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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술을 마시는가?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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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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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술을 마시는가?
2020-08-06 오후 12:22 조회 938추천 9   프린트스크랩

나는 왜 술을 마시는가?


내가 왜 술을 마실까? 란 주제로 한번 글을 써보려고 한다.
물론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인 줄 안다.
내가 술을 마셨으면 얼마나 마셨으며 그 종류가 또한 얼마나 보잘 것 없겠는가?
그러나 나는 현재 술을 마셨으며 적당히 취해있는 상태이다.
술을 마시고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술에 대한 글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술주정이려나?


어쩌다 아내를 울게 했다.
내가 사과의 의미로 저녁을 사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새로운 중국집에 갔다.
 전에 산책을 하다 보았는데 현금을 내면 자장면이 3000원, 짬뽕이 4000원이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만 술을 마시기로 딸애와 약속했다.
술을 마실 날자가 한정되어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짜가 다가오면 밤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은 무엇을 마실까?
혼자라면 당연히 ㄷ 식당에 가서 소머리 국밥에 소주를 마실 것이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내는 ㄷ 식당을 싫어한다.
식당이 너무 후지다는 이유였다.
하하 이 집에 예전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한 정치인들이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아내는 상기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돈에 여유가 있으면 삼겹살이 좋다.
전철이 공짜이니 먹골역에 가서 삼겹살을 먹으면 최고의 호사이다.
그 집에서는 간 천엽이 서비스로 나온다.
요즈음에는 천엽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소주를 한잔 마시고 천엽을 오독 오독 씹는 맛이 꽤 신선하다.
그러나 일단 삼겹살을 먹기 시작하면 천엽은 맛이 없어진다.
어찌 고소한 삼겹살에 밋밋한 천엽이 대항할 것인가?
그러니까 삼겹살이 나오기 전에 천엽을 몽땅 다 먹어야한다.
 양이 적으니까 당연히 가능한 일이다.
이 집에서는 고기를 다 먹은 다음에는 냉면이 공짜로 나온다.
좋은 식당이다.
전에는 우리가 이 식당이 있는 묵동에 살다가 그 곳에 전셋집이 없어서 지금 살고 있는 월곡동으로 쫓겨 온 신세이다.
처음에는 파촉삼만리로 쫓겨온 듯 서글펐으나 정을 붙이고 살다보니 이곳도 묵동 못지않게 좋은 곳이 되었다.


이곳에도 삼겹살집이 좋은 곳이 있었다.
귀빈식당이란 곳이었다.
묵은 지 삼겹살이 기가 막히었었다.
상추를 넉넉히 주고 특이한 젓갈에 전라도 아줌마의 음식 솜씨가 아주 좋았었다.
그러나 연변 아줌마가 떠나고 나서 식당이 문을 닫았다.
두메산골이라는 식당도 괜찮다.
쌈밥을 시키면 푸짐한 여러 가지 채소에 보쌈과 된장찌개가 나온다.
 소주 한 병 하기에 그만이다.
 언젠가 이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아, 산 넘고 물 건너 힘겹게 이 집을 찾아왔습니다.” 하고 말했더니 주인이 어리둥절했다.
“이 사람이 술을 먹기도 전에 술주정을 하네?”라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고개 넘어 장위동 백반 집에 가서 마시는 막걸리도 좋고, 맛 집이라고 예전에 홍어 집을 하던 주인이 새로 차린 백반 집에 가서 백반에 막걸리를 마시거나 제육볶음에 소주 한잔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아, 또 있다.
중국집에 가서 짜장 면에 이과두주 한 잔 하는 맛!
또 있다. 장터 순대 국 집이 있다.
어느 날 이었는지 아내에게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아내가 혼자 나갔다.
아내가 치매상태라 혼자 나가면 절대 안 되었는데 워낙 내가 화가 난지라 그냥 두었다.
 뒤 늦게 아내를 찾아 나섰다.
이 곳 저 곳 찾아보았지만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런데 아내가 좋아하는 명태명가란 식당을 들여다보니 아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어설픈 아내가 그 곳에서 의젓하게 앉아서 저녁을 먹는 모습이라니.
 저녁을 먹지 않은 나는 아내를 끌고 장터 순대 국 집에 갔다.
거기서 소주 한 병을 느긋하게 마셨다.


이것을 먹을까? 저것을 마실까 생각하다보면 입안에 침만 고이고 잠이 오지 않았다.
술을 왜 마시는가?
술을 안 마실 수는 없는가?
술을 마시는 것은 그 누구인지 산에 왜 오르느냐고 묻자 [산이 거기에 있으므로 산에 오른다]고 말한 바와 마찬가지로 [술이 거기에 있으므로 술을 마신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술을 안 마실 수는 있는가?
 당연히 안 마실 수 있다.
 배고플 때 요리가 먹고 싶은 것처럼 술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요리가 먹고 싶다고 하여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술도 마찬가지이다.
먹고 싶은 요리가 있어도 참고 못 먹듯이 술도 참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상태라면 당연히 술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술을 먹으면 무엇이 좋은가?
해방감, 마음의 자유, 상상력의 증진 등등.
나 같은 소인배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떤 경지에 이르면 술을 안마시고도 이런 상태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은 모든 생각을 끊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서서야 잠이 들 수 있다.


계속 되는 장맛비에 짜증을 내던 상태인데 다행히 현재는 비가 오지 않았다.
새로운 중국 집에 가서 자장면과 짬뽕을 시켰다.
물론 이과두주 한 병도.
 내가 우리 동네에서 자주 가는 중국집이 세 곳 있는데 그들 세 곳 보다 술잔이 더 컸다.
술을 따라 마셔보았다.
 이상하다. 맛이 덜하다.
S 중국집 하고는 맛이 다르다.
그 집에선 독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느껴졌는데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는 구수한 그 맛이 안 난다.
S 중국집을 뺀 나머지 곳도 마찬가지로 별로 맛이 없었다.
똑 같은 북경이과두주인데 이런 싸구려 술에 가짜가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이상한 일이다.
내가 착각에 빠져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뭐 내가 착각하는 것이겠지.


양주, 포도주, 고량주, 소주, 막걸리 다 맛이 있다.
 서부영화에서 양주 한잔을 안주 없이 홀짝거리는 것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요즈음 보니까 그 한 잔이 사실 보통양이 아니다.
빈속에 서너 잔 마시면 그냥 가버리는 양이다.
위대한 존 웨인, 그레고리팩, 록 허드슨, 스티브멕퀸, 몽고메리욷,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반클립.
존경합니다.


한 때는 와인을 좋아한 적이 있다.
친구 중에 돈 황이라는 별명의 친구가 있는데 유난히 와인을 좋아한다.
얼마나 멋진 술인가?
은은한 향기와 우아한 멋.
그러나 자주 먹기가 어렵다.
집에서 술을 못 마시니 사다 놓고 마실 수도 없고 어쩌다 결혼식장에 가서나 마시게 된다.
애쉴리 란 음식점에 가면 삼천 원에 와인을 마음껏 마실 수가 있다.
손녀 돌잔치에 와인을 실컷 마시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무산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맥주를 빼먹었는데 더운 여름에 맥주 한잔도 정말 맛있는 술이다.
어릴 때에는 소주보다도 맥주가 훨씬 더 고급술이었다.
어머니께서 과자와 술을 관광지에서 보따리 장사 하시었는데 맥주를 사 먹는 손님들을 아주 점잖고 교양 있는 분들로 묘사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장사가 아주 잘 되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맨 손님들이 맥주를 많이 시켜서 마시더구나.”
어두컴컴한 하늘 밑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던 우리 남매는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듣고 마음을 푸근하게 품었던 일이 뇌리에 남아있다.
장사가 안 된 날에는 어머님의 푸념과 신세한탄을 견디기 힘들었으므로.
그러고 보니 27세에 홀로 되신 어머님을 지탱시킨 것은 8할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요, 2할이 술과 담배였다.
 담배가 떨어지면 우리 남매는 거리를 헤매며 담배공초를 주워야했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20-08-06 오후 5:56: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오로 커뮤니티가 무너진 작금의 사태에서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해 보이려는 오해로 눈총받는 코너지만
세태에 연연하지 않고 삶에서 건진 생선을 좌판에 올려 나누려는
그 특별함을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경쟁하지 않는 이야기로 논쟁하지 않아도 살면서 잠시 잊고 있어
다락에서 선반에서 먼지 앉았던 작은 진실과
깨우쳐 주려 않아도 각자의 잊었던 감성을 떠올려 준다면
이런 글이 삶의 밥 한 끼 도둑이 될 것입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마지막이 되지 않는다면 비록 적은 이들이
가끔 찾더라도 진솔함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가끔 그러나 오래도록 좌판을 지키려 노력하겠습니다.
부인이 건강하셔서 짜베님이 자판에 자주 앉기를 바라봅니다.
지금 백만송이.... 노래가 잔잔히 흐릅니다
들려 드리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아.
우리는 충분히 술 한 잔 하고 살 이유들을 안고 삽니다.  
가는길에 |  2020-08-06 오후 5:56:42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저도 술없이 세상 산다는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술을 끊었습니다.
주치의 의 한마디에...
술 안끊으시면 저 이제 책임 안집니다.

대신 건강을 되찿았지요.
평범한 일상 이야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  2020-08-06 오후 7:41: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두 호인이라고 들었습니다.
짜베님의 일상이 소탈하고도 진실하셔서 푸근해 보이십니다!
그 소소한 행복들 오래도록 누기시기 기원드립니다.
자주뵙겠습니다!!^^  
nhsong |  2020-08-07 오전 10:54: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을글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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