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라, 실크로드 3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짜베
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팔미라, 실크로드 3
2019-05-08 오후 10:41 조회 3515추천 2   프린트스크랩

숙소마다 낙타들에게 먹일 건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인근의 농부들로부터 사들인 것이었다.
음식도 정갈하고 입에 맞았다.
숙소들은 높은 성벽에 둘러 쌓여있고 병사들이 삼엄하게 지켜주는 덕분에 안전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저 멀리에 흰 눈을 머리에 인 고봉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파미르 고원이 가까워진 것이었다.
고원에 이르기 전의 마지막 숙소에서 대상은 낙타를 모두 노새로 바꾸었다.
이제부터 파미르 고원을 넘기까지는 노새가 짐을 운반할 작정이었다.
노새 몰이꾼들이 몇 명 상인대열에 합류하였다.
노새를 처음 몰아보는 상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노새 모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또 위급 시에 대처하기 위하여 반드시 전문적인 노새 몰이꾼이 필요했다.
상인들은 방한 장비도 갖추었다.
지금 계절은 초봄이지만 고원에서는 시시때때로 눈이 내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서 평지에서의 한 겨울 보다도 더 추울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노새에 짐을 싣고 출발하였다.
처음에는 노새를 모는데 애를 먹었지만 노새 몰이꾼들의 적절한 대처 덕분에 차츰차츰 익숙해져갔다.
노새 몰이꾼 중에 아르산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몸이 마르고 야위었지만 눈치가 빠르고 동작이 민첩하였다.
노새몰이꾼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완만한 고원 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이 황량하였다.
산에는 나무 한 그루가 없고 온통 흙과 바위뿐 이었다.
풀들은 제법 자라서 야생의 양떼나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가끔씩 토끼나 야생 들쥐들이 구멍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대상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였다.
야세르는 상인들이 동물들에게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지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켰다.
 이를 어기는 자에게는 세끼 금식의 벌칙을 내리기로 경고했다.
자기들은 장사를 하러 온 것이지 사냥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사냥을 즐기는 풀어진 정신 상태로는 힘든 대상의 여정을 절대 소화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기에 내린 조치였다.


고원 길은 매우 고되었다.
천막 안에서 며칠을 웅크리고 자느라 모두들 몸이 오그라든 것 같았다.
식사도 부실하였다.
말린 빵으로 허기를 채우다가 그것마저 바닥나자 밀가루에 소금을 타고 물에 풀어서 먹었다.
소그드의 숙소에서 먹던 진수성찬과 편안한 잠자리가 새삼스럽게 그리웠다.

며칠을 고생한 끝에 고원의 중턱에 자리 잡은 사냥꾼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저녁때가 되기 전에 마을의 촌장이 좋은 곳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촌장을 따라가 보았다.
마을에서 그리 멀지않은 산골짜기였다.
골짜기에 안개가 자욱했다.
골짜기를 흐르는 개울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였다.
물에 손을 담가보니 따끈하였다.
계곡 전체가 천연 온천이었다.
야세르는 교대로 보초를 세우면서 상인들 전체가 온천욕을 하도록 배려를 하였다.
 따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자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져갔다.
 희뿌연 안개 속으로 황량한 계곡과 파아란 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저녁에는 사냥꾼들에게서 고기를 사서 구워 먹도록 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기였다.
고소한 향내가 입안 가득히 퍼져왔다.
장삿길이 고생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냥꾼들의 마을을 지나 계속해서 고원 길을 올라갔다.
길은 점점 가팔라져갔다.
좁디좁은 계곡 길을 노새들이 일렬로 서서 올라갔다.
발을 헛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판이었다.
손에 땀이 저절로 배었다.
계속 올라가면서 머리까지 아파져왔다.
 무엇을 잘 못 먹은 것도 아닌데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워졌다.
 안내인이 고산병이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이 병에 걸렸다.
그저 천천히 올라가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일행은 쉬엄쉬엄 더디게 올라갔다.
천막을 칠 정도로 평평한 곳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태양이 서쪽 산마루에 걸린 뒤였다.
천막을 치고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일행은 다들 골아 떨어져 잠이 들었다.
야세르는 악몽을 꾸었다.
걸음을 걷는데 계속 헛디뎌지기만 하고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땅이 물렁물렁하고 흔들리기 때문이었다.
몸에서는 진땀이 계속 났다.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어렴풋이 소리가 들렸다.
“지진이다.”
아르산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상인들을 깨웠다.
 “지진입니다. 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셔야합니다.”
상인들이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천막에서 빠져나와 아르산이 가리키는 곳으로 뛰어갔다.
야세르도 일어나자마자 상인들을 따라 뛰었다.
 우르릉 소리가 들리는 듯 했는데 갑자기 집채 만 한 바위덩어리 하나가 야세르에게 덮쳐 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누군가가 야세르를 밀쳐냈다.
아르산이었다.
아르산은 야세르를 밀쳐내고는 그대로 바위에 깔려버렸다.
 바위가 굴러내려 가고 난 후에 야세르는 피투성이가 된 아르산에게 달려갔다.
아르산이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다리 위로 계속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인들이 달려와서 지혈을 해주고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듯 보였다.


부상자들을 들것에 싣고 일행은 고원을 내려갔다.
눈 비탈에서는 뿔이 굵고 둥글게 휘어진 산양들이 무심히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고생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악전고투 끝에 일행은 무사히 고원을 내려왔다.
고원 밑의 마을에 당도하자 우선 부상자들을 의원에게 보내 치료하게 했다.


중상자들은 마을에 남겨 치료하게 하고 남은 사람들은 다시금 길을 떠나야했다.
아르산도 남겨졌다.
야세르는 자기의 목숨을 지켜준 대가로 아르산에게 무언가 보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르산에게 물었다.
 “소원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아르산은 야세르를 따라 팔미라로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야세르는 “그러 마” 하고 약속했다.

(계속)

┃꼬릿글 쓰기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