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셔야 되나요?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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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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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셔야 되나요?
2021-05-03 오전 11:51 조회 375추천 7   프린트스크랩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려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뒷동산 꼭대기까지 갈 작정이었다.
그저께는 꼭대기까지 가려다가 날도 덥고 피곤하기도 하여서 운동장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다.


막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딸애가 중얼거렸다.
“청량리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네?”
아내가 그 말을 놓칠 리가 없었다. 즉시 가자고 졸랐다. 나도 대 환영이었다.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딸애가 이유를 댔다.
어제 TV에서 치킨을 먹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다고 하였다.


청량리 치킨 집에 간지는 거의 일 년이 되어간다.
작년에 청과물 시장에서 불이 났고, 그 여파로 치킨가게들도 불에 타서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동안 수리를 했는지 문을 열었다니 반가웠다.
단골집이 있었다. 딸애가 전화를 했으나 받지를 않았다. 그래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아내를 운동시키기 위해서 한 참을 걸어가기로 했다.
정릉천변으로 들어섰다.
 이곳에는 자전거 길과 보행로를 만들어 놓았다.
내 한가운데로 제법 물이 많이 흘러간다.
두루미가 있는 것을 보니 물고기도 당연히 있겠다.
징검다리를 건너서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냇가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져있었다.
나무 이름이 궁금하여 딸에게 검색해보라고 했더니 ‘쇠비름’이라고 나왔다.
쇠비름은 조그만 풀인데 그럴 리가.
다시 검색해보아도 역시 풀이름만 나왔다.
내가 다시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 무슨 풀이름이 나온다.
조금 더 떨어진 제법 큰 나무를 찍었다.
아, 이런! ‘방울뱀’이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만 포기할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검색했더니 그런대로 비슷한 이름이 나왔다.
 ‘때죽나무’ 그런데 때죽나무는 시골에서 자랄 때 냇가에서 많이 보았는데 이것과 달랐었다.
 나무줄기가 회색이었던 걸로 기억이 났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를 찧어서 물에 풀고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하였다.
 한 마리도 못 잡았었다.
여기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줄기가 황토색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가장 가까운 것은 ‘은종나무’였다.


보행로 옆은 높은 담장이었다. 사다리가 한 개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냇물에 물이 차서 위험에 처했을 때 올라가라고 설치해 놓은 모양이었다.
몇 년 전인가 바로 이곳에서 어떤 분이 물에 휩쓸려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순식간에 들어차서 상당히 위험하다.
만약 물은 차오르고 사다리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담쟁이덩굴들을 잡고 올라갈 수 있으려나?
에이 모르겠다. 비가 많이 올 때에는 여기에 아예 오지를 말아야지.


천변의 보행로에서 다리위로 올라갔다.
왼쪽으로 가면 경희대, 오른쪽으로 가면 고려대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눈앞에 홍릉 숲이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식당이 몇 개 보였는데 그 중에는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중국집이 있다.
상당히 고풍스러운데 외팔이의 ‘왕우’가 만두를 먹고 있을만한 집이다.
가보자고 벼르고 있지만 몇 십 년째 가보지 못하고 있다.


버스 한 대가 휙 하고 지나갔다.
딸애가 소리를 질렀다. “저 차 타야 돼.”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뛰었다.
젊었을 때에는 나도 동네 릴레이경주 대표로 면민 체육대회에 출전하여 일등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플라스틱 세숫대야 하나를 상품으로 타 갖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버스를 잡았다.


청량리 시장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반대방향에서 접근해서 그런지 아내가 “여기가 어디야?” 하고 물었다.
골목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서야 아내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
오른쪽에 콜라텍이 보였다.
 내가 농담 삼아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한 곡 추실까요?” 아내가 대답했다. “좋지요.”
아내는 춤을 추는 시늉을 했다.
아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평소에는 기운이 없다가도 무엇을 먹기 직전에는 갑자기 활력이 배가되는 아내이다.


시장안의 치킨가게 터에는 공사 중인 가림막이 쳐져있었다.
역시 단골집은 눈에 띠지 않았다.
그러나 맨 끝에 있어서 화마를 면한 집과 길 건너편으로 이전한 또 한 집, 모두 두 군데가 문을 열고 있었다.
우리는 한군데를 택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만 사천 원짜리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와 막걸리 한 병을 주문하였다.


금방 튀겨 나온 닭고기는 바삭바삭하고 맛이 기가 막혔다.
 역시 치킨은 주문해서 먹는 것 보다는 바로 가게에서 먹어야한다고 딸애가 말했다.
우리가 신나게 먹는 동안 네 명의 손님이 들어와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생맥주를 시켰는데 거품이 많다고 한 명이 투덜거렸다.
자기는 거품이 안 나게 맥주를 따를 줄 안다고 열을 내서 자랑을 하였다.


치킨이 몇 조각이나 남았는데도 배가 불러서 못 먹겠다고 딸애와 아내가 두 손을 들었다.
나도 한 조각을 접시에 가져다 놓고는 나머지는 남기겠다고 선언하였다.


우리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두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나이가 지긋하게 보이는 두 노인이었다.
 한눈에 봐도 술을 무척 좋아하시게 생기셨다.
두 분은 닭똥집 2인분을 시키셨다.
닭똥집을 가져다 놓으며 주인아주머니가 물었다.
“술은 무엇으로 드실 건가요?”
손님 중 한 분이 반문하셨다.
“술을 마셔야 되나요?”
주인아주머니의 급 당황한 표정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속으로 이랬을 것 같다. “
어머, 오빠들. 농담이시지요? 저 무척 당황했답니다. 아유, 오빠들 미워.”
결국 두 손님은 소주 두병을 주문하셨다.


며칠 후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친구들에게 치킨 집에서의 일을 얘기했더니 모두들 재미있어하며 우리도 한번 써먹어보자고 하였다.
생 삼겹살 4인분을 시켰다.
삼겹살을 가져다 놓으면서도 주인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안했다.
우리들은 시무룩해졌다.
“어째 낚시에 잘 안 걸리네?”
삼겹살이 익어가고 있었다. 몇 조각인가는 타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주인아주머니가 불을 조절하려고 다가와서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술은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어요?”
 “야호” 우리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끝.

* 이 글이 술을 마시고 쓴 마지막 글이기를 바라며 여기에 올립니다.

┃꼬릿글 쓰기
킹포석짱 |  2021-05-03 오후 2:29: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흐흐흐^^  
팔공선달 |  2021-05-03 오후 5:52:3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술을 마셔야지요. 마진이 더블이 넘는데 ...  
⊙신인 |  2021-05-03 오후 7:33: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재들의 쾌재,,,,
참 사소한 만족감이지만 성공하셨군요~~~^^  
짜베 죄송한 일인데, 마지막 열한 줄은 사실 제가 꾸며낸 이야기 입니다.
신인님은 이해해 주시겠지요?
별들의향★ |  2021-05-04 오후 12:35: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처음카스 주세요.. 아니 테슬라 주세요...  
옥탑방별 |  2021-05-23 오전 11:35: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 주인집 아줌마 그럴 줄 알고 생선 사시미를 잡고 칼도 필요하슈? 라고 했을지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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