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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어게인
2021-01-07 오전 11:14 조회 295추천 3   프린트스크랩

슈퍼어게인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30분에 jtbc에서 [싱어게인]이란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그동안 jtbc에 대하여 별로 안 좋은 시선을 갖고 있었지만 그냥 오락 프로그램이므로 별로 부담을 갖지 않고 보게 되었다.


무명가수전이라고 했다.
무명가수라지만 실은 실력이 쟁쟁한 가수들이다.
예전에 이름 없이 한창 날리다가 요즈음엔 잊혀 진 가수들, 유명 드라마의 주제곡을 부른 사람들, 노래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사람들, 그리고 진짜 무명가수들이 펼치는 경연장이다.


지난주 월요일에 3라운드를 방영했다. 라이벌전이라고 했다.
2라운드에서 같은 편이던 사람들이 서로 적이 되어 만났다. 야속한 운명이었다.
서로 최선을 다하는 무대에서 승자를 가리는 것이 무척 어렵게 생각되었다.
오죽하면 옆에서 구경하던 딸애가 이런 말까지 했을까?
“저기 심사위원들이 하는 일은 극한 직업이야.”


극한 직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상쇄시킬 요량인지 슈퍼어게인 이라는 제도가 있다.
탈락된 출연자를 심사위원 중 한 명이 구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아쉽게 떨어진 출연자에게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잠깐만요.” 라고 외치면서 한 심사위원이 손을 든다.
구경하던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마음이 흐뭇해진다.
남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고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남에게 베푸는 것은 그것보다도 더욱 더 기분 좋고 신명나는 일일 것이다.
구경하는 우리들도 그런 마음일진대 그것을 행사하는 본인은 얼마나 보람찬 일일까?
슈퍼어게인을 쓰는 심사위원의 얼굴에 그런 감동의 표정이 뚜렷하게 비춰진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도 슈퍼어게인에 관한 한 편의 드라마가 있었다.
 2라운드에서 63호와 30호가 같은 편이고, 10호와 29호가 같은 편인 팀 대결이 있었다.
그 대결에서 10호와 29호 팀이 졌다.
진 팀 중에서 한 명은 탈락이었다.
 29호가 탈락이 되었다.
그 순간 이긴 팀의 30호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솟구쳤다.
비록 적이지만 연습하면서 정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안타까운 사태를 해결해 준 사람이 바로 이선희 위원이었다.
이 위원이 슈퍼어게인을 써서 29호를 구제해준 것이었다.
 네 명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웃으면서 자기들 자리로 돌아갔다.
 63호가 30호에게 핀잔을 주는 소리가 들렸다.
“창피하게 왜 울었어. 이거 전국에 방송 나가는 거야.”


3라운드에서 드라마가 완결이 되었다.
 3라운드 라이벌 대결에서 10호와 29호가 붙게 된 탓이다.
먼저 10호가 울림이 있는 저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가슴으로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심사위원들이 극찬을 했다.
 당연히 10호가 이길 줄 알았다.
노래도 잘 했거니와 29호는 2라운드에서 탈락직전까지 같다가 슈퍼어게인으로 간신히 되살아난 처지가 아닌가?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마음을 비우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노래를 부른 29호, 영 끌이란 말을 이런 때 쓰는 것인지.
그야말로 혼이 서린 노래였다.
후련하고 개운하게 뻗어내는 노래 소리에 모두들 “어어어?” 하다가 “아아아!” 했으리라.
 29호가 이겼다.
소감을 묻는 진행위원의 질문에 29호는 이겼어도 웃을 수 없다고 토로하였다.
당연하지. 만약 웃는다면 모 청문회에서 뿜었던 어떤 국회의원 꼴이 되었을 테니까.


경연이 끝나고 이제는 탈락 후보자들 속에서 몇 명을 구제하는 절차만 남았다.
나는 10호가 이 과정에서 바로 구제될 줄 알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었다.
맨 처음에 30호가 구제되었다.
독특하고 과감한 자기주장으로 심사위원들을 혼란하게 했던 청년이었다.
삐딱한 눈으로 본다면 약간은 싸가지가 없게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심사위원들의 눈은 역시 공정하고 대담했다.
다음에는 55호,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다.(계속 선전하기를), 그리고 59호가 끝이었다.
아아. 10호는 떨어지고 마는 것인가?


최종탈락자들이 줄지어 섰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자기 이름을 밝히고 무대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
자기 이름을 알리고 쓸쓸히 퇴장하는 가수들, 드디어 10호도 자기이름을 밝히려고 나섰다.
그 순간. “잠깐만요.” 소리가 들렸다.
 이해리 심사위원이 손을 들었다.
10호는 구제되었다. 무엇보다도 좋아한 사람은 29호이었다.


신들의 슈퍼어게인에 우리 인간들은 환호도 하고 실망도 한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함대에 슈퍼어게인을 쓴 신에게 우리들은 열광하였다.
그러나 바둑리그전인 중국 갑 조 리그전 변상일 대 커제의 대결에서 커제에게 슈퍼어게인을 쓴 신에게 한국의 많은 바둑 팬들은 실망을 하였다.


만약 신이라는 직업이 있다면 (극한 직업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슈퍼어게인을 쓸 수 있어서 한 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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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1-01-07 오전 11:42:28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이선희]심사위원의 [슈퍼어게인]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그 선택이 옳았음은 다음편에서 증명(?)이 됩니다.

불가능한 가정이지만
저에게도 평생 단 한 번 [슈퍼어게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가질수만 있다면 [정인]이에게 기꺼이 쓰고 싶습니다.

부질없음 알면서도
날이 풀리면 [정인]이 찾아가 미안했다, 말하려합니다.
이런 세상밖에 물려주지 못함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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