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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첫사랑 1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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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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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첫사랑 1
2019-02-14 오전 11:19 조회 1091추천 2   프린트스크랩

5. 첫사랑

야세르는 상점으로 들어가다 말고 건너편의 상점을 본 순간 흠칫 놀랐다.
낯선 아가씨가 상점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는 양 갈래로 땋아내려 귀를 덮었고, 단아한 얼굴에 목덜미가 희었다.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빨려들어 보고 있었다.
아가씨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야세르는 재빨리 자기네 상점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하루 종일 그 아가씨 생각에 일손이 잡히지가 않았다.
“상점에 새로 온 아가씨인가? 앞으로 계속 있을 건가? 누구일까?”


낮 동안에 흘끔흘끔 건너다보았지만 아가씨는 안에서 일을 하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실망이 되었지만 내일 아침이 있었다. “내일 아침에도 또 상점을 정리하겠지. 내일을 기다리자.”


다음날 아침 같은 시간에 출근하였다.
역시 아가씨가 상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야세르의 가슴이 희열로 달아올랐다.
아가씨는 튜니카를 입고 스톨라를 걸치고 있었다.
일을 하기 수월하도록 군데군데 스톨라를 끈으로 묶어서 매듭을 지어놓고 있었다.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야세르는 무심한 듯 자기가 일하는 상점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역시 가슴이 쿵쾅거렸다.


누구에게 먼저 물어보았다가는 괜한 놀림감이 될 것 같아 물어보지도 못하고 야세르는 온 청각을 동원하여 아가씨에 대한 정보를 들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무도 아가씨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갔다.
야세르에게는 아침에 아가씨를 보는 것이 하루 중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아가씨를 본 날에는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힘든 줄 몰랐다.
어쩌다 아가씨를 못 보는 날에는 하루 종일 침울한 기분에 싸여 지냈다.
“오늘은 왜 안 나왔을까? 어디가 아픈 건 아닌가? 이제 그만둔 건가?”


얼마 후에 드디어 아가씨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자기의 상점 주인이 다른 종업원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다.
“건너편 상점에 온 아일란이 아주 일을 잘하지? 상당히 똑똑하고 야무지더군.”
야세르는 아가씨의 이름을 알게 되어 몹시 기뻤다.
혼자서 즐거워하였다.
“음, 그 아가씨의 이름이 아일란이구나.”
 ‘아일란’ 속으로 몇 번이고 되니어보았다.
이름만 되니어도 가슴이 뛰었다.
야세르는 그 후에도 상점에서 아일란의 이름이 나오기만 하면 붉어진 표정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두 귀를 쫑긋 세워서 이야기를 듣곤 하였다.


아일란과 관련하여 야세르에게 더욱 좋은 일이 생겼다.
상점 주인이 야세르에게 앞 상점에 심부름을 보낸 것이었다.
야세르가 일하는 상점에서는 옷을 만들어 팔고 있었고, 앞 상점은 원단을 팔고 있었다.
야세르에게 앞 상점의 원단을 조사해 보라는 주인의 명령이 떨어졌다.


야세르는 잔뜩 긴장한 채 앞 상점에 들어섰다.
가슴은 이미 두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원단 좀 보러왔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야세르가 말했다.
“아, 앞 상점에서 오셨군요. 여기에는 원단이 많으니까 마음대로 골라서 보세요.”
아일란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야세르는 속으로 움찔 놀랐다.
“아니 내가 앞 상점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아일란도 나에게 관심을 가졌단 말이 아닌가?”
야세르는 눈앞에 쌓인 원단들보다도 온통 모든 관심이 옆에 서 있는 아일란의 호흡과 채취에 가 있었다.
옥구슬을 굴리는듯하던 아일란의 목소리가 야세르의 귀에 계속 맴돌았다.


상점을 나와서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얼마가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냉정을 되찾아 주인에게 앞 상점의 원단에 대하여 설명을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야세르와 아일란은 아침에 만나면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다.
아일란의 환한 미소는 하루종일 야세르를 활력에 차게 만들었다.
야세르는 매일 매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야세르 네 상점 일대의 상점들이 모두 연합하여 소풍을 가기로 결정하였다.
매년 봄마다 거행하는 연례행사였다.
팔미라 동쪽의 사막에 있는 산의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바위 그늘이 진 곳에 천막을 차려놓고 가져간 음식을 먹으면서 환담도 하고, 노래도 하고, 경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놀다가 오는 행사였다.
 행사 며칠 전부터 야세르는 마음이 들떴다.
“아, 아일란이 과연 소풍에 참석할까? 참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참석을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소풍 당일 날 새벽에 야세르는 마음을 졸이며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출발지점은 도시의 가장자리로 사막의 초입이었다.
낙타 수십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일란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았기 때문에 못 찾고 있는지도 몰랐다.


낙타를 타고 사막에 들어선지 얼마 후에 앞에서 해가 떠올랐다.
바로 눈앞에서 쏟아져오는 강렬한 햇빛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을 내리깔고 땅만 바라보며 낙타를 몰았다.
한 참을 지나서 해가 많이 떠오른 후에야 앞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며 앞뒤를 살펴보았지만 아일란은 역시 보이지 않았다.
야세르는 몹시 실망하였다.
오늘 같은 날 아일란과 함께 하루를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째서 못 왔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침울하게 생각에 잠기며 협곡 입구에 들어섰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꿈에도 그리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야세르는 내가 잠시 꿈을 꾸고 있나 생각하였다.
그러나 주변의 풍경을 보자 꿈이 아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남장을 한 아일란 이었다.
‘아, 그래서 내가 못 알아봤구나.’
야세르는 반색을 하며 마주 인사를 하였다.
“남장을 해서 못 알아봤어요. 안 온줄 알았습니다.”
“아, 그래요? 활동이 편하도록 옷을 바꿔 입었답니다.”


야세르의 가슴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온 몸에 힘이 뿌듯하게 솟아올랐다.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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