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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강순기 6 )
2017-05-07 오전 10 조회 3426추천 2   프린트스크랩


순기에게는 계속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중도는 수 당 시절에는 연경이라 불리었던 도회지였다.
세상에나! 이렇게 큰 도회지라니.
개경이나 서경도 여기에 대면 시골이었다.
넓은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몽골인 뿐만 아니라 한족, 여진족, 거란족, 터번을 쓴 아랍인, 키가 크고 눈이 파란 색목인들도 있었다.
길 양쪽으로는 고루거각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었다.
순기는 중도에서 노예상인에게 팔렸다.


네르구이는 지친 몸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벌써 3일째 허탕을 친 것이었다.
주인님의 어린 딸에게 적당한 놀이친구를 붙여주라는 주인님의 명을 받고 카라코룸에서 중도까지 먼 길을 온 터였다.
매일 새벽부터 노예시장을 찾았지만 따님에게 맞는 남자애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너무 못 생겼고 어쩌다 잘생긴 아이가 나타났지만 따님과는 나이가 맞지 않았다.
네르구이는 내일을 기약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 노예시장을 찾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시장을 돌아보던 네르구이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목구비가 수려한 남자애가 눈에 띄었다.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눈빛이 살아있었다.
주위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여유로운 눈빛에는 체념한 듯한 달관의 표정과 함께 꿋꿋한 기상이 서려있었다.
네르구이의 가슴이 설레었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의 마음이 이럴까?
상인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따님보다 두 살이 위였다.
적당한 나이였다.
값을 물어보니 상당히 비싸게 불렀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다.
상인에게 값을 지불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순기는 낯선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을 먹어보았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천천히 먹으라는 손짓을 했다.
급히 먹어서 체할까 염려한 것이었다.
이것저것 여러 그릇을 순식간에 모두 비워냈다.
음식을 다 먹은 다음에는 옷가게에 가서 여러 벌의 옷을 샀다.
옷을 산 후 네르구이는 숙소에 가서 뜨거운 물을 받아서 순기의 몸을 씻겨줬다.
깨끗이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자 네르구이의 앞에 귀공자가 한 명 나타났다.


네르구이는 서둘러 카라코룸으로 향했다.
어서 빨리 따님에게 순기를 데려다 주고 싶었다.
둘은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어느 정도는 의사가 통하게 되었다.
서로의 이름정도는 알 수 있었다.


카라코룸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었다.
처음에는 험준한 산악지대를 통과했고 그 다음에는 길고 긴 사막을 지났다.
사막이 끝나자 초원이 나타났다.
길은 멀었지만 곳곳에 역참이 있어서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네르구이 아저씨는 여러 번 다녀봤는지 모든 길을 꿰뚫고 있었다.


낮은 구릉으로 이어진 초원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강한 햇빛이 내려쪄 겨울인데도 얼굴이 따가웠다.
천막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면서 저 멀리에 희미하게 성벽이 보였다.


카라코룸은 중도같이 번화하지는 않지만 잘 가꾸어진 도시였다.
직사각형의 성안에 반듯한 길들이 닦여져 있고 길옆으로는 상가와 주거지가 들어차 있었다.
성 밖에도 건물들이 있었고 더 나아가 주변의 초원에는 천막들이 세워져 있었다.


성안에 있는 주인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은 상당히 높은 지위의 인물 같았다.
주인은 현재 서쪽으로 정벌을 나간 상태였고 집안에는 주인의 부인과 딸만 거주하고 있었다.
네르구이 아저씨가 주인의 부인과 딸에게 순기를 소개하였다.
부인은 만족한 표정이었고 딸은 너무 좋아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인의 딸에게 같이 놀아줄 친구가 생긴 것이었다.


네르구이 아저씨는 주인집에서 좀 떨어진 곳의 작은 집에 거주하면서 날마다 주인집으로 출퇴근하고 있었다.
순기는 네르구이 아저씨와 같은 집에서 거주하게 되었다.


주인 딸의 이름은 바야르였다.
둘은 말을 타고 초원으로 나갔다.
네르구이 아저씨는 멀찌감치 따라왔다.
바야르가 초원을 신나게 달렸다.
순기는 뒤뚱거리며 따라가려고 애를 썼다.
바야르가 배꼽을 잡고 웃어대었다.
“저렇게 말을 못 탈 수가 있다니.”
순기는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은 고사하고 떨어지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수준이었다.
 바야르가 다가와서 말을 타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주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몇 주일이 지나자 순기도 제법 말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남들보다 더 빨리 배우는 편이었다.
순기와 바야르는 초원을 속보로 달리었다.
아직까지도 전 속력으로는 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먼 거리를 달려온 것 같았다.
순기에게 주변의 풍경이 낯설었다.
낮은 산들이 있고 산에는 제법 숲도 우거져 있었다.
숲 속에 꽃이 한 송이 피어있는 것이 바야르의 눈에 띄었다.
바야르가 꽃을 구경하려고 말에서 내려 숲으로 들어갔다.
순기도 말에서 내렸다.


늑대 한 마리가 숲에 있었다.
토끼를 쫒고 있는 중 이었다.
막 토끼에게 달려든 순간 인간 한 명이 불쑥 숲으로 들어왔다.
당황한 늑대는 인간의 다리를 물었다.
바야르의 비명소리를 듣고 순기가 숲으로 뛰어 들어왔다.
늑대 한 마리가 바야르의 다리를 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순기가 달려오며 늑대의 배에 뛰어차기를 가했다.
늑대가 방향을 돌리며 입을 벌리고 순기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순기의 정권이 늑대의 코 잔등에 명중하였다.
늑대는 깨갱거리며 바닥에 뻗어버렸다.
 멀리서 따라오던 네르구이 아저씨가 깜짝 놀라 뛰어왔다.
상황은 이미 끝나있었다.
아저씨는 부상당한 바야르의 다리를 치료해 주었다.
바야르는 늑대에게 놀란 것보다도 순기의 번개 같은 몸놀림에 더 놀란 편이었다.
“어쩌면 인간의 몸이 저렇게 빠르고 강할 수가 있을까?”


바야르가 빠른 몸놀림의 비결을 물었다.
순기는 수박 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고려에서는 남자애들 대부분이 수박 도를 배운단다.”
바야르는 수박을 배우는 고려를 부러워했다.
“그렇다면 고려 사람들은 모두 빠르고 용감하겠구나.”
“그렇지, 너희 몽골 사람들이 모두 말을 잘 타는 것처럼 우리 고려 사람들은 모두 수박을 잘 한단다.”


순기는 바야르에게 수박을 가르쳐 주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네르구이 아저씨도 수박에 관심을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같이 배웠다.


네르구이 아저씨는 늘 작은 방패와 칼을 차고 다녔다.
순기는 본국검으로 네르구이 아저씨와 검술시합을 하고 싶었다.
칼을 대신해서 적당한 나무막대기를 들고 대결을 신청하였다.
 네르구이 아저씨도 흔쾌히 응하였다.
검술단련을 너무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지 검술대결은 순기의 완패로 끝나고 말았다.
시합이 끝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순히 오래 쉬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네르구이 아저씨의 방어술은 완벽 그 자체였다.
칼과 방패가 조화를 이루며 뚫고 들어갈 빈틈이 없었다.
그 빈틈을 깰 묘책이 없는 한 도저히 순기가 이길 가망은 없어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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