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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한병 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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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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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한병 2
2020-02-06 오후 4:29 조회 490추천 2   프린트스크랩


TV를 틀었다.
어제까지 19명이던 신종코로나 확진 자가 네 명 늘어서 23명이라고 하였다.
불안하였다.
오늘 마누라 모임인데 최소 되면 어떡하나?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려던 것을 최소하고 대신 점심식사만 하였던 것인데 그것마저 최소 된다면.

다행히 모임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야호! 딸과 마누라는 모임에 가고 나는 점심시간에 자유를 가진다.
그러면 늘 그랬듯이 ‘ㄷ’ 식당에 가서 소머리국밥에 소주 한 병을 마실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어제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였다.
 예전에는 잠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상상을 하면서 입맛을 다셨었는데 얼마 전 위장병을 앓고는 그 버릇을 그만두기로 작정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위장병의 원인이 술 때문인 것 같았다.
몇 주 동안 술 마신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비교해본 결과 역시 술이 위장에 안 좋은 것을 확신하였다.
어젯밤에는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편안히 잠자리에 들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불편한 개꿈만 이것저것 꾸면서 밤이 지나갔다.


딸애가 점심값으로 8000원을 주었다.
아니, 전에는 만 원을 주었었는데 왜 8000원야? 소머리국밥 5500원에 소주 값 3500원이면 합이 9000원인데 천원 적자가 아닌가?
속이 상했다.
딸애는 술을 먹지 말라고 그러는 모양인데 내가 이날을 위해서 건강에 조심한지 무려 닷새가 넘었구먼...
투덜투덜 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딸 바보가 된지 오래되었으니까.(누군가는 욕하겠지. ㅂㅅ이라고. 그래도 어쩔 수 없소이다.)


마누라가 슬며시 안방으로 불렀다.
마누라의 비상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내 놓았다.
 8000원 잔돈을 마누라에게 주면서 감격하였다.
아! 역시 마누라가 최고다.


마누라에게 매달 오 만원씩 용돈을 주기 시작한지 몇 달이 채 안되었다.
원래 나는 마누라 한태서 매월 삼심만원씩 용돈을 타 썼다.
 마누라가 아프고 나서는 이제 딸애한태서 용돈을 받는다.
아프기 전에 돈을 관리하던 마누라가 내 용돈 지갑에 수북이 든 오 만 원 짜리 지폐를 보고는 눈이 뒤집힌 모양이었다.
내 지갑에서 오만원이 비었다.
기억력이 떨어진 내가 치매에 걸렸나 하고 아무리 생각해 보았지만 계산이 맞지 않았다.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도록 난리를 피운 후에 결국 마음 약한 마누라가 구석에서 오 만원을 꺼내왔다.
 “어, 이게 여기 들어있네. 누가 넣어놨지?” 하면서.


그 이후로 내 용돈 중에서 매달 오 만원씩 아내 용돈으로 나간다.
다행히 집안의 절도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12시에 집을 나섰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좀 걷다 보면 밥맛이 솟아날듯 싶었다.
 올 들어 최강의 추위라고 하였지만 햇볕이 무척 따뜻하였다.
 벌써 입춘이 지나지 않았는가?
따뜻한 햇볕 속을 걸으면서 이제는 겨울도 다 지나고, 신종코로나도 삭으러들고, 우리나라의 미래도 좀 더 좋은 쪽으로 풀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 도착하였다.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다.
전체 좌석 중에 3분의일 만 차 있었다.
주문을 하였다.
 앞좌석의 여자 손님 둘이 식당의 사장님과 친분이 있어보였다.
사장님이 손님 둘에게 말하였다.
 “지난번에 한번 치러나갔어”
치다? 무엇을 쳤을까? 배드민턴, 테니스? 혼자 예측하고 있는데 손님들의 말이 잇따랐다.
“그거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건데?”
스트레스란 말에 골프인 걸 금방 알아차렸다.
 여자 사장님은 그냥 재미로 친다고 하였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그러나 골프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있을까?
골프를 알기 전에는 골프란 말만 나오면 반감이 앞섰다.
골프백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미워보였었다.
저놈들이 만약 시비를 걸면 골프채를 뺏어서 머리를 두들겨 주겠노라.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 오년간 살면서 그 곳에서는 테니스보다 싼 골프를 배웠고 골프를 배우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운동인지를 깨달았다.


소머리국밥과 김치, 미역무침, 깍두기가 나왔다.
밥을 국밥에 말고는 소주 한잔을 따랐다.
한 모금 마시고는 깍두기를 씹었다.
아! 이 상쾌한 맛은 무엇인가?
발효의 진정한 힘이 이것인가?
과장한다면 시원한 맛이 온 우주에 퍼질듯하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담그신 깍두기 맛이 생각났다.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로 김장을 담그는데 잘 가꾸기 않아서 그런지 속이 노랗게 꽉 찬 배추는 한포기도 없이 푸르딩딩한 배추와 가느다란 무로 김장을 담그었지만 얼마 후 제대로 익은 깍두기의 시원한 맛이란!
바로 그 시원한 맛이 여기에서 느껴졌다.
아쉽게도 깍두기는 다섯 개밖에 없었다.
나중에 사장님께 요청하였다.
“깍두기 한 개만 더 주세요.”
하하하 사장님은 곧이곧대로 단 한 개의 깍두기만을 더 주셨다.
아삭아삭하고 시원함이 온 우주에 퍼질듯 한 그 깍두기를.


식당 문 앞으로 따뜻한 햇볕이 스며들었다.
그 햇볕을 보고 확신하였다.
 대한민국만세!


계산을 하려고 나서는데 옆 좌석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 좌석에는 노인네 남녀 두 분과 중년의 사내 한명이 음식을 주문하는 중이었다.
노인 두 분은 분명히 중년 사내의 부모일 듯하였다.
“죽으려면 술 드세요.”
중년 사내의 불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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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길에 |  2020-02-06 오후 7:10: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주 평범한 가족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짜베 너무 주접을 떠는 것 같아서 술먹고는 글을 안쓰려고 했는데
술이 깬 다음 "아, 잘 못했구나"하고 후회했을 때는 이미 글이 올라간 뒤였습니다.
가는길에 취중에 한 말이나 쓴 글이 더 진심인경우도 있지요
한잔... 건강상 끊었지만
늘 마음은...
虛堂人 |  2020-02-07 오후 12:00: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 잘쓰시는군요.
왜인지..실은 게으른 통에 지난 글을 한번도 못봤는데
이제라도 봐야겠습니다.
보나마나 기대이상 명작일듯..  
虛堂人 |  2020-02-07 오후 12:27: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방금 팔미라 1편만을 봤습니다....만
프로 이상의 글 솜씨일지..내공이군요.

재작년 제가 떠난 이후에 본격 연재하신듯..
물론 그 이전에도 상당한 단편들을 쓰셨건만...
왜 흘려 버린 것인지..?

떠나있을 때도 간간 들리긴 했지만
다소 힘든 내용이기도 했고 너무 많아
나중에 몰아서 읽어버리려고 미뤘던 것 같습니다.  
짜베 제 고등학교 때 영어선생님 중에 '허당'이란 별명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발음이 독일어 식 이셨는데 '키 작고 얼굴 까만 애' 라고 저를 기억하시더군요.
칭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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