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 이탈물 횡령죄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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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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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 이탈물 횡령죄
2021-04-06 오전 9:59 조회 648추천 7   프린트스크랩

밤늦게 본 연속극이 끝났다.
잠자리에 들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 아내가 평소에 버스카드를 넣어놓은 종이 가방에 손을 넣었다.
거기에서 꺼낸 것은 낯선 지갑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랐다.
더욱 놀라운 점은 아내의 행동이었다.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쉿” 소리를 냈다.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했다.
절대반지에 욕심을 내던 보르미르가 생각났다.
 파란 가죽지갑의 빛나는 표면에서 나즈굴이 미소를 짓는 듯싶었다.

어쩌다 아내가 저렇게 변했을까?
뇌출혈로 쓰러졌던 아내의 인지능력이 저하되었다지만 점점 더 그 도가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내 지갑에서 돈을 빼가다가 들켜서 혼이 난 것도 여러 번 이었다.
나는 크게 호통을 쳤다.
호통소리를 듣고 딸애가 제 방에서 뛰쳐나왔다.
목소리가 큰 딸애는 더욱더 길길이 날뛰었다.
요즈음은 아내의 혈당이 높아져서 딸애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길에서 딸애가 한 눈 팔고 있을 때 아내가 몰래 튀김을 사먹거나, 쓸데없이 길가는 사람에게 참견을 하거나, 제 딴엔 가지런히 정리한답시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댈 때마다 딸애는 신경질적으로 아내에게 핀잔을 퍼부었었다.
오늘은 그 모든 것이 합쳐졌을 만큼 악을 써가며 아내를 닦달하였다.
낮에 벤치에 앉아 있다가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지갑을 주웠다고 하였다.
그러면 바로 그 즉시 말을 했어야지 왜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었느냐, 또 왜 지갑을 가방에 숨겨놨었느냐. 계속 딸애의 추궁이 이어졌다.
어쨌든 빨리 경찰서에 신고하기로 결정을 했다.


지구대에 신고를 하고 집에 와서도 딸애는 계속하여 악을 써댔다.
아내 때문에 스트레스가 여간이 아닌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가 옆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어대는 딸애가 미웠다.
은근히 부아가 낳다.
나도 화를 내었다.
행동은 자제했지만 말로써 폭력을 행사했다.
“골프채를 꺼내서 네 엄마 머리를 때려주면 속이 시원하겠니?”
마침 매일 아침마다 휘두르는 치핑용 아이언이 거실 구석에 놓여있었다.
그 아이언을 휘두르는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내 마음 안에 악마가 숨어있는지 묘하게도 아련한 쾌감이 느껴졌다.


내가 그 아이언을 꺼내는 제스처를 취하자 아내가 살려달라고 울면서 나에게 매달렸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더 내 마음은 우울해졌다.
전에는 그렇게도 의젓하고 도도한 아내였었는데.


딸애는 ‘점유 이탈 물 횡령 죄’를 들먹이면서 제 엄마를 협박했다.
“만약 지갑주인이 그 지갑 속에 수 천만 원이 들어있었다고 주장 하면 어떻게 할 테야.”
 지갑에는 오십 여 만원이 들어있음을 지구대에서 확인 하였다.
“지갑이 작아서 그 정도는 들어갈 수가 없어.”
내가 안심을 시켜주었다.
그러나 아내의 버릇을 고치는 의미에서 만약 경찰이 죄를 묻는다면 기꺼이 아내를 옥살이 시키겠다고 딸 앞에서 말해버렸다.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서너 시까지 바둑 TV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거실에 있는 골프채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 놨다.
아무래도 견물생심이라고 미약한 내 의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일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작은 것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큰마음을 갖자는 친구의 카톡이 가슴에 와 닿았다.
 부디 밝은 빛이 항상 우리에게 비춰주기를.


며칠이 지난 후에 딸애가 우리를 안심시켜주었다.
주인이 지구대에서 지갑을 찾아갔다고 하였다.
지갑에서 없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답례로 무슨 커피 점 쿠폰을 보내왔다고 했다.

┃꼬릿글 쓰기
⊙신인 |  2021-04-06 오후 8:58: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란,,,,,ㅜㅜ
매일 매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치일까요?  
짜베 인생 참 스릴 있습니다. 한 번 살아볼만합니다.
주향 |  2021-04-08 오후 3:40: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의 글을 생각 하면서 측은한 아내를 고이 한번 안아 봅니다
목소리 커가는 딸 아이의 바라봄이 예전 같지 않아서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됨이 꼭 나만은 아닐지라고 생각 됩니다
화면의 글씨가 두개,세개 겹쳐 보이는게 비단 저뿐 이겠습니끼? 같이 익어가는 마눌님도 그러 하시겠지요... 다만 앙탈은... 나만 부린답니다 부인도 그럴진데.....  
철산기원 |  2021-06-12 오전 6:06: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뇌졸증이나 치매는 나이 먹으면 누구나 다 찾아오는 것이기에 우울한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극복하기를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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