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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1. 평화로운 시절 2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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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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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1. 평화로운 시절 2
2018-12-31 오전 11:48 조회 1096추천 3   프린트스크랩


도장의 관장은 검투사에서 이름을 날리다 은퇴한 사람이었다.
수석사범인 함자는 현역 군인 신분 이었다.
퇴근 후에 시간을 내서 관장을 도와 제자들을 지도하였다.
사실은 검술에 능한 관장에게 검의 비결을 배울 목적도 겸하고 있었다.

매일 다니는 야세르는 상당한 실력을 쌓아 거의 준 사범의 반열에 오른 상태였다.
도장에서는 맨손 무술인 판크라티온과 각종 무기 술을 가르쳤다.
도장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한쪽에서는 판크라티온을 가르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기 술을 가르쳤다.
무기 술 구역엔 각종 검과 창과 방패 등 무기들이 빽빽이 진열되어있었다.
관원들이 모두 무기 술을 배우려고 희망하지만 무기 술은 판크라티온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자들에게만 가르쳤다.
무기 술을 배우는 자들 중에는 검투사 지망생들도 있었다.
검투사 직업이 상당히 위험하지만 잘만 하면 상당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르완은 몸을 풀고 판크라티온 수련에 들어갔다.
실력이 비슷한 상대와 짝을 이뤄 기본 기술을 연습한 후에 마지막에 겨루기에 들어갔다.
둘의 실력이 백중지세라 그런지 화려한 기술은 보이지 않았지만 둘의 겨루기는 열기를 더해갔다.
관원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야, 다리를 걸어 넘어뜨려라.”
 “장권으로 가슴을 쳐야지.”
구경꾼들의 응원소리에 무기 술 쪽의 단원들까지 넘어와서 응원을 하였다.
“ 미르완, 힘내라.”
야세르의 응원소리가 미르완의 귀에 들어왔다.
미르완이 상대의 목을 졸랐다.
상대가 미르완의 손가락을 꺾었다.
손가락이 부러질 듯 아파왔다.
목을 조른 손을 놓고 싶었지만 악을 쓰고 버티었다.
 “그 순간을 버티어야한다.”
 묵직한 음성이 미르완의 귀를 파고들었다.
 어느새 수석 사범인 함자까지와서 관전을 하고 있었다.
미르완의 손가락이 부러지고 동시에 상대방이 기절하고 나서야 겨루기가 끝이 났다.
“두 놈 다 독종이네.”
구경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미르완의 머리에 어릴 때 일이 떠올랐다.


초급학년에 다닐 때였다.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갈 시간에 옆자리의 짝꿍이 툭툭 건드리며 미르완의 약을 올렸다.
쫓아가면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놀려대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운동장에 있는 짱돌을 집어 들고 덤볐다.
짝꿍은 자기 집 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미르완네 동네하고는 반대방향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미르완은 계속 추격해갔다.
학교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어떻게 집에 돌아가지?
하지만 미르완은 오직 짝꿍을 잡을 생각만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짝꿍 네 집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친구는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
 미르완은 친구네 집 마당에 앉아서 악을 써댔다.
“살마, 이놈 나와라. 가만 두지 않겠다.”
자초지종을 들은 살마의 어머니가 나와서 먹을 것을 주면서 미르완을 달래었다.
“친구끼리 장난친 건데 네가 좀 이해해라. 내가 대신 사과하마.”
 미르완은 먹을 것을 뿌리치며 다시 악을 썼다.
“아니에요. 살마 나오라고 하세요. 저는 살마를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어느덧 사방은 어두워졌다.
이대로 친구네 집 마당에서 밤을 셀 형편이었다.
그 때 말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미르완네 동네의 아저씨가 볼일이 있어서 살마네 동네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저씨가 미르완을 달래며 마차에 타라고 하였다.
미르완은 마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차경주에 나가서 상을 탄 마차가 지금 자기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얼른 타보고 싶었다.
체면상 두어 번은 사양을 했지만 재빨리 마차에 올라탔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짝꿍에게 짱돌을 보여주었다.
친구가 사과를 하였다.
“너 지독한 놈이 더구나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줘라.”
 “ 으응 알았어. 그래도 너 때문에 경주대회에서 상을 탄 마차도 타봤다.”
둘이서는 책상에 놓인 짱돌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시험을 망쳤다.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했는데 단순히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몰라서 틀린 문제가 많았다.
내 실력이 겨우 이것 밖에 안 되었나?
자괴감이 밀려왔다.
선생님의 호통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미르완, 건방진 놈, 네가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느냐? 머리는 개뿔, 머리가 나쁜 놈이 노력도 안하다니.”


거리를 무작정 걸었다.
아고라와 극장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었지만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만 보고 걸었다.
바닥에 드리워진 야자나무 그늘이 간헐적으로 지나갔다.
소풍을 나왔는지 어린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갔다.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중급과정에 진학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공부하던 때였다.
선생님이 지정한 몇 몇 아이들은 시험에 틀리면 1점당 한 대씩 매를 맞는 규정이 있었다.
한 문제도 틀리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시험지를 보고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이 볼일이 있어서 잠시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때를 놓칠세라 아이들이 서로 답을 맞추어보았다.
제일 어려운 6번 문제의 답이 서로 엇갈렸다.
반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애의 정답을 보니 답이 2번이었다.
모두들 2번으로 답을 고쳤다.
미르완은 3번을 답으로 표시 했지만 그대로 두었다.
“야 임마, 미르완 그 문제 틀리면 세대 맞는다. 빨리 고쳐라.”
아이들이 재촉했지만 미르완은 꿋꿋이 버티며 고치지 않았다.
나중에 선생님이 오셔서 답을 불러 주셨는데 정답은 3번이었다.


또 한 번은 중급반 진학시험을 한 달 앞두고 아이들 대 여섯이 모여서 합숙을 할 때였다.
밤 열두시에 성문의 종소리를 들은 후에 취침에 들었고, 새벽 네 시에 부근 로마군대의 주둔지에서 울려 퍼지는 나팔소리에 모두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하루는 선생님이 많은 과제를 내 주신 후에 외출을 하셨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숨겨놓은 정답지를 찾아서 정답을 베끼기 시작했다.
물론 과제를 빨리 해결하면 그만큼 자유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야 미르완 너도 빨리 베껴라.”
아이들이 강요했지만 미르완은 정답을 베끼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혼자 힘으로 과제물을 풀어나갔다.
아이들이 놀러나갔다가 돌아올 때까지 미르완은 계속 책상에 앉아있었다.
아이들이 쉬쉬했지만 결국 나중에 정답 베낀 일은 눈치 빠른 선생님이 알아채고 마셨다.
선생님이 미르완에게 물으셨다.
“미르완, 너도 정답을 베꼈느냐?”
한 참 생각하던 미르완이 대답했다.
“예, 저도 정답을 베꼈습니다.”
놀라고 실망하신 선생님의 표정이 미르완의 눈 속에 들어왔다.
그 날 아이들은 된통 혼이 났다.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이제는 건물들이 띄엄띄엄 보이고 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걸을수록 건물들은 점차 사라지고 광대한 사막이 눈앞을 채웠다.
모래와 자갈과 드문드문 가시떨기나무들이 보였다.
멀리에 나무 한그루 없는 산들의 능선이 보였다.
그 능선 쪽으로 길들이 이어져 있었다.
아마도 동방으로 통하는 대상들의 길이리라.
“학문의 길은 저 사막만큼이나 광대하고 험난하겠지 모진 시련을 계속 이겨내고 또 이겨내야 할 것이다.”
뒤를 돌아보았다.
석양빛을 받아 도시 전체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미르완은 풍요로운 도시와 험난하고 삭막한 야생의 사막 사이의 경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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