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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기하올림피아드 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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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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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기하올림피아드 2
2019-03-25 오전 11:49 조회 937추천 2   프린트스크랩

미르완은 설레는 마음으로 저녁때를 기다렸다.
저녁을 먹고는 모두들 오른테스 강변으로 몰려갔다.
넓은 강변에는 이미 무대가 마련되어있었다.
미르완 일행은 지정된 좌석에 가 앉았다.
어두워지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강의 상류에서 페르시아해군으로 분한 배들이 횃불을 밝히면서 하류로 다가왔다.
미리 마중 나갔던 그리스의 삼단노함선들이 이들을 유인하면서 하류로 내려갔다.
숫자가 많은 페르시아의 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열이 흩어졌지만 그리스의 배들은 대열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뒤로 후퇴하였다.
후퇴하던 그리스의 배들은 어느 지점에 이르자 삼열횡대로 대열을 바꾸었다.
가장자리의 그리스 배들이 전진하자 그리스함대의 모양은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친 형세가 되었다.
그리스의 배들은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하여 노를 저으며 전진하였다.
페르시아의 함대는 꼼짝없이 그리스함대에게 포위된 격이었다.
제 일렬의 그리스 함대가 전진하여 페르시아함대를 들이받았다.
전방의 페르시아함대가 파괴되고 지리멸렬한 상태가 되었다.
이어서 그리스의 제 이열의 함대가 뒤에서 오는 페르시아함대에 파고들었고 마지막 제 삼열의 그리스 함대가 페르시아 함대에 파고들었을 때에는 더 이상의 페르시아함대는 뒤에 없었다.
각 열의 그리스함대가 페르시아함대에 파고들어 페르시아함대를 파괴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퍼져 나왔다.
미르완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동료들과 함께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러댔다.
한 번의 당파공격이 가해진 후의 해전은 그리스해군의 일방적인 승리만을 안겨주었다.
 불화살을 날려대고, 창을 던지고, 밧줄로 적선에 뛰어들어 항복하는 적을 수습하는 일만이 남아있었다.
공연이 끝났어도 미르완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공연의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지가 않았다.
가상의 공연도 이러할 진대 그 당시에 실제로 싸웠던 그리스 해군들의 마음속은 어떠했을까?


배는 항구를 떠났다.
 항구에서 멀어질수록 바다는 점점 더 넓어졌다.
바다를 보기 전까지 미르완은 사막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곳 인줄 알았었다.
그러나 바다를 보자마자 그 생각은 바뀌었다.
저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막보다도 훨씬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세상은 얼마나 넓을까?
자기가 향하고 있는 로마 너머에도 또 다른 세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갈리아, 브리타니아, 에스파냐, 아프리카 등 그 너머에는 또 어떤 세상이 전개되어있을까?
그리고 야세르가 가고 싶어 하는 동방은 또 얼마나 넓을 것인가?


배에는 팔미라의 대표단 외에도 안티오키아와 예루살렘의 대표단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밖에서는 기하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저 경치를 바라보거나 사소한 주변이야기들만 나누었다.
그렇지만 각자의 숙소에 들어가서는 온통 기하이야기로 시간을 보냈고, 가져온 기본서와 기출문제집, 예상문제집들을 풀면서 실력을 다졌다.


배는 메시나 해협을 지나서 북으로 향하였다.
 멀리 오른쪽에 베수비오 화산이 연기를 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백여 년 전 저 화산이 폭발하여 그 밑에 있던 폼페이라는 도시가 순식간에 파묻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에는 이 바다도 온통 용암과 화산재로 들끓었을 것이다.
 배에 탄 대부분의 학생들이 갑판에 나와서 베수비오 화산을 바라보며 옛날 생각을 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모두들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위하여 묵념을 올렸다.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하고 파랗게 빛나고 그 바다에 둘러싸인 카프리 섬이 깎아지른 절벽을 뽐냈다.


배는 오스티아 항구에 닻을 내렸다.
로마로 향하는 길은 돌로 잘 포장되어있었다.
짐과 사람을 실은 수레와 말을 탄 병사들, 그리고 미르완네 일행같이 걷는 사람들로 넓은 도로는 꽉 찼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일행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에서는 로마의 전경이 내려다보였다.
과연 대제국의 수도다웠다.
 끝없이 이어진 언덕과 평야지대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저마다의 위용을 자랑하며 빽빽이 들어찼다.
건물들 사이에는 널따란 도로가 바둑판 같이 가로 세로로 뻗어있고 도로 양 옆에는 아름드리나무가 푸르게 우거져있었다.
 카피톨리누스 언덕 중앙에는 유피테르 신전이 위용을 자랑했다.
팔미라에 있는 바알신전보다는 기하학적인 오묘함이 덜했지만 건물은 소박하면서도 중후했다.
아마도 로마인들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숙소에 들어가서는 당분간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다.
매일 매일 치열한 공부와 연구로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에 어떤 문제와 맞부딪치더라도 이를 해결할 적응력을 덧붙이기 위해서였다.
온갖 특이한 정리와 어려운 예상문제들이 다루어졌다.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쌓여갔다.
어서 빨리 실제 시험을 치르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다.


드디어 시험을 하루 앞두고 머리의 단련은 끝이 났다.
이제는 뜨겁게 단련된 머리를 식혀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머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원리였다.
머리가 뜨거운 채로 시험에 임하면 대부분 이상감각에 빠져서 자기 실력의 반에서 반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이 끝나고 냉정하게 보면 다 풀 수 있었던 문제를 왜 내가 못 풀었을까 하고 자책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 경우이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학생들은 몇 군데 구경거리를 찾았다.
출발하기 전에 선생님께서는 일정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런데 하필 그 때에 미르완의 머리에 삼각뿔에 관한 정리가 떠올랐다.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한 가지 응용편이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곰곰이 생각하여 이 문제는 해결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다 들을 수는 없었다.


일행은 판테온신전 앞에 섰다.
집정관인 아그리파가 건축하였고 로마 대 화제 때 모두 불에 탄 것을 나중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개축하였다고 하였다.
높이 솟은 돌기둥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원형으로 된 넓은 홀이 나왔다.
그야말로 장대한 원통이었다.
지붕에는 원형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미르완은 기하학적으로는 이해가 됐지만 어떻게 이렇게 큰 원기둥을 건축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실용 면에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로마인들이라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도 나중에는 건축학을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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