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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져다 주세요.(최종회)
2021-01-16 오전 11:40 조회 341추천 4   프린트스크랩

어느 날인가 중년 아저씨가 차에 올랐다.
 주영은 목적지 까지 가는 동안 혹시 또 느리다는 불평을 들을까봐 내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그 아저씨는 뜻밖의 말을 했다.
“기사님 참 안전하게 운전 하십니다. 아주 편안하군요.”
갑자기 칭찬의 말을 듣자 주영은 몹시 송구하고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손님.”


한 취객이 택시에 올랐다.
그는 택시에 탄 후에 나지막하게 유행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자기 딴에는 소근 소근 자기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부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크게는 아니지만 주영의 귀에도 분명히 그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주영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운전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한 참을 지나자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그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전염되는 것은 병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던 손님이 갑자기 노래를 중단하고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으으, 우웍.” 하고는 택시 바닥에 토해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영은 급히 차를 갓길에 세우고는 트렁크에서 쓰레받기와 비와 걸레를 꺼냈다.
택시바닥을 청소하는 동안 손님은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청소를 다 마친 주영은 손님을 목적지 까지 무사히 태워다 주었다.


또 한 명의 취객이 택시를 탔다.
그는 몹시 취한 상태였지만 말이 전혀 없었다.
 목적지만을 혀 꼬부라진 소리로 간단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정적에 휩싸인 채 주영은 차를 몰았다.
어느 순간 이상한 예감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주먹이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피했지만 뒤통수에 한 방 맞고 말았다.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또 다시 주먹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손아귀로 주먹을 잡았다.
손아귀에 힘을 주자. 취객이 “으아악.” 하고는 비명을 질렀다.
 차 문을 열고는 취객을 인도로 끌어냈다.
취객은 비틀거리며 인도로 걸어 올라갔다.
주영은 차 문을 닫고는 택시를 출발시켰다.


택시운전을 그만두고 퀵 서비스를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났다.
벌이는 시원찮았지만 마음은 훨씬 더 편했다.
사람보다는 생각과 말이 없는 물건을 운반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저녁때가 다 되도록 콜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어제처럼 좋은날이 되기는 틀린 모양이었다.
주변이 어두워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일과를 접을 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야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문득 주영의 머리에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죄란 단어가 머리에 떠오르자마자 그 때의 일이 생각나며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 때 주영은 고 3 담임이었다.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었고, 치열하게 입시준비에 몰두하고 있던 학생들은 너도 나도 야자에 참여하였다.
학교 도서관 자리가 넉넉하지 못하여 반당 7명씩만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지난번의 모의고사 점수를 가지고 학생들을 배정하였다.
 주영의 반에서는 박 군이 7등이었고 김 군이 8등이었다.
 당연히 박 군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자리를 배정하기 이틀 전에 김 군이 어머니와 함께 주영을 찾아왔다.
둘은 간곡히 주영에게 도서관에서 공부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안 될 말이었다. 그런데 주영은 선뜻 동의해버렸다.
 나중에 주영은 그 때 자기가 미쳤었음에 틀림없었다고 생각했다.
어찌 그리 말도 안 되는 짓을 했을까?
순간적으로 주영 자신이 안일함에 빠져있었다. 박 군을 설득하면 될 것이라고.
자리를 배정하는 날 학생들은 경악에 찬 눈초리로 주영을 쏘아보았다.
그리고 어이없어하던 박 군의 모습이 주영의 눈에 비쳤다.
주영은 진땀을 흘리며 어찌 어찌 사태를 수습했다.
자리가 생기면 바로 박 군에게 배정해 주겠노라고.
 박 군의 부모는 학교에 항의를 하지 않으셨다.
박 군은 주영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다.
주영이 보기에 박 군의 부친은 사업에 실패한 듯 보였다.
먹고살기에 바쁘셔서 학교에 항의할 시간도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온 가족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주영은 어둠이 짙어가는 공원에서 중얼거렸다.
“남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하였으니 내 눈에서도 피 눈물이 나는 것이다.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주영의 손 전화가 울렸다.
콜이 온 것이었다.
주영은 재빨리 배달 차에 올라 차의 시동을 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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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에 |  2021-01-16 오후 2:50: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특히 저같은 하수는 한판의 대국에서도 이론은 몇개정도 외우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생각나는게 아무것도 없지요.
사람사는 이야기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영포인트 |  2021-01-16 오후 8:05: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 ~  
⊙신인 |  2021-01-16 오후 8:56: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삶의 궤적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바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의 삶을 돌아봐도 그렇고, 주영의 삶도 또한,,,,,
많은 역경을 견디고 살아낸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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