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강순기 4 )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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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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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 (강순기 4 )
2017-04-18 오전 9:45 조회 3675추천 3   프린트스크랩


청자들은 먼저 종이로 정성껏 싼 다음 다시 짚으로 꼼꼼히 쌌다.
이것을 새끼를 꼬아 만든 바구니에 넣어서 나귀에 실었다.
바구니의 빈 공간은 짚 덤불로 꽉꽉 채워서 바구니가 땅에 떨어지더라도 청자에겐 전혀 흠이 가지 않도록 했다.
나귀 수십 마리가 일렬로 행진을 시작했다.
 나귀 몰이꾼들이 중간 중간에 서고 옆과 앞뒤에는 칼과 활로 무장한 호송꾼들이 대열을 에워쌌다.


공암을 지나자 마라구 고개가 멀리 올려다 보였다.
그 너머는 순기에게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 너머는 순기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옛날이야기에서 들은 삼국지의 촉한만큼이나 신비스런 고장이었다.
화려한 공주 목의 저자거리와 조금 더 간 곳에 있는 마곡사란 큰 사찰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늘 말씀을 들었다.


쉬다 가다를 반복하면서 드디어 마라구 고개 정상에 올랐다.
뭇 사람들의 발길로 반들반들 닳은 하얗게 보이는 구불구불한 소로가 내려다보이고 그 끝에 시퍼렇게 보이는 금강이 있었다.
순기의 가슴이 탁 트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보는 환희가 용솟음쳤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기분이었다.
“그래, 어서 커서 저 세상으로 나아가자. 저 세상은 나의 것이다.”


새참으로 주먹밥 한 개씩이 주어졌다.
산나물과 곁들여 먹는 주먹밥 맛이 꿀맛이었다.


고개를 내려가자 논둑길이 기다렸다.
양쪽 둑에 꿩 밥과 삘기가 지천이었다.
독골에는 많지만 사봉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삘기를 보자 순기가 주저앉아 뽑기 시작했다.
 “순기야 이놈아, 안갈 거냐?”
원배의 호통에 순기가 화들짝 놀라 뛰어서 행렬을 쫒아갔다.


마라구 강변에 다다랐다.
배를 타지 않고 왼쪽의 절벽에 난 길로 접어들었다.
사람 한두 명이 간신히 비켜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오른 쪽은 시퍼런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이고 왼쪽 역시 높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이었다.
비룡소는 여기에 비하면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호송꾼들이 조심조심 나귀를 몰았다.
순기의 손에 자기도 모르게 땀이 배었다.
맞은 편 석장리의 들판에는 따스한 햇빛이 비치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이쪽 절벽은 어두컴컴하여 아직도 겨울의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추위와 무서움에 오돌 오돌 떨면서 길을 걸었다.
다만 백사장에서 노니는 물새들과 시퍼렇게 요동치는 강물, 절벽위에 핀 붉은 나리꽃이 묘한 대조를 이루어 신비로운 경치를 이루어 주는 것이 큰 위안거리였다.


절벽 길을 따라 십 여리를 지나자 연산과 공주로 통하는 삼거리 길이 나타났다.
주막집들이 보였다.
긴장으로 뭉쳐있던 순기의 온 몸이 나른하게 풀어졌다.
모두들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
 절벽 길을 안전하게 통과한 것에 대하여 서로들 치하하며 점심을 먹었다.
어른들은 술도 한잔씩 걸치었다.
이제는 공주가 손 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고 위험한 요소는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공주의 저자거리는 화려하였다.
말로만 들었던 비단옷과 각종 먹을거리들이 풍부하였다.
원배가 순기에게 엿을 사주었다.
그 달콤함 이라니! 순기의 입안에서 한 참 동안 행복이 우물거려졌다.
단 것이라고는 봄에 진달래 꽃잎을 따 먹거나 칙 뿌리를 캐어먹던 것이 전부였던 순기에게 엿은 그야말로 생전 처음 맛보는 호사였다.


저녁때는 고깃국도 먹었다.
먹자마자 힘이 불끈 솟아났다.
매일 이렇게 먹는다면 한 달 내에 금방 커서 어른이 될 것 같았다.
집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서 커서 어머니께 고깃국도 사드리고 효도를 하자.”


원배 형이 드디어 야별초가 되었다.
당연하고 잘 된 일이었다.
돼지를 잡아서 잔치를 벌이었다.
 인근 마을의 유지들이 모두 와서 축하를 해주었다.
공주 목에서도 원배 형과 안면이 있는 별감이 찾아와서 잔치의 격을 높여주었다.


잔치를 벌인 이튿날 원배형의 가족과 순기네 가족이 함께 유성현의 온천에 다녀오기로 했다.
삽재를 넘었다.
수풀이 무성했다.
원래 삽재에는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적은 인원으로는 재를 넘지 못했다.
꼭 여러 명이 모여서 재를 넘어야했다.
도둑 골 앞을 지날 때는 도둑들이 없는 것을 알았는데도 저절로 소름이 돋았다.
도둑 골의 좁은 골짜기가 악마의 입처럼 무섭게 보였다.
순기는 복순이의 손을 꽉 잡고 걸었다.
 산딸기가 여기저기 수북이 매달려서 둘을 유혹하였다.


온천에 닿았다.
초가지붕을 얼기설기 얹어놓고 짚으로 벽을 둘러싼 온천에선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안에 들어가자 탕 가운데의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바가지로 물을 떠서 손과 발부터 끼얹었다.
물이 상당히 뜨거웠다.
물을 끼얹은 다음에 원배 형과 원배형의 아버지는 탕에 들어가셨다.
 “어이 시원하구나.”
어른들이 외쳤다.
순기는 어른들이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외치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온천을 다녀오고 나서 원배 형은 강화도로 갔다.
 큰 기둥이 빠져 나간 듯 순기의 가슴이 허전하였다.


여름에 장마가 져서 많은 비가 왔다.
사봉의 내가 불어나서 흙탕물이 세차가 흘러내려갔다.
순기는 물 구경을 하러 나갔다.
흙탕물 속으로 개 복숭아들이 떠내려갔다.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개 복숭아가 익어서 달고 말랑말랑하며 맛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딱딱하기만 하고 아무 맛이 없었다.


시간이 가면서 흙탕물이 맑아지자 병사봉 앞의 내는 멱을 감기에 아주 좋았다.
 냇물 위쪽에서 잠수하여 눈을 뜨면 물살에 밀려서 하류로 떠내려가면서 물고기들과 바닥의 자갈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꼭 새가 되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한 나절 동안 반복하였다.


어머니는 능이버섯이 나는 곳을 아셨다.
장마가 지고나면 능이버섯을 따다가 마당에서 말리셨다.
온 마당이 능이버섯으로 까맣게 뒤덮였다.


몽골군의 침략으로 사방이 뒤숭숭하였다.
경상도 전라도 까지 몽골군이 쳐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순기 네도 피난 걱정을 하였다.
“설마 이 산골까지 몽골군이 올까요?”
원배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래도 대비는 해야겠지요.”
순기어머니가 대답하셨다.
하신 상신 골짜기로 갈까 하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런데 순기가 호장 봉에서 나무를 하다가 자연석굴을 발견하였다.
호장 봉 중턱에 있는 굴인데 어른 대 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
굴의 입구가 산 쪽으로 나 있어서 아래에서는 굴이 보이지 않았다.
여차하면 석굴로 피난 가기로 하고 이부자리와 양식을 갖다가 쌓아놓았다.


자기소도 문을 닫기로 하였다.
자기소의 마지막 정리를 하려고 원배어머니와 순기어머니가 자기소로 향했고 순기와 복순이도 따라나섰다.
 바로 그 때에 몽골군 수백 명이 밀목재를 넘어 학봉으로 들이닥쳤다.
길을 잘 못 들어서인지 아니면 지름길을 택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몽골군들의 눈에 큰 건물인 자기소가 보였다.
“저건 무슨 건물일까?”
몽골군들이 자기소로 난입하였다.
 몇 개 안 남은 자기들을 약탈한 그들은 자기소에서 서성거리는 복순이를 보자 끌어올려 말에 태웠다.
복순이가 울부짖었다.
순기가 옆에 있던 몽둥이를 들고 쫒아갔으나 말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어서 뒤따라오던 수십 명의 몽골군에게 순기가 몽둥이로 맞섰으나 아직은 역부족이었다.
몽골군이 휘두른 철퇴에 맞아 순기는 기절하였고 기절한 순기를 몽골군이 들어 올려 말에 태웠다.
 길바닥에 순기가 신었던 짚신 한 짝이 떨어져 뒹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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