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7억 진실 5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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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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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7억 진실 5
2021-07-23 오후 7:21 조회 324추천 7   프린트스크랩

천 도진은 박 기대 상무가 건네준 서류를 의아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프로 숍의 임대 계약자 명의를 변경하라는 말과 함께 신규 임대사업자의 인적사항과 각종 증명 서류만 건네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갔다.

신규 임대사업자의 이름은 윤 미영이었다. 천 도진에게 이 이름은 아프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으나, 첨부된 증명 서류들은 그녀가 바로 아직 한 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엄마임을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낯선 여자의 증명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

엄마라는 단어는 천 두만 앞에서는 금기어였다.

그런 천 두만이 엄마를 프로 숍 임대업자로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동생 미진이가 할머니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에 엄마가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 때문에 울며 집에 들어와 나는 왜 엄마가 없냐고 할머니께 따져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머뭇거리던 할머니는 깊은 한숨과 함께 네 어미는 팔이 잘려서 불구자가 된 아버지와 어린 자식들을 남겨둔 채로 집을 나가버린 나쁜 사람이니, 찾지도 말고 보고 싶어 하지도 말라고 엄하게 말했었다.

그때의 할머니 표정이 너무도 결연해서 그 뒤로 남매는 한 번도 엄마 얘기를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엄마의 인적사항은 파악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찾아 나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 엄마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무슨 의미에서인지 아버지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

 

천 도진이 임대업자 관련 서류를 들고 사장실에 들어서자 천 두만은 아들이 왜 자신을 찾아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들에게 말없이 소파에 앉도록 손짓했다.

아들이 자리를 잡자 그는 소파에 앉는 대신에 창가로 갔다.

그렇게 서로는 시선을 피한 채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아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그분이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내도록 결정을 내리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씀해주시기 원해요! 지금은 미진이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 사실을 미진이가 아는데 얼마나 걸리겠어요.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건데요!”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하고 있는 아들의 주장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물어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천 두만은 아들에게 어떤 이유도 말해줄 수가 없었다.

아직 자신마저도 애들의 친모를 인정하고,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용인해야만 하는 지금의 현실이 싫었다.

그런 마당에 아들에게 사실을 말할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하는 것으로 했다거나, 이해를 하라거나 또는 다른 명분을 둘러 댈 수도 없었다.

아들아! 미안하다. 애비는 네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해줄 수가 없구나!”

대답을 하는 천 두만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천 도진은 몹시 놀랐다.

아버지의 사과를 처음 들은 때문이 아니었다.

떨려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그의 마음이 울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버지가 난생 처음으로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저분의 마음을 울게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어머니란 사람에게 다시 화가 치밀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있던 그는 자리를 박차고 사장실을 뛰쳐나와 버렸다.

 

아들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을 등 뒤로 느낀 천 두만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마음이 진정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아들과 마주 앉지 않기 위해서 창가에 섰지만 막상 자신이 눈물까지 흘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새삼 자신이 나이를 먹었음을 느꼈고, 자신의 마음도 많이 나약해져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 들어 신경안정제를 먹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신경안정제를 한 알 삼키고 가만히 의자에 기댄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직원이 언제 들어와 업무 보고를 할지 알 수 없었다.

빨리 마음을 안정시켜야만 했다.

 

사장실에서 뛰쳐나온 천 도진은 박 상무를 찾아갈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도 아무런 설명을 안 해 주리라 생각되었다.

사무실에 들어간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아 그는 그길로 회사 밖으로 나와 버렸다.

무작정 밖으로 나왔지만 딱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막상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어디 마땅히 갈 곳이나 할 일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무작정 헤매던 그는 자신이 할머니 산소를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오랜만에 찾는 할머니 곁이었다. 산소를 한 바퀴 돌아보고 절을 올리고 나서 잠시 앉아있던 그는 갑자기 울컥해졌다.

자신의 삶에서 거세되어 버린 엄마의 빈 자리에 대한 서러움이 한꺼번에 솟구쳐 올랐다.

그곳에서 그는 소리 내어 울었다.

 

조금 마음이 차분해진 그는 동생 미진이를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미진이가 머잖아 혼란스럽고 힘겨워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오빠로서 그 힘든 과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길은 자신이 먼저 말을 꺼내서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것이라고 여겼다.

미진이의 홍보회사에 들어서니 다행히 그녀는 직원과 업무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갑작스레 들어선 그를 보고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손을 들어 간단히 아는 체를 하고, 소파에 앉아 신문을 뒤적였다.

회의를 마친 그녀가 그를 향해 물었다.

커피를 줄까, 음료를 줄까?”

커피로 줘라

그녀가 커피 두 잔을 들고 오더니 회의실을 가리켰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회의실로 따라 들어갔다.

그녀의 눈에는 궁금증이 가득했다.

아까는 직원이 있어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느냐 묻지 못했는데, 지금은 가까이에서 보는 오빠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어서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도진은 그런 그녀를 아랑곳 하지 않고 말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다.

미진도 하는 수 없이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너 엄마 보고 싶어?”

불쑥 꺼내는 오빠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왜 물어?”

그냥 대답해봐

! 보고 싶어

넌 곧 엄마를 보게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도진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미진은 화가 났다.

오빠! 전화도 없이 불쑥 찾아와서는 엄마 보고 싶으냐고 묻고, 곧 보게 될 거라고 하고, 도대체 뭐야? 얼굴은 잔뜩 굳어가지고.”

비로소 그가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오빠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빠, 왜 그래!”

도진은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아까 박상무가 건넨 임대사업자 서류에 있던 증명사진을 꺼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여자가 우리 엄마야!”

사진을 보는 미진이의 눈이 점점 커지는 것을 그는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꼬릿글 쓰기
머루 |  2021-07-23 오후 10:00: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돌아온 엄마 윤미영 !! 그 가족들과의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들이 어떻게
풀릴수 있을런지 궁굼합니다.
매회 고맙습니다.  
⊙신인 꼬릿글 감사드립니다.
그저 '혈육'이 갖는 의미를 고민해보았습니다.
부모가 나를 위해 불의를 저질렀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그 이득이 크면 클수록 갈등은 작아지지는 않을까.
그래도 나는 정의로울 수 있을까? 저는 자신을 잃게 될 듯합니다!ㅠ
자포카 |  2021-07-25 오전 4:49: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연재하는 글이 있을 때 작가의 일상은 어떠한 지 궁금합니다.
한 주일간 머릿속에 이어지는 내용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을 까 궁금해집니
다. 머리가 명료하지 않고 무거울 것 같습니다.
이 폭염에 독자들을 위해서 고생하시는 작가님을 마음속 응원으로 보답합니다. 감사합니
다.
 
⊙신인 제게는 어려움과 감사함이 공존합니다.
부족한 역량으로 어렵고,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속 응원'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
로 노력중입니다.
부디 마지막회까지 응원해주세요~^^
dltjdqja |  2021-07-25 오후 7:25: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엄마
영원히가슴속에있지앉을까요
잘읽고행복했읍니다
늘감사합니다  
⊙신인 '어머니'라는 존재로 인해 내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일이잖
아요. 그 존재를 부인할 수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그 존재가 제게는 하늘입니다!
늘 감사합니다~~^^
주향 |  2021-07-26 오후 3:52: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만일 제가 글을 쓴다면 ... 일주일에 한번씩 연재는 하지만 .. 어떤날은 밤을 하얗게 세울 수도 있고 즉, 몇주 분량의 글을 써 내려 갈때도 있고 (오히려 필~~의 연속성 이랄까? 그래서
밤 세워가며 쓰는게 보통 일 것 같고 ) 또 몇주간은 아예 잊고 살 것 같기도 해요
다만 한주 분량을 끊어서 게재 하지만 몇주 분량의 글은 이미 집필해 놓았을 듯 싶네요
독자들의 번응이 집필해 놓은 글과의 괴리가 크다면... 혹, 내용이 살짝 바뀔수 도 있을것 같기도 하고...암튼 제 생각 입니다요.... 자포카님!!!
좋은글 항상 감사 합니다  
⊙신인 [주향]님의 다양한 추측안에 제 행태가 포착당했어요!^^
다만 번민이 많음은 부인하기 힘들군요,,,ㅠ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는 기우님들의 응원이 무척 고맙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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