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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생충에 대해서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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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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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생충에 대해서
2020-02-17 오후 1:36 조회 786추천 5   프린트스크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 작품상만 남아있는데 1917과 경합중이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1917이 이기겠지”
한 달 전부터 딸애가 이야기해서 1917을 꼭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멜로나 러브영화보다는 가슴이 뛰고, 손에 땀이 베어나는 전쟁영화를 훨씬 더 좋아하니까.


작품상도 ‘기생충’이 차지했다고 하였다.
졌다는 자괴감과 함께 반성의 기운이 마음속에 움텄다.
나는 제목의 이미지도 그렇고, 또 세간의 평에 기생충이 이념지향의 영화라고 하여서 마누라와 딸애가 ‘기생충’을 보러갈 때도 같이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가 꼰대가 된 것은 아닌가?
나 나름대로는 그런대로 다른 쪽을 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편견이 마음속에 꽉 차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냥 내 고집을 밀어붙일까?
존 스튜어트 밀이 말했잖은가?
 “온 인류가 옳다고 하고 한 사람만이 틀리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한 사람의 의견을 침묵시킬 수는 없다.” 라고.
그러나 언론의 찬사와 친구들의 열광에 나의 고집은 삭으러들었다.
 “그래 내가 부족했다. 솔직히 인정하자.”
인정하고 나니까 그때서야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껏 올라갔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을 칭찬하는 여러 인터뷰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이 나이에? ㅎㅎㅎ


하oo이라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기인데 체격은 작지만 야무지다.
고등학교 때 주먹(?) 클럽에도 가입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 친구의 삼촌 중에 하길종이라는 분이 계셨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파 영화감독이셨다고 하였다.
친구는 늘 삼촌 자랑을 했다.
이번 아카데미 수상을 가장 감격적으로 환영한 친구가 바로 하oo이다.
친구는 수상식을 보면서 삼촌을 생각했다고 하였다.
그 친구 때문에 재개봉하면 ‘기생충’을 보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우리 동네의 극장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게으름이 몸에 밴 나는 그걸 핑계 삼아 또 다시 안 보려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영화 내용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멀리 스웨덴에 사는 친구가 나의 영화 감상문을 기다리겠다고 카톡에 글을 쓴 것이 아닌가?
친구들은 나를 작가라고 인정해주고(내 생각뿐 이겠지만) 정식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이버오로’의 ‘나도 작가’코너에서 글을 쓰는 나인지라 친구가 부탁을 해오니 (뭐 이럴 때 쓰는 문자가 있는데...) 선뜻 수락을 하였다.
 쓸 자신이 있었다.
이미 영화를 보기 전에 사람들의 감상평을 참고삼아 절반 정도를 써 놨다.
나머지 절반은 영화를 보고나서 채우기로 작정했다.
그것도 이미 대충은 구상이 된 상태였다.


딸애가 왕십리 극장에 예약을 해 놨다.
 아빠를 위해서 좋은 화면을 골랐다고 하였다.
평소에 딸애의 지청구 소리에 귀가 아파서 미워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저런 딸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영화가 다 끝났지만 일어서지를 못했다.
 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비켜주고 나서도 계속 자리에 앉아있었다.
화면에서는 기나긴 문자의 홍수가 계속됐다.
그 문자들이 모두 끝날 때까지도 앉아있었고,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재촉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상문을 자신 있게 쓸 수 있다던 내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던가?
수학자로 기억되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수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저 하늘에 떠 있는 큰 구름을 병 하나에 담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라오.”
내가 감상문을 쓴다면 바로 그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임이 분명하였다.


집으로 가는 도중의 전철역에서 스웨덴의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문자를 치느라고 전철 한 대는 그냥 보냈다.
“친구여, 무조건 영화를 보거라.”


하루가 지난 후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다행히 그 곳에서도 ‘기생충’ 을 상영한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은 피해서 주중에 꼭 영화를 보겠노라고.


집에 오자마자 절반쯤 써 놨던 감상문은 휴지통에 버렸다.
그대로 두면 나의 치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움이 앞섰던 모양이었다.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한번 다시 써볼까? 하는 욕망이 솟구쳤다.
아니, 안되지.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봐? 에이 내 실력에 무슨. 변덕이 죽 끓듯 하였다.


월요일 아침에 신문이 왔다.
‘기생충’ 기사와 함께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 중의 한 단락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 “관객들이 이야기에 완전히 빨려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거죠.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서 사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비로소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지적이고 논쟁적인 메시지가 와 닿으면서 한 방 먹은 느낌이 드는 것. 그런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습니다.”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


소름이 돋았다.
완전히 나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멱살 잡히고 뺨까지 맞은 이 기분! 왜 이리 상쾌한가?
내가 마조히스트는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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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길 |  2020-02-17 오후 3:37: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영포인트 |  2020-02-17 오후 6:29: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虛堂人 |  2020-02-17 오후 6:52: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일각이겠지만
어떤 특정성향 논객은 좌파의 부자때려잡자는..
저변에서 나온 선동이라고 해석을 하더군요...
저는 물론 동의하지 못하지만...설령 그런들 문제아니라는..
이 혼란기에 누군가 한번은 짚고 넘어갈 화두며 통과의례라는...  
팔공선달 |  2020-02-19 오후 1:34: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상문은 그냥 감상문이라 생각 합니다.
봉감독의 메시지는 원하는 것이 있을지언정 보편적일 순 없다고 봅니다.
충분히 솔직한 감상문입니다.
다만.
그의 각고의 노력의 결실을 축하하더라도 무심했던 이들이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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