.
 아내와 딸이 한 달에 한번 있는 모임에 가는 날이다.
아! 나는 점심때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딸애가 출발하면서 누누이 술을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는 “그래, 안 먹겠다.” 라고 약속했지만 이 정도 거짓말은 이제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뱉어낼 만큼 충분히 닳고 닳은 상태이다.


오늘은 짜장 면에 이과두주를 한 잔 하기로 결정했다.
며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소머리 국밥에 소주 한 병, 쌈밥에 소주 한 병, 백반 정식에 막걸리 한 병 등등 메뉴는 수 없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독한 술을 마셔본지 오래되었고, 얼마 전에 TV에서 중국음식과 고량주에 대해서 방영했을 때 이미 그쪽으로 마음이 가 있는 상태였다.
마실 때의 짜릿함과 향기, 그리고 독한 술과 맵지 않은 짜장 면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리고 마시는 동안엔 내가 그 유명한 이태백이나 두보나 신기질과 벗이 된다는 착각까지 겸할 수 있으니 얼마나 큰 호강인가?


중국음식점도 여러 군데가 있지만 오늘은 질보다 양으로 그리고 최고로 저렴한 곳을 골랐다.
지하의 음식점인데 예전에 이곳의 중국음식점은 하수도 냄새가 나서 내가 꺼려했었는데 결국은 망하고 새로운 주인이 들어선 곳이다.
실내에서 나던 냄새는 완전히 없어졌고, 건물 외부에 눈에 띠던 쓰레기도 자취를 감추었다.
맛의 변화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상황은 확실히 바뀌었다.
건물 내부의 세세한 환경도 멋지게 변신했다.
확실히 주인의 창의력이 나의 기대를 넘어선 느낌이다.
이곳은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우리 동네에서 괄목할 만한 변신을 한 곳이 있다.
지금은 한식집을 하는 곳이다.
백반정식이 주이지만 아귀 탕, 해물 탕 찜 등을 하는 집이다.
이곳은 예전에 무슨 칼국수 집이었는데 주변이 한산하고 어두웠었다.
 내가 몇 번 방문하려다가 공교롭게도 쉬는 날이어서 두 번인가 허탕을 친일이 있는 곳이었다.
새로운 주인은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우리 동네에서 홍어 찜을 팔았었다.
아내가 홍어회는 먹지 못하지만 홍어 찜은 잘 먹어서 자주 방문을 했었다.
그 홍어회 집도 잘 되지는 않았다. 한산했다. 그야말로 파리채를 집어들을 정도였을까?

홍어회집을 하던 주인이 새로 그 집을 인수하고부터 그 집은 대박을 날리고 있다.
항시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분명히 외진 곳이었는데. 누가 와도 이곳은 성업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한 첫 번째 원인은 빛이라고 여겨진다.
예전에는 그 곳 주변이 항시 어두컴컴하였었다.
그런데 새로 음식점을 개점하면서 바뀐 것이 밝은 빛이었다.
아마 전등을 최신식으로 바꾸었으리라.
‘태초에 빛이 있었다.’라고 했던가?
밝은 빛이 주변을 비추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마도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 잘되고 안 되고는 주변의 환경 탓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주인의 실력과 열정과 운 등이 겹쳤을 것이다.
어쨌든 동네에서 잘 나가는 집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흐뭇한 일이다.


이과두주를 마시는 동안 음식점의 TV에서는 이준석의 잠적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째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런 판단력을 갖추기 못했을까?
작금의 상황을 제갈공명처럼 뚜렷이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가 어서 글을 한 편 올리라고 재촉이다.
글을 한 편 써 놓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내용이 꺼림직 한 것이다.
어느 분인가는 자기 생전에 책을 펴내지 않는 조건으로 자서전 출판에 동의 했다는데 내게도 나름으로는 바로 그런 글이다.
그러나 듣보잡인 내가 사실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독자들에게 돌팔매를 맞는다면 그것 자체로도 매우 영광스런 일이 아닐까?
 “그래, 올려버리자.” 라고 결심했다.


술도 깰 겸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커피 집에 들러서 젊잖게 아메리카노 미지근한 것으로 한잔 할까 꿈꾸다가는 생각을 바꾸었다.
추레한 내 꼴로는 오히려 그 집에 해가 될까 걱정이 되어서다.
편의점에 들러서 따끈한 커피를 한 잔 샀다.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는데 늦게 온 주민이 허겁지겁 들어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은 닫히고 있었다.
 열림 단추를 눌렀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온 아주머니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지적을 했다.
 “마스크를 안 하셨네요?”
어, 아니 이게 웬일인가? 아, 이 상태로 온 동네를 헤맸단 말인가? 아이고 맙소사.


늦게 들어온 아내와 딸 녀석이 왜 술을 먹었느냐고 야단을 쳐댔다.
나는 안 먹었다고 항변했다. “나는 술을 안 먹었다. 마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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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ong |  2021-12-03 오전 11:29: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ㅎ
나는 술을 안 먹었다. 마셨을 뿐이다
 
⊙신인 |  2021-12-03 오후 8:09: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은 엄살이 심하다.
아내나 따님 때문에 술을 마음대로 못마신다고 엄살이지만, 실은 먹고 싶을때 마시고, 마
시고 싶을때 먹는다. 능수능란한 애주가시다.
글만 자주 올려주시면 더 좋겠다!^^  
주향 |  2021-12-03 오후 10:37: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의 글을 접할땐 웬지 꾸밈이 없어도 진한 화장을 한 것같은.... 글의 내용이 참으로
달콤하다
이것도 글쓰는 재주 이려니~~~ 라고 생각만 하기엔 글 내용이 너무 맛있다....
뼈에 살 안 붙여도 이렇게 재밋는 글이 될 줄이야~~~~ 감사히 읽었습니다  
짜베 독자님들의 격려에 힘입어 그 동안 올릴까 말까 망설여지던 19금 글을 곧 올려드리겠습니다. 날아오는 돌팔매는 기천의 반장으로 쳐내면 되니까요.
화자유민 |  2021-12-05 오전 2:32: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머리 식힐 겸, 잠시 눈팅을 하다가 짜베님 글이 올라와서 읽고 몇 자 올려 봅니다.

(의학적으로가 아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냥 알콜중독자와 차별(?)된 애주가의 차이를 말하자면,
“그냥 무조건 술이면 된다.”의 알콜중독자와,
“안주가 술을 부르고 술이 안주를 부른다”는 애주가의 차이는,
매우 두꺼운 종이 한 장 차이죠.^^.

저는 과거부터 맥주는 별로 안 즐겼고, 젊었을 때는 막걸리는 많아 마셨는데,
요즘 와서는 막걸리도 배가 불러서 잘 안 마시고, 거의 소주이고,
독주(毒酒)로는 중국풍의 안주에 중국 술을 즐기지만,
요즘 와서는 코로나로 인해서 중국 친구가 안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가서,
요즘은 가끔 혼자 간단한 안주를 직접 만들어서 40도의 ‘수성고량주’를 즐깁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짜장면에 이과두주를 곁들일 정도면 진짜 애주가이십니다.^^.

짜베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술 한잔 같이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가족 모두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화자유민 참고로.
현재 한국에서 특정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 백주로는 39도의 ’공부가주’와 34도의 ‘연태고량주’가 있으나,
한국의 40도 백주 ‘수성고량주’가 훨씬 가격도 싸고 좋다고 봅니다.
꼭 가격 대비를 하지 않아도 그냥 술 자체로 만 따져도 중국 백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중국 화교 출신이 만든다고 알고 있음.)
그래서 저는 작년부터 ‘수성고량주’로 갈아탔습니다.^^.
(※ 마트에서 ‘공부가주’와 ‘연태고량주’는 반 근(250mL) 기준으로 16000원이 넘어가고,
수성고량주는 반 근(250mL)에 5000원 정도입니다.)
짜베 수성고량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는 동해고량주를 즐겨 마셨었는데요. 요즈음에는 안보입디다.
어머니가 동해고량주를 드셔보고는 "이거 옛날 소주 맛이다."라고 말씀하셨었지요.
Acod8938 |  2021-12-10 오후 2:41: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온 동네가 먹자골목 이군요. 먼 곳이 아니라면 같이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쩝
글, 재밌습니다 짜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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