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 히로시 1 )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짜베
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탐라 ( 히로시 1 )
2017-04-24 오전 9:14 조회 3420추천 2   프린트스크랩


유가와 히로시 박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눈을 감아도 머릿속에 양성자와 전자와 중성자가 빙빙 돌아다녔다.
엔리코 페르미의 논문을 읽은 후부터였다.
논문 속에서 페르미는 느린중성자(열중성자)를 원자핵에 쏘이는 실험방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페르미의 논문을 거의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러더퍼드의 제자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였을 때에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나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열중성자를 핵에 쏘이다니 그런 방법이 있었나?”
흥분한 히로시는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히로시는 괴팅겐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였다. 부친이 오사카에서 무역업을 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히로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독일로 유학을 왔다. 베를린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 대학교 화학연구소에서 활동 중이었다. 전공은 분석화학이었다.

히로시는 동료인 슈트라스만을 찾아갔다.
히로시와 슈트라스만은 둘 다 분석화학을 전공하였고 모두 오토한 교수의 제자였다.
둘은 똑 같이 맥주를 좋아하여 좋은 술친구이기도 했다.
히로시가 슈트라스만을 이끌고 맥주 집으로 향하였다.
 “페르미의 논문을 읽어봤나?”
“응, 읽어봤지 그렇잖아도 이야기 하려고 했었는데 어저께 나는 페르미의 논문을 읽어본 오토한 교수로 부터 같이 연구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네.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도 같은 파트너라네.”
슈트라스만의 이야기를 들은 히로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맥주를 마셔대었다.
사실 히로시는 오토한 교수 밑에서 꼭 페르미의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었다.
 “아주 잘 되었구먼 아주 잘 되었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한 표정을 애써 유지하면서 히로시는 축하를 해주었다.
일류 화학자와 일류 물리학자에 꼼꼼한 분석화학자라. 그야말로 완벽한 조화였다.
그 자리에 히로시같은 또 한 명의 분석화학자가 낄 자리는 없어보였다.


히로시는 자신이 몹시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더운 밤거리를 한 없이 쏘다녔다.
“에이 모르겠다. 기분도 그렇지 않은데 내일은 올림픽 구경이나 하러가야겠다. 일본선수가 마라톤에 나온다고 했으니.”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구불구불한 슈프레 강을 따라 걸었다.
강 주위의 건물들이 상당히 크고 계단들이 높았다.
“독일 사람들은 키도 큰데 건물까지 크게 지었군.”
더욱 왜소해지는 자신을 느끼며 계속 걸었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서쪽 끝에 있어서 한 참을 걸어가야 했다.
그동안 연구에만 매달리느라고 거리를 걸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
공기가 맑고 시원하였다.


이제 독일 생활에도 거의 적응이 다 되었다.
처음 몇 달간은 와사비를 넣은 스시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빵과 치즈와 고기가 너무 느끼하였다.
이제는 독일 음식도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맥주는 생활의 큰 활력소였다.
연구가 끝나고 집으로 갈 때마다 술집에 들러 꼭 맥주 한 병씩을 마셨다.
히로시는 맥주 마시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고등학교 때 마사무네 댓 병을 친구 셋이서 나눠 마신 기억이 떠올랐다.


유가와 히로시, 곤도 마쓰야마, 사이고 마사시는 오사카 고등학교의 단짝 친구들이었다.
셋이서 가쓰라가와강의 상류로 천렵을 간 적이 있었다.
히로시는 집에서 아끼던 마사무네 댓 병을 가방에 꼬불쳐왔다.
낚시로 은어를 잡아 회를 떠서 냄비에 방금 한 밥으로 스시를 만들어 먹었다.
주변의 경치와 어울려 기가 막히게 맛이 있었다.
마사무네 댓 병이 금세 비워졌다.
히로시는 한 병을 더 가져올 걸 하면서 후회를 하였다.
셋은 술에 취하여 기고만장하여 장래의 포부를 피력하였다.
히로시는 화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받겠다고 하였고 마쓰야마는 물리학자가 되어 역시 노벨상을 받겠다고 하였다.
마사시는 군인이 되겠다고 하였다.
마쓰야마는 가난한 농군의 아들이었지만 공부를 잘하여 수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마사시는 사쓰마 무사의 후예로써 운동을 매우 잘 하였다.


마사시는 전 일본 학생 검도 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고, 학교에서 배우는 유도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릴 때부터 오끼나와에서 온 친척에게 가라테의 비급을 배워 맨손싸움에서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셋이서 오사카의 거리를 걸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오던 청년 세 명과 어깨가 부딪쳤다.
“야,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거냐?”
청년 둘이서 시비를 걸었다.
험악한 인상의 야꾸자들이었다.
겁이 난 히로시와 마쓰야마는 길 한쪽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
 “댁들이 먼저 부딪쳤지 않습니까?”
마사시가 대꾸하였다.
“뭐? 이 새끼 봐라.”
욕과 함께 야꾸자 한 명이 마시시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마사시가 가볍게 피하며 상대방을 밀쳐냈다.
상대는 길 위에 고꾸라졌다.
또 한 명의 야꾸자가 주먹을 연달아 휘두르며 마사시에게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마사시가 주먹을 손으로 막아내면서 돌려차기로 상대의 허리를 가격하였다.
역시 상대는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넘어졌던 야꾸자들이 일어나면서 품에서 단도를 빼어들었다.
“야, 그만들 해.”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지켜만 보던 한 명의 야꾸자가 외쳤다.
“보아하니 학생들 같은데 미안 하네 내가 사과하겠네.”
칼을 뺐던 야꾸자 두 명은 칼을 다시 품속에 넣고 경직된 자세로 부동자세를 취했다.
마사시가 미안해하며 사과를 받았다.
“아 아닙니다. 저희도 조심을 했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야 가자.” 세 명의 야꾸자는 길 저쪽으로 사라져갔다.

(계속)

┃꼬릿글 쓰기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