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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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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의 음악회
2018-11-27 오후 12:01 조회 1477추천 6   프린트스크랩


내빈 소개와 대학교 총장의 인사말에 이어서 54명의 연주자가 차례로 들어왔다.
나와 아내는 그들이 자리에 앉아서 악기를 매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녁 먹기 전에 아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들어왔다.
무슨 큰 발견을 한 듯 흥분한 모습이었다.
 “옆의 대학교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연주회를 갖는다네. 방금 포스터를 보고 오는 중이야.”
나는 듣고도 시큰둥했다.
“날도 추운데 뭐 하러 밖에 나가나. 그냥 인터넷바둑이나 한판 두어야지. 어제는 다 이겨 놓은 바둑을 억울하게 졌는데 오늘 꼭 복수를 해야 해.”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자 기분이 달라졌다.
“모처럼 문화생활을 한번 즐겨볼까?”


아내와 나는 강당 앞 가운데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앉으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여기는 내빈석입니다. 조 옆쪽으로 앉아주십시오.”
봉사단원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공손히 안내를 해주었다.


음악과 교수가 나와서 연주할 곡에 대한 해설을 해주었다.
 ‘도둑까치 서곡’과 ‘대부’가 처음에 연주할 곡이었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나는 합주이기 때문에 각 연주자가 조금은 틀려도 상관없을 줄 알았다.
나도 몇 번 합창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적당히 입만 벙긋거린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악기가 다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틀리면 절대 안 되는 거였다.
 더군다나 합주곡에는 두 서너 개의 악기만 연주를 하거나 오직 하나의 악기만 연주할 때가 있었다.
자기의 악기 하나만 연주하는 그 연주자는 얼마나 떨리고 긴장이 될까?
상당한 담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들은 이야기인데 그래서 악기연주자들은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크게 웃기도 하고 떠들기도 하면서 담력을 쌓는 훈련을 한다고 하였다.


대부를 들으며 대학교 시절이 생각이 났다.
중 고교 시절에는 영화를 보다가 걸리면 ‘유기정학 삼일’의 학칙이 있어서 영화관에 얼씬도 못했지만 족쇄가 풀린 대학시절에는 영화를 무척 많이 보았다.
그 때 대부를 보았다.
묵직하고 과묵한 살인에 몸서리를 치면서.


두 곡의 연주가 끝나고 다시 음악과 교수가 나와서 악기 소개를 해주었다.
 나는 맨 앞의 검고 기다란 악기가 클라리넷인지 오보에인지 알쏭달쏭 했었는데 설명을 듣고는 클라리넷인줄 알았다.
다음 두곡은 ‘맘마미아’와 ‘라라 랜드’였다.


중간에 10분을 쉬고 이어서 고엽, 캐리비안의 해적이 연주되었다.
지휘자가 나왔다.
벌써 세 번째 나오는 거였다.
많은 박수가 터졌다.
곱슬머리에 사자 같은 모습이었다.
뒤뚱뒤뚱 나와서는 뒤돌아 연주자들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 외로워보였다.
‘외로운 한 마리의 사자’
54명의 여성연주자들 앞에선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에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나보다.


작은 북이 다 다 다 당 울리며 가슴을 흔들어놓는다.
해적이라면 남의 물건을 빼앗는 나쁜 존재들인데 어째서 내 가슴이 뛰는 것일까?
결국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내 안에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제로기를 몰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가미가제 특공대의 심정이 약간은 이해가 갔다.


해설자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이제는 지겨운 자기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관중들을 외로 하였다.
관중들은 “아니요.”라고 크게 답했다.
자상한 누나처럼 친근하고 구수하게 곡을 해설해주어서 마음이 아주 편했었다.
나는 큰 소리로(저녁때 술을 한잔 했기에 술기운으로) “아주 구수합니다.”라고 외쳤다.
그것을 들은 해설자가 “예. 칭찬해주시는 분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는 들어갔다.


마지막 곡들은 시네마 천국, 왈츠2번,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지휘자가 뒤뚱거리며 마지막으로 나왔다.(이건 나의 오해)


고3 때 대학예비고사가 끝나고 단체 영화 관람이 있었다.
영화 제목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대전에서 가장 컸던 시민회관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극장에 들어섰지만 사람들에게 가려 화면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영화관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몸에 전해져왔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심각한 영어로의 대화, 효과음, 그리고 음악들.
애들을 비집고 화면을 본 순간 알프스의 경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꼬박 서서 보았지만 피곤한 줄을 몰랐었다.


연주가 끝났지만 끊어지지 않는 박수갈채 속에 지휘자가 또 들어왔다.
앙코르 때문이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흐뭇했다.
지역주민들과 상생하려는 대학교의 자세가 마음에 꼭 들었다.


┃꼬릿글 쓰기
醴泉權門 |  2018-11-27 오후 12:56:1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너무너무 의미있는 밤에 황홀 하셨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성이 솔솔 돋아나는듯 합니다  
옥탑방별 |  2018-11-27 오후 7:15: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시네마 천국은 정말 명곡 중의 명곡이라고 봅니다.
부럽습니다^^  
팔공선달 |  2018-11-27 오후 9:31: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수한 대화. (아주 구수합니다 → 칭찬해 주실 분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  
리버리어 |  2018-11-28 오전 6:50: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별로 맛이 없을 것같은 얘기를 아주 구수하고 맛깔나게 쓰시네요. 54명의 연주자와 사자머리의 지휘자 보다도.. 오랫만에 손잡고 앉아서 사운드오브뮤직에 빠져드는 <짜베부부>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참 재미있게 사시는 군요  
짜베 |  2018-11-28 오후 4:20:2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살다보니 좋은날도 있더군요.  
그리움 |  2018-11-28 오후 4:53: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글 잘보았읍니다.
항상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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