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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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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어게인
2020-12-14 오후 10:01 조회 501추천 6   프린트스크랩

싱 어게인


일어날 시간이 되었지만 일어나기가 싫었다.
 이불 속에서 뒤척거렸다.
오늘은 술을 공식적으로 마실 수 있는 날이다.
지난주에 나는 선언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도봉산에 가겠다.”
 딸애가 역 제안을 했다.
코로나가 하루에 천명이 넘은 마당에 어디 바깥에 가시느냐. 내가 족발을 살 테니까 집에서 술을 드시라.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저녁 때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았지만 속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낮 잠 자는 이불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작은 사건이 있었다.
작은 사건이었지만 사실은 큰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 날은 여러모로 술을 한잔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은 날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그동안 술을 자제했기 때문에 흐름으로 볼 때 한 잔 걸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강력히 품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때 중국음식을 주문한다고 하였다.
중국음식이면 이과두주지. 이과두주 한잔만 사오자.
그러나 딸애는 반대를 하였다.
나는 툴툴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우동만 시켜먹었다.
나의 그 칙칙한 기분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겠지요.
나의 침울한 기분에 압도되었는지 딸애가 차선책으로 마트에 가서 맥주를 사왔다.
보통 수입맥주는 싼 것이 6병에 만원이다.
딸애는 맥주 값으로 오천 원을 달라고 했다.
이과두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맥주라. 별로 성에 차지 않았지만 오천 원을 지불했다.


저녁때 사단이 벌어졌다.
딸애가 말을 했다.
“그 수입맥주 사실은 6병에 6천원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만원인줄알고 오천 원 냈는데 정가가 6천원이라면 그 반값인 삼천 원만 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내 뱉었다.
 “야, 이 사기꾼아.”
그 말에 딸애가 상처를 받았나 보다.
당장 반발을 하였다. “아니 6천 원짜리를 오천 원만 받았는데 왜 사기야?”



딸애가 저녁을 차리면서 내 그릇은 놓지 않았다.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노력해서 차려요.”

나는 울컥했다.
 “내가 뭐 네가 차린 밥만 먹으란 법이 있더냐. 나는 나가서 먹겠다.”

안방에 들어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냥 저녁만 나가서 먹는 것이 아니고 아예 집을 나가고 싶었다.
 나가서 전철을 타고 강변역에 가서 시외버스를 타는 것이다.
어디로 갈까?
청량산이 있는 봉화로 한번 가볼까?
하루정도 머물다 올까?
아니면 사정에 따라서는 영원히 집에 안 올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것 저 것 착잡하게 생각중인데 아내가 안방에 들어와서 울면서 말렸다.
 “여보, 저녁 같이 먹자.”

미적미적 거리다 보니까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럭저럭 여러 가지 매듭이 풀렸다.


뱃속이 별로 안 좋은 상태에서 일어났다.
저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그런대로 소화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던 것도 끝이 났다.
그동안 재미있게 보던 홍루몽의 가보옥이 찼던 통령보옥은 이미 돌로 되돌아갔고,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이탈리아 통일을 염원하며 끝을 맸었지만 다시 한 번 천천히 보기로 작정했다.


딸애가 싱어게인 2회분을 틀어준다고 했다.
지난번에 1회분에서
 “여보세요, 거기누고 없소?” 하며 끝났는데 마지막의 그 목소리가 너무도 감미롭고 부드러워서 어서 빨리 듣고 싶었다.
 딸애와 아내는 족발을 사러가고 나는 싱어게인 2회분을 보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노래는 한 참 만에 나왔다.
찐 무명가수의 노래인데 모든 심사위원이 버튼을 눌렀다.
 올 어게인 이었다.
사람의 감정은 모두 통하는 모양이다.
어떤 가수의 노래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는데 (다행히 딸애와 마누라가 없어서 마음껏 감정을 누렸음) 사회자도 똑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이 세계는 물질과 파동으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흘린 눈물을 세면대에 가서 닦아내고 다시 노래를 들었다.
이미 소화는 다되어서 뱃속은 평온했다.


온 가족이 족발을 먹으면서 안온하고 귀중한 음악 감상의 시간을 보내었다. 급하게 컴퓨터에 앉아서 감상을 적었다.

아! 지금 9: 40분인데 10시에 싱어게인 5회 본방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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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인트 |  2020-12-14 오후 11:12: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싱어게인 읽으면서 싱어게인 보고 듣고 있습니다.....
살다 이런 기분좋은 우연도 있네요.....  
짜베 마키아벨리의 이탈리아 통일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더군요. 군주론까지 써 가면서 목적을 달성할려고 애 썼지만 정작 통일은 그가 죽은지 거의 3세기나 지나서야 사르데냐왕이 주도하고 가리발디 장군이 활약한 무력 통일전쟁에 의하여 이루어지더군요.
요는 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력이 제대로 길러지고 있는 것인지 걱정입니다.
영포인트 |  2020-12-15 오후 12:37: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런 질문 언쨚으실까.... 저어되어 망서려집니다.
그냥 궁금증 많은 독자의 질문입니다.
그래서 답해 주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팔미라]를 여행하신 적 있으세요?

물론 저는 [팔미라]를 여행해 본적 없고 [짜베]님의 소설을 보며 처음 알게된 지명입니다.
그런데 님의 글을 읽으며 [팔미라]는 어떤 곳일까.....
너무 궁금해 졌습니다. 언젠가는 꼬옥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할 만큼요.
혹 가 보신 적 있으시면 간단하게 그 여행의 느낌을 여쭙고 싶어져서 질문드립니다.  
짜베 당연히 가보지 못했고, IS 와 관련하여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영포인트 |  2020-12-15 오후 12:43: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의 통일에 대한 염려는 그대로 저의 염려이기도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민족 공멸의 길임을 잘 압니다.

저는 다만 한라산 오르듯이
언제나 원하면 백두산에 오를 수 있기를 바라고
길이 뚫려 시베리아를 달리고 그 길 달려 오로라를 보고 싶은 것입니다.
내 직접 내 차 운전하여 달려보고 싶은 것입니다.
내 아이들이 끝없이 달려갈 수 있는 그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 뿐입니다.
정말 그 뿐입니다.  
짜베 제가 쓴 팔미라를 보셨다고 하셨는데 영 포인트님이 정말로 재미를 느낄 글은 제가 쓴 '탐라'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신인 |  2020-12-15 오후 7:21: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번에도 따님과의 밀당에서 약주를 드셨네요!
현명하신 따님을 두셨어요~^^
적당한 음주 자제 목적을 이루면서 아버지의 기분도 가끔 띄워드리는,,,,
알콩달콩 사시는, 삶의 행복이 느껴지는 정겨운 가정의 가장이십니다!
부디 오랜동안 많이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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