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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한병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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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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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한병
2018-08-07 오후 5:12 조회 1961추천 8   프린트스크랩


아침을 먹은 지 오래되어서 배가 고팠다.
늘 그렇듯이 아내가 늦게 일어났다.
 아내가 식전 약을 먹고 아침을 먹고 식후 약을 먹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점심을 같이 먹어야 하는데 그동안 어떻게 배고픔을 견딜 것인가?
일단 물을 마시고 그 다음에는 누워 버리자.
잠을 자면 배고픔을 잊을 수 있으니까.
마음을 작정한 순간 딸아이가 말하였다.
 “엄마, 오늘 영화구경할까?”
두 시까지는 극장에 도착해야한다고 하였다.
듣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살아났다.
여자들 영화이므로 나는 물론 가지 않는다.
그러면 딸아이가 나에게 점심값을 주고 알아서 점심을 먹으라고 할 것이다.
점심 때 마음 놓고 술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딸애가 준 만원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갔다.
소머리국밥을 시켰다.
이것 보다 비싼 것은 세 가지 밖에 없고 싼 것은 수도 없이 많았다.
이 식당에서는 제법 값어치가 있는 음식이다.
밥과 함께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뚜껑을 돌려서 병을 딴 다음 소주를 한잔 따랐다.
찰랑 찰랑하게 소주가 시원하게 잔에 채워졌다.
한 모금 마셨다.
안주를 먹기 전에 빈속에 한 모금 먹는 것이 나의 기호이다.
메마른 혀에 소주의 첫 맛이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혀에 싸하게 감기는 태초의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국과 밥 한 그릇, 무김치와 배추김치, 땅콩조림, 양념간장이 나왔다.
고기들을 건져서 양념간장 종지에 넣었다.
밥을 조금 남기고는 국에 말았다.
소주를 반잔 마시고는 종지에 있는 고기를 입에 넣는다.
무언가 허전한 입맛을 숟가락으로 국을 떠서 입에 넣으며 채워 넣고 무김치 한 조각을 씹으며 마무리한다.
황제가 부럽지 않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남은 술 반잔을 입에 털어 넣고 다시 한 잔을 채웠다.
술잔에 채워진 술은 태평양만큼이나 풍족해 보인다.
술도 많이 남았고 국밥도 많이 남았다. 마음도 풍족하다.


마지막 한 잔이 남을 때가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그 때에는 국밥도 얼마 남지 않게 된다.

술을 입에 털어 넣기가 아쉬워 거의 핥아먹는 상태이다.
마지막 잔을 빨아먹고 혹시나 싶어 술병을 들어보나 역시나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다.
국밥을 다 쓸어먹고 나니 김치와 땅콩도 이미 바닥이 났다.


계산을 하고는 셀프커피를 한잔 탔다.
종이컵에 커피를 타서 홀짝 홀짝 마시는 기분, 아는 분은 아시리라.
 아무리 루왁커피가 맛있다지만 이 기분에 비할까?


집에 오는 길에 목 백일홍이 한창이다.
군자의 꽃이라고 한다.
예전에 안동의 병산서원에 갔을 때 듬뿍 핀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갑자기 테오도시우스 생각이 났다.
브리타니아의 야만인들 반란을 잠재우고 아프리카의 반란도 거뜬하게 처리한 병법의 천재.
 안타깝게도 황제의 권위를 무시했다는 누명을 쓰고 카르타고에서 참수된 장군.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테오도시우스라면 황제가 아니었던가?
이상하다 싶어 계속 읽다보니 역시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다.
테오도시우스 장군의 아들은 브리타니아 정벌에서도 같이 출전하여 공을 세웠고 아버지가 아프리카에서 전공을 세울 때 모이시아의 장관으로 활약하였다.
발렌티아누스 황제의 갑작스런 서거로 음흉한 자들에 의하여 황제의 총애를 받던 아버지가 참수당한 후 벼슬에서 추방되어 에스파냐의 시골에서 은거하던 그를 발렌티아누스의 아들인 그라티아누스 황제가 동로마의 황제로 추대하였다.
동로마의 황제였던 발렌스가 하드리아노폴리스 전투에서 고트족에게 참패하여 죽은 다음이었다.
그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을지 궁금하다.
아니면 음흉한 신하들에게 분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은인자중 힘을 기른 그라티아누스가 대신 원수를 갚았을지도 모른다.
빨리 다음 편을 빌려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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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18-08-13 오전 3:17:4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갑자기 백일홍이 시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변상련의 이웃집 아저씨랑 만났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지인의 전화를 받아 2차를 갔으면.? ㅎ1ㅎ1  
짜베 하하 선달님 저는 2차를 즐길정도로 술이 세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지요. "너는 생기다 말았냐? 왜 그렇게 약하냐."
선달님, 건강하십시오.
7번국도로 |  2018-08-18 오후 1:01: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병산서원....제 스맛폰에 찍어놓은 그 막힌 곳 없는 만대루와 배롱나무사진이 ....중간에 길이 비포장이 좀 이상했어여..  
짜베 |  2018-08-19 오후 12:58: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반갑습니다. 비포장도로는 문화의 보존을 위하여 일부러 그랬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광장의 글 잘 읽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요.  
옥탑방별 |  2018-11-16 오후 3:15: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은 현존 작가시죠? 디테일이 많이 다르네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짜베 아이구 현존작가라니요. 나도 작가일 뿐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다보면 언잰가는작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꿈은 있습니다. 지금은 늘 좌절만 느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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