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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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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기로 결심하다.
2021-05-06 오전 9:33 조회 380추천 8   프린트스크랩

악몽을 꾸는 듯하였다.
어렴풋한 시야에 프랑스의 흉갑기병 둘이서 맨손인 나에게 다가들고 있었다.
 “신분증을 제시하십시오.”
경찰 둘이었다.
나는 공손히 신분증을 꺼냈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모든 소지품을 꺼내어 경찰에게 주었다고 하였다.
지갑에는 이십만 원 가량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택시를 탔는데 요금을 지불하지 않자 운전사가 경찰에 신고하였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 머릿속에 택시를 탄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경찰이 나에게 요금을 지불할 것을 권유했지만 나는 탄 기억이 없는데 왜 요금을 지불하는가?
어릴 때부터 간직해오던 나의 똥고집이 그 때 발휘된 모양이었다.
나는 경찰들에게 대들었다.
 “어디 한번 붙어 볼까나?”
마침 ‘레미제라블’의 워털루 전투 부분을 읽고 있던 나는 프랑스의 흉갑기병들에게 대들던 프러시아 보병의 흉내를 내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옥신각신하던 경찰들은 할 수없이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아내와 딸을 지하철역으로 불렀다.
결국 택시요금은 딸애가 지불하였다.
둘이서 집까지 나를 데려가기가 버거운 아내와 딸은 장가가서 따로 사는 아들 녀석까지도 불러왔다.
“아빠, 큰일 나요. 그거 공무집행방해죄에요.”라고 아들 녀석이 충고하였다고 하였다.


밤새도록 토하고 난 이튿날 아침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하고 싸웠으니 혹시 친구들하고도 싸웠는지 무척 불안하였다.
평상시에 나는 반정부적이고 친구들은 친정부적이라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의견이 서로 엇갈렸었다.
나는 정치이야기를 억제 하고 있었지만 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속에 있던 생각들이 절제 없이 튕겨져 나와서 친구들과 언쟁을 하며 험한 말도 내가 쏟아내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고 먼저 선수를 치고는 저간의 사정을 물어보았다.
친구들은 몹시 술에 취한 나를 모범택시에 태워주었다고 하였다.
 “아, 그랬었구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택시에 탄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내 기억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전에 누군가가 술에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에이, 거짓말. 나는 모든 것이 뚜렷이 기억이 나던데.”라면서 그 말을 무시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꼴이 된 것이다.


어제 집을 나갈 때 나의 몸 상태는 아주 좋았다.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친구 셋은 기원에 가서 바둑을 두었다.
 내가 두 판을 모두 이겼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일차 족발 집에서 기분 좋게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거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그때 그냥 그대로 집으로 왔으면 모든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다시 당구장으로 가서 당구를 친 다음에 (당구를 못 치는 나는 구경만 하였음) 다시 이차를 간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차에서 양 꼬치와 고량주를 마셨다.
약간 기억이 났다.
 내가 오랜만에 고량주를 마신다고 감격했던 것이 아주 조금 생각이 났다.
그리고는 그 이후의 기억은 제로이다.
내가 술에 취해서 울었다고 하였다.
술에 취해서 우는 놈하고 자는 놈을 혐오했던 내가 울었다니.
내가 울 일이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
조금은 집히는 것이 있었다.

그 날 점심때 일이었다.
점심을 준비하면서 딸애가 제 엄마에게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였다.
아내는 이것저것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버릇이 있었다.
“걱정마라. 내가 왜 음식을 집어먹겠니.”라고 자신 있게 말을 했지만 기억력이 떨어지는 아내는 기어코 음식 한 점을 집어먹고야 말았다.
딸애가 불같이 화를 내었다.
아내에게 점심을 주지 않았다.
나하고 딸애하고 둘만 점심을 먹는 동안 아내는 안방에 갔다가 뒷방에 갔다가 어슬렁거렸다.
뒷방에 가서 한 참 동안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거기에 있는 자카르타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 모양이었다.
내가 딸에게 권유하였다.
 “이제 엄마에게 밥 먹게 하여라.”
딸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말하였다.
“여보, 와서 점심 먹어.”
아내가 딸애의 눈치를 보면서 밥상에 앉았다.
딸애가 말하였다.
“엄마,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


밥을 다 먹은 아내가 울면서 말하였다.
 “여보, 나 죽기 전에 자카르타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
왜 아니 가고 싶겠는가?
가정부에 운전기사 까지 두고 마님처럼 군림하면서 살던 시절이었으니.
알게 모르게 아내가 울던 모습이 내 가슴속에 맺혀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내 자신이 미웠다.
민중의 지팡이들에게 대들었으니.
대한민국이니까 다행이지 미국 같았으면 벌써 목이 눌려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딸애가 빈정거렸다.
“미국 같았으면 경찰에게 가기도 전에 벌써 운전기사에게 쳐 맞아서 죽었을 거예요.”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태어나서 이십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으니 죽기 전 이십년 동안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대칭적이고 아름답지 않겠는가?

┃꼬릿글 쓰기
킹포석짱 |  2021-05-06 오전 10:30:38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어!내 얘기 아닌가요?  
⊙신인 |  2021-05-06 오후 2:23:48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결심 꼭 성공하시기를,,,,
그래서 더욱 건강해지시고 글도 자주 볼 수있게 해주세요!^^  
팔공선달 |  2021-05-09 오후 12:15: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 굳이 끊는다 하지 마시고 끊는 수준으로 조절하심이 어떨까 합니다.
저도 수십 차례 술 담배 끊는다 했지만.....
간병 쉽지 않습니다. 적당한 자학이 따르더군요.........

그리고 신인님의 건필을 기원하지만 댓글은 달지 못합니다.
누군가 앞서 있으면 진짜 거북한 ........ 그냥 나옵니다. (__)  
짜베 친구녀석이 만약 내가 모질게 술을 끊으면 자기는 목숨을 끊겠다고 협박하더군요.
마음 약한 나는 그만 술잘을 받고야 말았답니다.(나는 이래서 안돼}
공식적으로는 끊었지만 가끔 도주, 야반도주 해야겠습니다.
옥탑방별 |  2021-05-23 오전 11:44: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술을 끊었습니다만, 아는 녀석들 만나면 맨입으론 이런 저런 이
야기가 안되니까 술이 한 몇순배 돌아야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10일 이든 혼자 있으면 끊
었다가 그놈들 만나면 이빠이 마시고 그래요. 물론 몸이 좋아지다가 망가지는 건 어쩔수
없지만 ㅠ.ㅠ 살아보니 건강이 최고에요^^  
옥탑방별 |  2021-05-23 오전 11:46: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래도 술에 취해서 울 정도면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 듯하니까 적당히 드시는게 건강에 좋으
실듯 합니다. 물론 저는 술에 취해서 울 정도는 안마십니다만^^  
철산기원 |  2021-06-12 오전 5:54: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술을 계속 마셔대면 결국에는 치매도 빨리 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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