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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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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2021-01-13 오후 8:50 조회 368추천 5   프린트스크랩

칠순


바둑을 두고 있었다.
내가 상당히 유리했다.
상대방이 패를 걸어왔다.
응수를 생각하고 있는데 페이스 톡 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전화기였다.
“아니, 딸애는 잠시 나갔다 온다고 했고 아내는 거실에 앉아있었는데 어디 갔지?”
걱정을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었다.


사흘 전 토요일에 아들 녀석이 집에 왔었다.
 커피를 세통이나 가지고 들어왔다.
반가웠다. 앞으로 나흘 후에는 나의 칠순생일이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온 가족이 모여서 중국음식점에서 회식을 즐길 수 있겠으나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가족이 모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냥 집에서 즐기려고 연태고량주 한 병을 마트에서 사다 놓았다.
늘 이과두주를 마셨지만 그래도 칠순 생일이니만치 과용을 한 것이다.
며느리와 손자, 손녀와 함께 올 수 없으니 아들 녀석만 미리 축하해 주려고 온줄 알았다.
“그래, 중국음식을 시켜서 오늘 먹는 거야. 생일날에는 뭐 미역국이나 끓여서 먹으면 되지.” 잔뜩 기대를 하였다.


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들 녀석이 전셋집을 옮긴다고 하였다.
얼마 전에 왔을 때에도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집은 옮기지 않고 그냥 살겠다고 하여서 안심하고 있던 터였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도저히 옮기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아니, 이 녀석이 제정신인가? 지금 온통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전세난인데 그것을 모른단 말인가? 앞 뒤 생각 없이 그냥 집을 내놨단 말인가?’
아들 녀석은 이천만원만 마련해주면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거였다.
딸애가 펄쩍 뛰었다.
전세 대출금 칠천만원은 어떻게 마련할 거냐는 거였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아들 녀석이 우물쭈물하였다.
아들 녀석은 집에서 쫓겨 나갔다.


반찬을 사러 아내와 나는 집을 나섰다.
아내가 길에서 펑펑 울었다.
 “우리가 돈이 많으면 애들 고생을 안 시킬 텐데.”
나도 마음이 안 좋았다.
반만 마시다 나간 아들의 커피 통이 눈에 어른거렸다.
 “괘씸한 자식, 세상 물정을 모르니 고생을 해봐야 돼.”


며칠 동안 마음이 찝찝하고 속이 갑갑하였다.
자식들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그래도 나약한 나로서는 현실을 어쩔 수가 없었다.


페이스 톡에서 손자와 손녀가 할아버지 생일을 축하한다고 재롱을 떨었다.
며느리도 보였다.
나는 생일 축하보다는 전셋집 문제가 어떻게 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하였다.
며느리가 대답하였다.
 “아버님, 형편에 맞춰서 집을 찾았어요. 어제 가 계약했어요.”

그 소리가 나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안내하였다.
 이제 걱정은 오직하나 아내가 집을 나간 거였다.
“치매기가 있는 아내인데 어디로 나갔을까”
아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앞서 내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패를 불청해도 될 것 같았다.
패를 불청하면서 죽었던 나의 대마가 살아가는 수순이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불찰이었다.
이미 죽어있던 나의 대마와 함께 살아있던 나의 대마까지도 모조리 죽어버리고 말았다.
 바둑이 끝난 후에 복기를 해보니 패에 응했으면 내가 20여 집을 남기며 이기는 국면이었다.
전화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바둑에 진 거였다.
복기를 끝마치자 대문소리가 들렸다.
아내와 딸이 같이 들어왔다.
 내가 바둑에 열중해 있는 중에 같이 나간다고 말했다고 하였다.
 “어째서 나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을까?”


생일날 아침에 컴퓨터를 보고 있는 나에게 와서 딸애와 아내가 절을 하였다.
생일을 축하한다고.
그리고 딸애가 말했다. “이제 아빠는 아홉수를 확실히 벗어났어요.”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음식점에서 딸애와 다퉜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신년이 되었으니 아홉수를 벗어났다고 주장했고 딸애는 아직 생일을 안 지났으니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딸애는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아! 나는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우리 집안에서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셨지만 어머님은 69세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나는 70세 까지 살았다.


나중에 부모님을 만나면 그러실 것이다.
“얌마, 우리보다 오래 산 그 쏠쏠한 세월에 대하여 말해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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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  2021-01-13 오후 9:27: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의 글은 언제나 소담스럽습니다!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묻어나오게 하세요.
푸근하고 다정다감하고 정겹고,,,,
행복한 가정을 엿보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짜베 요즈음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가 없어서 집에 있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린 책이 있더군요. 책에 나온 그림들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한 대목이 눈에 띱니다. ' 나는 일과 관련해 어떤 칭찬의 말도 듣지 않도록 조심했다, 적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nhsong |  2021-01-14 오전 10:17: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  
짜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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