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져다 주세요. 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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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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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져다 주세요. 2
2021-01-05 오후 12:07 조회 386추천 5   프린트스크랩

견인차가 오고, 경찰이 오고, 보험사 직원들이 왔다.
 다행히 두 차 모두 큰 손상은 없었다. 차는 나중에 수리하기로 하였다.
주영은 시간을 지체한 것이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물건을 전달할 읍내를 향하여 차를 몰았다.


미선은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하고 꽃바구니를 기다렸다.
계속 대문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배달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있었다. 초조해졌다.
결국 12시가 넘어가자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달원이 아직도 오지 않고 있어. 어쩌지?”
“그래? 차가 많이 막히는 건가? 점심을 같이 못 먹겠는데?”
 “할 수 없어. 이따가 저녁이나 같이 먹자. 6시에 그 식당에서 보기로 해.”
“알았어, 이따가 만나. 안녕.”
미선의 가슴에 알게 모르게 짜증이 쌓이기 시작했다.


읍내에서 이상하게도 차가 막히었다.
 뒷좌석의 백합이 시들어 가는 듯이 보였다. 초조감에 주영의 가슴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주영은 허겁지겁 약속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서 쀼루퉁한 표정의 아가씨가 나왔다.
아가씨는 백합을 보자마자 울상이 되었다.
“이거 다 시들었잖아.”
 “죄송합니다. 사고가 생겨서 그만.”
주영은 두 손을 맞잡은 채 안절부절못하고 서있기만 했다.
 아가씨가 꽃바구니를 내팽개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도 아가씨의 모친이 나와서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가는 바람에 사태는 무사히 해결되었다.


주영은 차를 공터에 세워두고 바로 옆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고객에 대한 미안감이 밀려왔다.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까? 내가 좀 더 빨리 달렸어야했나? 그러나 제한 속도를 어길 수는 없는 일이지.”
뾰족한 수가 없는 듯이 보였다. 그냥 일진이 나쁜 탓이려니 할 수 밖에 없었다.


콜이 오면 일에 매달리느라 침울한 기분도 떨쳐버릴 수가 있는데 콜은 오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 근처의 편의점에 가서 김밥 한 줄과 생수를 한 병 사왔다.
공원은 녹음이 져서 시원하였다.
점심을 다 먹었는데도 콜은 오지 않았다.
콜을 기다리며 우거진 숲을 바라보던 주영은 차츰차츰 상념의 늪에 빠져 들어갔다.


주영은 수업이 비는 시간을 이용하여 증권회사 객장을 찾았다.
사무실 측면 벽에 붙어있는 전광판에 파란불과 빨간불이 끊임없이 명멸하고 있었다.
주영은 크게 한번 숨을 들여 마셨다.
 “드디어 나도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구나.”
직장에 있는 동료들 중 여러 명이 이미 주식투자에 몰두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큰돈을 번 친구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바로 옆의 동료가 어제 한 말이 생각났다.
 “뭐 하러 힘들게 보충수업을 합니까? 객장에 나가서 한 5분만 들러 봐도 보충수업수당의 두 배는 거뜬히 벌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정부도 나서서 주식투자를 장려하던 시기였다.


주식투자에는 멘털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대학교 때부터 검도를 수련해온 주영은 멘털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놀람, 두려움, 망설임, 자만심등을 어느 정도까지는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주영은 대학교 때 검도 부 주장이었다.
신입회원을 모집하기위하여 게시판에 붙이는 공고문을 직접 썼다.
 [저녁 어스름 속에 우뚝 들려진 죽 검, 그것은 4계를 쪼는 검도인의 넋이다.]
 하숙집 방바닥에 펼쳐놓은 공고문을 보고는 제법 멋있게 썼노라고 스스로 자찬하면서 주영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었다.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다.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 도표와 숫자가 많이 들어간 책을 구입하였다.
주영은 숫자와 도표를 좋아했다.
주영은 갈루아 군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변환 군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조롭게 공부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순회군, 치환군을 거쳐서 공액변환에 이르렀을 때 그만 꽉 막혀버렸다.
아무리 읽어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속 자세히 보니 식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앞부분으로 되돌아갔다.
역시 순회치환에 같은 식이 있었다.
그 때에는 단순하게 생각하여 성립하지 않는 식이라고 그냥 넘어갔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래의 일반적인 증명부분을 다시 반복해서 읽어본 결과 단순하게 생각했던 식이 사실은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구체적인 예제까지 만들어서 확인해본 결과 확실히 그 식의 전모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그 식이 이해되자 막혔던 부분이 풀리고, 정규부분군까지 쉽게 진도가 나갔다.
계속해서 이어진 공부는 확대체를 거쳐 갈루아 군에 이르렀고, 이 갈루아 군의 성질을 이용하여 5차방정식은 근의 공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주영은 어린 나이에 큰 업적을 남긴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를 존경하였다.
또한 그가 관계된 수학자들의 태만 및 개인적인 불운이 겹쳐서 21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러나 주영은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갈루아가 그토록 혐오하던 무능한 사람들 중에 자기 자신도 끼어있다는 사실을.


A회사의 주식을 샀다.
상당기간 박스 권에서 횡보를 거듭하던 주식으로 그 주초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각종 차트를 분석해본 결과 앞으로도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히 PER(주가 수익 비율)이 낮은 것이 장점이었다.
그리고 소형주이기 때문에 자금부담도 적었다.
 A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고, 기타 회사의 여러 가지 사항을 조사한 결과 발전가능성이 풍부한 탄탄한 회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주식을 사 놓고는 세세한 신경을 쓰지 않고 한 달 동안 그냥 묵혀두었다.


한 달 후에 주영의 입이 쩍 벌어졌다.
주영이 사 둔 주식이 연일 상종가를 치면서 어마어마하게 오른 것이었다.
주식으로 벌은 금액이 주영의 한 달 치 봉급에 거의 육박하고 있었다.
주영은 지체 없이 주식을 팔았다.
아무리 올랐어도 현금화하지 않으면 그건 남의 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주식을 판 날 주영은 동료들을 데리고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가 오다말다 하고 길이 질퍽거렸지만 주영의 가슴속에는 밝은 햇살만이 펼쳐져있었다.
식당의 입구에 우산들이 죽 꽂혀있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불판 앞에 잔들이 놓여지고, 그 잔들마다 술이 그득하게 부어졌다.
 “자, 마십시다. 인생 뭐 별거 있습니까? 마실 수 있을 때 마셔둡시다.”
축하인사가 건네지고 많은 덕담들이 오고갔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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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1-01-05 오후 1:45:15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group theory, conjugation, .....
거의 오십 년 만에 들어보는 학부의 수학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네요.
너무 오랫만에 들어보는 용어들이라 낯설고... 반갑고... 고맙고 ..... 그렇습니다.

정석, 일본대학입시 문제 정도만을 겨우 공부하고 진학하여
처음 접하는 대학 수학만 하기도 나에겐 너무 어려운데 원서로...
원서 중에서는 가장 보기 쉽다는 샴 시리즈 붙들고 끙끙대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너무 좋습니다.  
짜베 요즈음에는 수학에서 많이 멀어져 있습니다. 다 잊어버렸구요.
친구가 쓴 것이라고 위상수학 책을 받았는데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신인 |  2021-01-05 오후 7:11: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려나,,,,,^^  
짜베 신인님이야 벌써 다 내다보고 계시겠지요.
저는 간이 작아서 노름이나 투자에는 젬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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