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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 히로시 8 )
2017-05-16 오전 10:29 조회 3420추천 1   프린트스크랩


둘은 원주민들과 작별하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눈길에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하면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상당히 고생을 한 후에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올라가는 길은 가팔랐지만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고 길게 뻗어있었다.
멀리까지 뻗어있는 산의 끝자락에 푸른 바다가 보였다.
오호츠크 해였다.
드디어 긴 여행의 끝이 보인 것이었다.


산등성이를 타고 바다 쪽을 향해 나아갔다.
얼마쯤 갔을 때였다.
저 멀리 앞길에 초소가 보였다.
소련군의 초소가 분명하였다.
오른쪽 밑으로는 주둔군의 막사가 보였다.
왼쪽으로 돌아서 초소를 피해 가야했다.
초소를 피하기 위하여 왼쪽으로 얼마쯤 내려갔다.
그러나 그 길 앞을 높은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낭떠러지와 초소사이의 좁은 공간을 포복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나뭇가지 속에 숨어서 굼벵이 보다 더 느리게 초소 밑을 기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한 참을 기어서 초소가 보이지 않는 곳 까지 와서야 둘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초소병 니콜라이는 군견 이스크라를 이끌고 교대를 위하여 초소로 향하고 있었다.
니콜라이는 이르쿠츠크의 광산에서 금을 캐다가 징집이 되어 이곳으로 왔다.
남쪽으로 간 동료들은 니콜라이를 부러워하였다.
남쪽 부대는 만주를 정복한 일본군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크고 작은 충돌이 잦았다.
 이 충돌로 목숨을 잃은 병사들도 꽤 되었다.
그런 만큼 군기도 세어서 동료들이 무척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곳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낙원이 아닐까?
적이 없는 안전한 곳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기까지 하며 일이라고는 교대로 초소에서 날아가는 철새나 구경하면 되는 거였다.
 광산에서 금을 캐던 것에 비하면 일도 아니었다.
일이 없어서 너무 심심한 것이 고생이라면 고생이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초소를 향해가는 니콜라이의 뒤에서 따라가던 이스크라가 갑자기 요란하게 짖으며 언덕 위로 뛰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총소리가 나며 깨갱거리는 개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니콜라이는 총을 장전하여 공중에 대고 서너 발을 쏘았다.
총소리를 듣고 막사에서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산등성이를 내려가던 히로시 일행의 앞으로 군견 한 마리가 뛰어들었다.
혹시 몰라서 총을 꺼내어 들고 가던 히로시가 개에게 총을 쏘았다.
안내인이 말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산 위에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둘은 산 밑으로 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소련군이 이미 산 밑을 봉쇄하고 있었다.
퇴로가 막힌 히로시 일행은 바위들이 솟아 있는 절벽 밑으로 뛰었다.
히로시 일행과 소련군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니콜라이는 산 밑을 향해 쏘다가는 자기들의 동료가 맞을 것 같아서 그냥 그 자리를 고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엎드려서 나뭇가지 사이로 산 아래를 살폈다.
혹시 쫓겨서 올라오는 적이 있으면 사살하기 좋은 위치였다.


포위된 히로시 일행에게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탄약도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다.
“아아, 그 먼 길을 헤쳐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끝이란 말인가?”
히로시의 두 눈에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라늄이 떠올랐다.
정말 죽기 전에 꼭 그 실험이 하고 싶었다.
 ‘페르미의 열중성자 실험’
그 실험을 못 해보고 죽는 것이 너무나 원통하였다.


갑자기 아래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그 총소리는 소련군들이 있는 곳 보다 더 아래에서 났다.
소련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소련군 사이로 흰 위장복을 입은 군인들이 나타났다.
일본의 해군 특전대가 도착한 것이었다.


히로시 일행은 해군 특전대의 호위를 받으며 바닷가로 향했다.
 바다위에 해안가의 얇은 얼음을 깨고 검은 물체가 솟아올라 있었다.
일본군의 잠수함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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