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용기 (최종회)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짜베
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휴일의 용기 (최종회)
2021-07-06 오전 11:01 조회 264추천 5   프린트스크랩

밑에 보이는 전망이 훌륭했다.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과 그 옆의 골짜기가 눈에 들어왔고, 그 아래로 도시가 보였다.
아파트가 여기 저기 빽빽하게 들어차있고 도로에는 장난감 같아 보이는 차들이 느리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조그만 점처럼 작게 보였다.
도시는 저 멀리까지 아득히 뻗어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산들이 첩첩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널따랗게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진규의 마음도 덩달아 넓어진 것 같았다.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상사에게 급하게 대든 자신이 부끄러웠다.
돌이켜보니 진규는 남을 괴롭힌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진규네가 세 들어 살던 집에는 총 세 가구가 거주했다.
건넌방에는 부부와 4남매가 살고 있었다.
첫째 딸은 중학교 2학년 이었고, 둘째딸은 초등학교 5학년, 장남은 초등학교 3학년, 그리고 막내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이었다.
그 막내가 진규의 괴롭힘 대상이었다.
그 애는 장난이 심하고 진규의 말을 거의 듣지 않았다.
진규가 주의를 주어도 막무가내이었다.
화가 난 진규는 그 때마다 그 애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그 애는 즉시 울면서 자기네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면 방에서는 그 애의 형과 누나들이 뛰쳐나와서는 진규에게 앙앙거리며 대들었다.
가만히 있을 진규가 아니었다.
같이 그들과 말싸움을 했다.
보다 못한 아줌마들(진규의 어머니를 포함)이 진규를 나무랐다.
 “애야, 저 애는 어리잖니. 너 같은 큰애가 양보를 해야지.”
 진규는 여기에도 토를 달았다.
“저 애가 어리듯이 아줌마들한테는 제가 어린 것이 아닙니까?”
아줌마들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그만 입들을 다무셨다.


바위 위에서 어느 정도 쉰 진규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아직은 멋있게 우뚝 우뚝 서 있는 바위 봉우리들이 저 위로 올려다 보였다.
 어떤 봉우리에는 암벽 등반가들이 올라가 있는 곳도 있었다.
때로는 걷고 때로는 기면서 한 참을 올라가니 어느새 몇 개의 봉우리들은 발밑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발의 위대함을 새삼 느꼈다.


주능선 위에 올라서니 길은 다시금 편안해졌다.
판판하고 하얗게 다져진 길을 성큼 성큼 내딛었다.
나무숲을 지나자 눈 아래로 반대편의 계곡이 보였다.
그 계곡 중턱에는 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꽤 큰 절이었다.
저 계곡에는 좁은 등산로 밖에 없는데 어떻게 저런 큰 절을 지었는지 궁금했다.
길 옆 언덕에는 토치카가 있었다.
이 높은 곳에까지 토치카를 지은 것을 보면 방어에 엄청 신경을 쓴 듯했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꼴이 아닐까? 과거의 전쟁이면 모를까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현대전에 이런 토치카가 무슨 소용이 될까?


드디어 꼭대기 봉우리들이 올려다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위도 올려다보고 아래도 내려다볼 수 있는 천혜의 숨은 장소가 있었다.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바위였다.
바위에 앉아서 짐을 풀었다.
오이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어디선가 고양이 세 마리가 나타났다.
하는 짓으로 봐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많이 얻어먹은 모양새였다.
 “어떻게 하나? 줄 것이 없는데.”
고양이들의 몸은 아주 매끈하고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자기 관리가 아주 철저한 탓이리라.
진규가 사는 집 근처에 버려진 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비록 주인에게 버려진 고양이 이지만 주민들이 때마다 먹을 것을 주기 때문에 집고양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살이 뚱뚱하게 쪘고 빈둥빈둥 낮잠이나 자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털은 제대로 관리가 안돼서 그런지 거칠거칠하다.
어느 날인가 이 고양이가 졸고 있던 의자에서 후다닥 뛰어내려 도망쳤다.
고양이는 황급히 연립주택의 빈 틈새로 숨어들어갔다.
 벌벌 떠는 것이 눈에 보였다.
고양이가 도망친 의자에는 어치 한 마리가 날아와 위 아래로 설치면서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큰 고양이가 비둘기 반 정도의 크기에도 못 미치는 조그만 새에게 쫓겨 달아난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집 고양이라 그런가?
저들 반 야생 고양이들은 그렇게 겁쟁이들이 아니겠지?


눈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들의 모양은 모두 달랐다.
어떤 것은 날씬하고 어떤 것은 장엄하고, 토끼같이도 보이고 곰같이도 보이고.
모두들 하얗고 매끈하게 보이는 것은 똑 같았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서 속살이 보이는 탓이리라.
 아주 오래 전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한 일단의 용암들이 새로운 세상에 나아가고자 모험을 했다.
그들은 위로 솟구쳤다.
그들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마지막 걸림돌만 제거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 걸림돌은 만만치가 않았다.
편마암으로 된 그 걸림돌은 훨씬 더 오래전에 세상에 나왔다.
세상의 온갖 풍파를 체험한 그들은 이제 그들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자연과 어울려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젊은 용암들이 그 평화를 깨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젊은 용암들은 울분에 휩싸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저 자기들끼리 결속을 다지며 후일을 도모했다.
그들은 서서히 식어가서 심성암이 되었다.
 세월이 계속 흘러서 편마암이 씻겨 내려가자 그 심성암은 지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결속을 다져서 커진 석영, 운모, 장석의 결정들로 이루어진 그 바위가 바로 저 화강암들이다.
진규는 오래 오래 인고를 거듭했을 저 바위들에게 존경심을 품었다.
그렇다! 바로 눈앞의 어려움에 좌절해서는 안 되겠지. 무언가 비전을 갖고 현실을 이겨내야 되겠다.


진규는 하산을 준비했다.
 배낭을 메고, 스틱의 끝을 막고 있던 고무마개를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스틱의 끝이 뾰족하게 들어났다.
스틱을 돌려서 길이를 조정하고는 일어섰다.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스틱으로 디디면서 걸으니 그냥 걷는 것보다 무릎이 훨씬 편했다.


한 참을 내려가고 있을 때 저 밑에 아가씨가 보였다. 복장이 낯익었다. 버스에서 본 암벽등반 아가씨가 분명하였다.


아가씨는 산악구조대원이었다.
구조대 산장에 짐을 가져다 놓고, 밀린 잡무를 처리하고는 바로 산을 내려가는 중이었다.
진규는 아가씨를 따라잡기 위하여 발길을 재촉했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아가씨를 추월할 수 있었다.
그 때였다.
저 앞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그들을 향하여 돌진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비키세요.”
진규는 다급하게 외치면서 아가씨 앞으로 나섰다.
스틱을 모아서 두 손에 쥐었다.
군대에서 연마한 총검술의 기본동작인 ‘차려 총’ 자세를 취했다.
멧돼지의 커다란 어금니가 보였다.
예전에 사냥 책에서 본 기억이 났다.
멧돼지가 어금니로 사슴의 배를 그으면 그대로 사슴의 창자가 쏟아져 내린다는 내용이었다.
 멧돼지의 어금니는 무서운 무기였다.
오죽하면 성난 멧돼지를 보면 호랑이나 표범도 그냥 슬그머니 길을 비켜준다고 했을까?
진규는 이를 악물고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벌름거리는 멧돼지의 코가 바로 눈앞에 보였다.
위기일발의 찰나, 멧돼지는 스틱의 뾰족한 부분을 의식한 모양인지 약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규네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냥 책에서 기억나는 부분이 또 있었다.
 한 번 스치고 지나간 멧돼지가 다시 방향을 틀어 돌진해오는 시간은 불과 몇 초 이내란 사실이었다.
진규는 방향을 바꾸어 다시 돌아올 멧돼지에 대비하였다.
 다행이 이 멧돼지는 사냥 책에 나오는 그 멧돼지들하고는 다른 모양이었다.
그대로 직진하여 앞 능선으로 올라갔다.


멧돼지가 사라져 보이지 않자 진규는 긴장을 풀었다.
“휴, 살았구나.”
 꽉 잡은 두 손이 펴지지가 않았다.
아가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었다.
한참 후에야 아가씨가 일어나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진규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 뭘요.”


갑자기 진규의 눈에 아가씨의 이마와 눈이 무척 예쁘게 보였다.
얼마 후 진규와 아가씨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는 순두부집의 출입문을 잡아당겼다.  끝.

┃꼬릿글 쓰기
⊙신인 |  2021-07-06 오후 3:34: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해피엔딩~~^^
혹시 짜베님의 젊은 시절 회고담은 아닐까?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다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