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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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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 히로시 3 )
2017-04-27 오후 12:08 조회 3419추천 2   프린트스크랩


비록 본토출신의 선수가 아니고 조선출신의 선수들 이었지만 히로시는 개의치 않았다.
같은 동양인인 것만은 확실하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히로시는 이제는 더 이상 주변의 큰 건물과 큰 키의 독일인들에게 주눅 들지 않았다.
가슴을 활짝 펴고 어깨를 한껏 으쓱대며 걸었다.
 “우리 동양인들이 마라톤에서 일등을 했다 이거야.”


집에 오면서 히로시는 조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였다.
진즉 마쓰야마로부터 일본으로 돌아오라는 부탁편지가 왔었다.
조선에서 좋은 우라늄이 많이 출토되므로 우라늄에 관한 연구를 같이 하자는 제안이었다.
마쓰야마는 교토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이화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마쓰야마가 전한 바에 의하면 마사시는 에타지마 해군 병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가 되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산 이름을 딴 순양전함 기리시마에 승선하고 있다고 하였다.
히로시는 빨리 일본에 가서 친구들을 보고 싶었다.


다음 날 아침 전신국에 가서 마쓰야마에게 전보를 쳤다.
전보를 받은 마쓰야마는 뛸 듯이 기뻤다.
그동안 우라늄을 연구하며 화학실력이 부족하여 궁금한 점이 많았고, 마음에 맞는 화학자라 없었는데 히로시가 온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더구나 히로시는 방사화학의 최첨단을 달리는 베를린 대학의 연구소에 있었으니 이제 마쓰야마의 연구에 날개가 달린 셈이었다.
마쓰야마는 대본영에 신고를 하였다.
방사과학자 확보에 혈안이 된 소련이 히로시에게 마수의 손을 뻗칠까 두려워서였다.
 대본영 해외 정보과에 비상이 걸렸다.


히로시는 짐을 정리하고 가방을 꾸렸다.
 모스크바까지 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위하여 베를린 역으로 갔다.


베를린을 떠난 기차는 한참을 달려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에 잠시 정차하였다.
창밖으로 바르샤바 시내를 바라보는 히로시의 머리에 두 인물이 떠올랐다.
 마리 퀴리와 쇼팽이었다.
마리퀴리는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과학자로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분이었다.
히로시가 가장 존경하며 히로시로 하여금 과학자의 길을 걷게 한 인물이었다.
 ‘마리아스콜로도프스카’ 초등학교 다닐 때 퀴리부인의 전기를 책이 헤어질 정도로 수없이 읽은 기억이 났다.
또한 히로시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가장 듣기 좋아하였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히로시는 쇼팽의 야상곡을 직접 연주하기도 하였다.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있으면 술을 먹지 않고도 술에 취한 듯 달빛 속을 거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기차는 바르샤바를 떠나 민스크를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하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표를 샀다.
모레 아침 열시가 출발시각이었다.
히로시는 역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였다.


잠을 자기 위하여 침대에 누웠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중성자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원자핵에 양성자만 있으면 결합이 느슨하기 때문에 중성자가 중간자를 이용하여 원자핵을 단단히 결합시킨다는 설이 있었다.
우라늄 235는 양성자 92개와 전자 92개 그리고 중성자 143개로 이루어져있다.
반면에 우라늄 238은 양성자 92개와 전자 92개에 중성자 146개로 이루어져있다.
중성자수가 짝수 개이면 안정적이기 때문에 우라늄 234와 우라늄 238은 제쳐놓고 우라늄 235를 집중공략 해야 했다.
그런데 천연 우라늄 중에는 우라늄 238이 99.3퍼센트가 존재하고 우라늄 235는 0.7퍼센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적은 우라늄 235를 어떻게 분리해 낼 것인가?
히로시는 생각에 잠기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크렘린의 광장을 찾았다.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에는 독일의 친구들과 함께였고 날씨가 몹시 좋았었다.
그 때에는 희망에 들떠서 열심히 여기저기를 구경한 기억이 났다.
그러나 여기서는 혼자뿐이고 날씨도 좋지가 않았다.
성 바실리 성당만 돌아보고는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보드카 한 병을 시키고 고기안주를 주문했다.
보드카 한잔을 마시자 목이 뜨거워지고 코로 자작나무의 신선하고 향긋한 향이 배어나왔다.
술을 마실수록 바깥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탓인지 우울한 감정이 점점 더 깊어져갔다.
식당을 나올 때쯤엔 대취해 있었다.
땅이 솟아올랐다가 다시 꺼지기를 반복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는 않았다.
“까짓것 볼 테면 보라고 해 그래 나 술 취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이역만리에 유학 갔었지만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이렇게 떠나가고 있다.”
비틀거리며 걷는 히로시의 두 뺨에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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