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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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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강순기 7 )
2017-05-08 오전 9:22 조회 3297추천 2   프린트스크랩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 몇 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순기는 말을 전속력으로 몰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말을 타고 재주부리는 것도 몽골인 이상으로 잘하게 되었다.
 검술에서도 네르구이 아저씨를 이겼다.
방패에 기대면서 칼을 채찍처럼 사용하여 네르구이 아저씨의 등을 공격하게 되면서부터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순기가 계속 자라면서 그 우위는 점차 고정이 되어갔다.


몽골군이 곳곳에서 피바람을 일으키며 준동을 멈추지 않았지만 카라코룸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였다.
 이 카라코룸에 작은 진동이 일었다.
전통축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축제 중에 양 던지기 시합이 있었다.
편을 갈라 말을 타고 죽은 양의 시체를 상대방의 진영에 던져 넣으면 이기는 시합이었다.
양을 들고 전진하다가 상대방에게 막히면 자기의 동료들에게 양을 던져 다시 전진하는 식이었다.
격렬하게 말들이 부딪치며 부상당하는 자가 부지기수로 나오고 때로는 목숨을 잃는 선수도 나올 만큼 위험한 경기였다.
 말도 잘 몰아야 하지만 팔 힘도 상당히 세고 담력도 있어야했다.


순기가 들어간 팀이 승승장구하여 결승까지 올라갔다.
양 팀의 응원과 구경꾼들의 열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시합이 시작되었다.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청명하였다.
경기장엔 말들이 일으킨 먼지가 뿌옇게 일었다.
순기는 수비에 치중하였다.
양을 들고 오는 상대편의 앞을 가로막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말과 사람들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구경꾼 중에는 간혹 하품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승패가 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갔다.
상대편에서 마지막 힘을 몰아 공격을 가해왔다.
서로 악을 써서 신호를 해가며 순기의 진영으로 압박 해 들어왔다.
지친 몸이지만 순기도 있는 힘을 다하여 상대의 전진을 가로막았다.
양 팀이 순기진영에서 뒤엉켰다.
말들의 울음소리와 선수들의 호령소리와 구경꾼들의 응원소리가 순기의 고막을 스쳐갔다. 
그때 땅에 떨어진 양의 시체가 순기의 눈에 들어왔다.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상대선수가 양을 떨어뜨린 거였다.
 순기는 몸을 낮추어 양의 다리를 잡았다.
처음 잡아보는 양의 다리였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순기는 공격보다는 수비에만 치중하였기 때문이었다.
양을 쥔 왼손이 감격으로 떨려왔다.
두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순기는 빈틈을 찾아 말을 몰았다.
공수가 뒤바뀌었다.
질풍같이 말을 몰아가는 순기의 앞을 상대의 수비수들이 가로막았다.
조금만 더 가면 상대편과 부딪칠 형편이었다.
언뜻 상대 수비수들 너머로 자기편 공격수가 양을 던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순기 눈에 들어왔다.
양을 상대편 너머로 던졌다.
 양을 던지자마자 바로 상대편 말이 부딪쳐왔다.
순기는 순간적으로 미리 길을 봐두었던 대로 말이 부딪치는 탄력을 이용하여 몸을 위로 날렸다.
상대편 기수의 몸을 잡고 허리를 틀며 상대방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 그 반동으로 공중을 한 바퀴 돌았다.
두 발이 땅에 닿았다.
이때는 이미 양을 받은 우리 편 선수가 적의 진영에 양을 던져 넣은 뒤였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초원위에 퍼져나갔다.
순기 네가 우승한 것이었다.


순기는 우승에 대한 포상으로 네르구이 아저씨와 함께 이틀간의 휴가를 얻었다.
첫날은 거의 하루를 늘어지게 잤다.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자 이튿날에는 오르혼 강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계획했다.


네르구이 아저씨가 마련한 음식을 말에 싣고 둘은 오르혼 강으로 향했다.
오르혼 강은 네르구이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다.
휴가 때마다 찾는다고 하였다.
초원의 끝자락에서부터 산이 높아지기 시작하였고 그 밑을 구불구불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의 폭은 독골 앞의 용수천 보다도 더 좁았지만 수량은 꽤 많았다.
맑은 물이 힘차게 흘러갔다.
강가에는 수풀이 우거진 곳도 있었다.
둘은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음식을 먹으면서 둘은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흐르는 강물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가 않았다.
얼마 만에 보는 강물이던가!
저 물은 어디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둘이는 백사장에서 수박도 하고 검술도 겨루면서 신나게 놀았다.
잠시나마 자기들의 신세를 잊게 해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네르구이 아저씨가 모레 밭에다 무언가를 그리는 동안 순기는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한 숨 늘어지게 자고 난 후 순기는 백사장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았다.
무슨 산을 그린 것 같았다.
네르구이 아저씨는 그림을 그린 후에 피곤했던지 자리에 누워 잠이 들어있었다.


네르구이 아저씨가 그린 산은 봉우리가 다섯 개였다.
봉우리 밑에도 낮은 산 같은 것이 그려져 있고 끝에는 또 작은 봉우리가 네 군데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그림이구나. 무슨 산을 그린 것일까? 아저씨가 깨어나시면 물어봐야지.”


아저씨가 부스스 눈을 떴다.
“아저씨, 이건 무슨 그림이에요?”
네르구이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그림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서서히 네르구이의 두 눈에 이슬이 맺혀왔다.
눈물을 흘리면서 네르구이가 말했다.
“그건 사원이란다. 앙코르와트라고 하지.”
목이 메인지 한동안 숨을 고르던 네르구이가 또 다시 말했다.
“내 어릴 적 고향이란다. 나의 이름은 쏙윙 이었다.”


갑자기 순기의 머리에 계룡산이 떠올랐다.
원배형의 야별초 합격기념으로 유성 현에서 온천욕을 마친 후 복순이의 손을 잡고 삽재 마루에 섰을 때 눈앞에 펼쳐졌던 광경들, 어찌 그 경치를 잊을 수가 있으랴.
앞을 가로막은 장엄한 계룡산의 연봉들, 가운데 삼불 봉이 보였고 왼쪽에 쌀개 봉 능선과 천황 봉, 오른쪽으로 장군봉의 능선이 이어져 있었다.
그 밑으로는 사봉 동네의 초가지붕이 보였고 냇물에 닳은 조약돌들로 인하여 바닥 대부분이 하얗게 빛나는 시내의 한쪽 구석으로 조그마한 물줄기가 약하게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안녕은 하실까?”


서서히 해가 지평선으로 향해가고 있을 때, 두 사나이는 각각 남쪽과 동쪽을 보면서 말없이 서 있기만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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