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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 히로시 4 )
2017-04-28 오전 10:50 조회 3397추천 1   프린트스크랩


모스크바를 떠난 기차는 대평원을 내달리었다.
 단조로운 풍경에 지친 히로시는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창밖에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
우랄산맥이었다.
덜커덕 덜커덕 거리는 기차의 소음이 구슬픈 러시아의 민요 ‘우랄산맥의 마가목’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산은 점점 낮아지면서 창밖은 다시 대평원으로 이어졌다.


기차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세 시간 가량 정차하였다.
시베리아의 개발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였다.
그동안 기차 안에서 몸이 뻐근해진 히로시는 몸도 풀고 시내구경도 할 겸 기차에서 내렸다.
두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역 광장을 빠져나온 순간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왔다.
“히로시 박사이시지요? 마쓰야마박사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따라오시지요.”
마쓰야마란 말에 반색을 한 히로시는 사내를 따라갔다.


이께다에게 상부의 지시가 내렸다.
노보시비르스크의 ‘가’ 지점에 8월 15일 10시까지 말 네 필을 끌고 오라는 지시였다.
이께다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5년째 활동 중이었다.
주로 카자흐스탄에서 말을 사들여 러시아에 공급하는 일을 하였다.
이제 일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초보 정보원에 불과했다.
이께다 이외에도 수 십 년째 각 지방에서 뿌리박고 활동하는 정보원들도 부지기수였다.


직감적으로 이께다는 상당히 큰 임무라는 것을 느꼈다.
임무를 지시하는 상관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좋은 말을 골라 끌고서 약속한 지점으로 향했다.


약속한 지점에 도착하자 두 명의 사내가 이께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얼굴이 희고 손이 가늘었다.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을 한 것이 분명해보였다.
또 한 명은 어깨가 다부지고 각진 구릿빛 얼굴에 힘이 넘쳐나 보였다.
구릿빛 얼굴이 말하였다.
 “우리를 몽골의 호브드 까지 안내해주시오.”
길을 떠나 인적이 없는 초원에 이르자 구릿빛 얼굴이 짐을 풀었다.
수류탄과 총이 나왔다.
두 명에게 총과 수류탄을 나누어주었다.


이르쿠츠크 역에서는 소련의 비밀경찰들이 초조하게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의 방사과학자를 체포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져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으니 틀림없이 여기를 지나갈 것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종착역이었지만 혹시나 여기에서 내려서 몽골로 빠질 것이 염려되어 이 역을 지키는 것이었다.


열차가 도착하였다.
손님들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히로시의 좌석으로 비밀경찰들이 몰려갔다.
그런데 좌석이 비어있었다.
전 열차를 모두 검색했지만 히로시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었다.


소련의 비밀경찰 망에 비상이 걸렸다.
이르쿠츠크 역에 히로시가 없다면 도중에 내린 거였다.
모든 정보망이 총 동원되어 히로시의 흔적을 찾기 시작 하였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정보가 내려왔다.
세 명의 동양인이 말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는 전갈이었다.
소련과 몽골 국경일대에 비상이 걸렸고, 전 정보원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하였다.


이께다 일행은 넓은 초원에서 빠른 속도로 말을 몰았다.
조금만 더 가면 몽골 국경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멀리 동쪽 하늘에 조그만 점 하나가 보였다.
그것이 점점 커지더니 소련의 야크정찰기 한 대가 초원 위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초원에는 숨을 곳도 없었다.
야크기는 일행의 바로 위를 두어 번 돌더니 다시 동쪽으로 사라져갔다.
불길한 기운이 일행을 감쌌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에 초원의 동쪽하늘에 먼지구름이 이는 것이 보였다.
소련의 기마대가 분명하였다.
넓은 초원에서 저들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이께다 일행은 엄폐물을 찾아 초원을 헤매기 시작하였다.


이께다 일행은 소련의 기마대에게 완전히 포위되었다.
일행은 총을 장전하고 기마대가 공격하기를 기다렸다.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총알파편이 여기저기서 튀고 총소리가 초원을 뒤덮었다.
이께다는 두 귀가 얼얼하여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구릿빛이 열심히 응사를 하였다.
이께다도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총을 쏘았다.
백면서생은 고개를 파묻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여기서 죽게 되는 구나.”
이께다의 머리에 일본의 고향에 있는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나라를 위해죽는 것이니 여한은 없다.”
이께다는 이를 악물고 총을 쏘아대었다.
총알이 떨어져갔다.
구릿빛이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살기는 힘들다. 적에게 잡히기 전에 자폭해야한다.”
구릿빛이 일행을 모아놓고 수류탄 안전핀을 뽑게 했다.
수류탄 세발이 동시에 터졌다.
수류탄 폭발이 일어나며 일행이 지고 있던 짐도 같이 터져나갔다.
하늘위로 히로시의 연구 노트가 조각조각 흩뿌려지며 날아갔다.


비밀경찰들이 노트조각을 주워보았다.
알 수 없는 화학식이 잔뜩 쓰여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세구의 시체 속에 하얀 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비밀경찰들은 보고서를 올렸다.
 [유가와 히로시 박사 폭사함]이란 제목의 보고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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