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용기 3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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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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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용기 3
2021-07-03 오전 11:29 조회 284추천 8   프린트스크랩

등산로 초입은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그 중에는 쌍쌍의 남녀 커플도 상당히 보였다.
진규의 부모님은 진규가 짝을 찾아 결혼하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러나 진규는 꿈속에서도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는 제 한 몸 추스르기도 바빴다.
이제야 독립했지만 월세 생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전세방을 얻는다고 해도 문제는 많았다.
결혼을 하면 아이들을 낳아서 길러야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잘 기른단 말인가?
어릴 때 어렵게 살아오신 진규의 부모님은 자기들이 한 고생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결심하시고는 형편이 닿는 대로 자식들을 위하여 애쓰셨다.
그런 부모님의 기대는 충족이 된 셈이었다.
 진규 남매는 그런대로 남부럽지 않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진규는 자기 자식들을 자기보다 더 잘 키울 자신이 도저히 없다.
진규의 아버님은 외벌이셨다.
진규의 어머님은 집안에서 살림만 신경 쓰시면 되었다.
그만큼 진규 남매에게 정성을 쏟을 시간적 여유가 있으셨다.
진규 남매를 유치원에 항상 데리고 다니셨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그 보살핌은 이어졌다.
진규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날부터 엄마는 진규가 혼자 학교에 다니도록 했다.
진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좋아라고 학교에 잘 뛰어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약속이 있어서 집을 비우게 될 일이 생겼다.
혼자서 문을 따고 집에 들어온 진규는 아무도 없는 집안의 그 적막한 풍경과 그 때의 허전한 마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진규의 경제적 형편으로 볼 때 결혼을 하면 당연히 맞벌이를 해야만 할 것이다.


혼자만 있는 외로움은 나이를 먹은 지금에야 충분히 견딜 만 해졌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더 홀가분하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에는 매일 이런 저런 잔소리를 들어야했다.
특히 술에 취해서 들어온 날은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했다.


진규가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 말고도 또 있었다.
가까이에 자기가 좋아할 만한 여자가 없다는 사실이 또 한 가지의 이유였다.
진규도 한 때는 여자에게 빠진 적이 있었다.
 대학교 일학년 때였다.
아르바이트로 중학교 3학년 여학생 둘에게 수학과 영어 과외수업을 하였다.
수업 장소는 한 여학생의 집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다른 여학생과 함께 그 집에서 나와 골목길을 걸어 나온 다음 넓은 대로를 200여 미터 쯤 같이 걸었다.
갈림길에서 둘은 헤어졌다.
수업은 두 달 정도 이어졌다.
과외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리고 과외가 종료된 후 두 달 정도가 지나는 동안에도 진규는 별로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생활이 바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나서였다.
별다른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젖었다.
 여학생과 같이 걸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휘영청 밝은 달이 대로를 비추던 가을밤들이었다.
 여학생은 책을 오른쪽 팔에 얹고 걸었었다.
밝은 달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면서 걷는 그녀의 환한 얼굴도 비추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규의 상념에 그녀의 향기는 짙게 배어왔다.
마음을 졸이던 진규는 결국 행동을 개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여중학교 졸업식 날 진규는 교문에서 마냥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후 뒤늦게 그 여학생이 나왔다.
여학생이 진규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쩐 일이세요?”
“응, 근방에 볼일이 좀 있어서.” 진규는 엉성하게 둘러대었다.
그녀는 친척집에 가야한다며 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진규도 따라서 버스에 탔다.
 “어디가세요?”
“서점에 책 사러 가려고.”
서점은 역에 가기 전 중간쯤에 있었다.
둘은 버스의 맨 뒷좌석에 붙어 앉았다.
진규의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냥 행복했다.
진규는 여학생과 작별인사를 하고는 서점 앞에서 내렸다.
겨울이라 찬바람이 불었지만 서점 앞의 대로를 바라보는 진규의 가슴에는 불덩이라도 들어있는 양 화끈 화끈거렸다.
온 몸에서 힘이 솟아났다.
사방 천지가 온통 자기를 축하해주는 듯이 보였다.
진규의 짝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녀는 진규를 ‘친절한 과외선생’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진규가 치근대며 그녀의 집에까지 찾아가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진규는 일 년 정도 마음이 상하여 괴로워했다.
덕분에 진규의 대학교 이학년 성적은 바닥을 쳤다.
세월이 가면서 그 마음속의 상처는 점점 희미해져갔다.


등산로 옆에 순두부집이 보였다.
진규의 단골집이다.
매번 등산이 끝나고 내려올 때마다 이 집에 들렀다.
이 집에서 진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가피순 나물이다.
갈증에 꽉 찬 입에 막걸리 한 모금을 들이붓고는 나물 두어줄기를 천천히 씹는다.
처음에는 쌉싸름하지만 이내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순무김치도 좋다.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막걸리 안주로는 그만이다.
순두부 뚝배기에 밥은 절반만 만다.
밥을 다 넣으면 빡빡해서 국물을 떠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물에 만 밥을 먹는 것도 좋지만 맨밥을 한 숟갈 입에 넣은 다음 반찬들을 골고루 먹고 맨 마지막에 국물을 떠먹는 것도 좋다.
맨 밥의 부드러운 식감과 반찬들을 씹는 맛 등을 골고루 느낄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밥을 먹는 동안에는 그 동안의 힘들었던 일상은 모두 잊게 된다.
비록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다.


진규는 입맛을 다시며 순두부집을 지나쳤다.


길 왼쪽으로 계곡이 나타났다.
사 나흘 전 봄비가 실하게 내렸는지라 계곡물이 제법 풍성하게 내려갔다.
 콸콸콸콸 내리쏟는 물을 보자 진규의 마음은 시원하고 뿌듯해졌다.


진규는 계곡 길에서 벗어나 오른 쪽 능선 길로 접어들었다.
평평한 길을 걷다가 가파른 능선 길에 접어드니 숨이 가빠왔다.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가파른 길은 저 앞을 바라보고 걸으면 못쓴다.
그저 발아래만 쳐다보며 묵묵히 걷는 것이 좋다.
두 발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저 걸을 뿐인데도 저 위에 아득하게만 보였던 위치에 자기도 모르게 다다르게 된다.
길 옆 양쪽에는 생강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어릴 때 진규는 시골 동네의 앞 산 중턱에 있는 암자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동백 잎 부각이 나왔다.
넓은 잎에 찹쌀 풀을 발라 기름에 튀긴 음식이었다.
 바삭 바삭하고 고소하였다.
나중에 커서 화분에 심어져있는 동백꽃 나무를 보고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내가 먹은 동백 잎은 무척 넓고 얇았는데 저 잎은 왜 저렇게 작고 두꺼울까”
이 의문은 얼마 전에야 풀렸다.
어릴 때 자기가 먹은 동백 잎은 사실은 생강나무 잎이었다.
강원도 일대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꽃 혹은 개동백이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김유정 전집의 ‘동백꽃’을 보고 알아낸 사실이었다.


가팔랐던 길이 조금은 평평해졌다.
한 줄기 흰 오솔길이 저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녀서 그런지 길은 판판하게 다져져있다.
평평한 길을 걸으며 진규는 느긋한 마음이 되었다.
“한자로 ‘道’가 우리말로는 길이 아니던가?
길을 닦는 것이 바로 도를 닦는 일이다.
그렇다면 도를 닦는 일은 혼자서는 실행하기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만 비로소 수월하게 이룰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길옆에 진달래가 피어있는 것이 보였다.
가는 줄기가 쑥 커 올라 진규의 키보다도 더 높았다.
진달래의 연한 꽃들을 보자 진규의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부풀어 올랐다.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아리따운 소녀들로 보였다.


평평하던 길이 다시 가팔라졌다.
거의 낭떠러지 수준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보였다.
안전하게 돌아가는 길도 있었으나 진규는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암벽등반 아가씨에게 자극을 받은 탓이었다.
두 발로 바위의 안전한 부분을 디딘 다음에 두 손으로 움푹 솟은 부분을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때로는 튀어나온 나무뿌리를 잡기도 했다.
아주 위험한 부분에는 로프가 매어져있었다.
거의 기다시피 가파른 부분을 다 올라갔다.
힘쓴 보람이 있었다.
앉아 쉬기에 좋은 자리가 진규의 눈앞에 보였다.
널찍한 바위였다.
이미 여러 사람이 바위에 앉아 있었다.
진규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스틱과 배낭을 내려놓고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소나무 향기가 풍겨왔다.
 바위 옆의 소나무에서 새로 나온 솔잎들이 싱그럽게 바람에 흔들렸다.   (계속)

┃꼬릿글 쓰기
⊙신인 |  2021-07-03 오후 3:50: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봄 산행에서 [진규]가 짝을 만나려나~~^^
제가 바램이 생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짜베 역시, 다 예측하고 계셨군요.
팔공선달 오로에 뭇 고수분들이 많지만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합니다.
다만,
참여의식에 결여된 부분과 비참여의 딴지는 엄연합니다.
두 분 홧팅^^.
짜베 |  2021-07-05 오전 11:19: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는 아마추어인 만큼 비판은 각오한 바이고,
칭찬엔 공연히 멋쩍으며
그저 하찮은 내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대 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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