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이원배 1)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짜베
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탐라( 이원배 1)
2017-04-11 오전 10:44 조회 2801추천 5   프린트스크랩


원배는 병사 골 초입으로 들어섰다.
다락논의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왼쪽의 자기소 가마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논두렁의 이슬을 헤쳐 가며 산길로 올라섰다.
허리쯤 닿는 잡목 숲에 난 작은 오솔길을 지나자 골짜기가 나타났고 골짜기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병사 골은 골이 깊지 않아 많은 물이 흐르지 않았다.
이 물 조차도 가뭄 때에는 바싹 마르기가 일쑤였다.
골짜기 위에 반들반들 닳은 바위가 보였다.
자기소의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는 바위였다.
소나무 가지를 꺾어 바위에 놓고 그 위에 올라타면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미끄럼 바위를 지나 더 올라가자 사봉 동네가 보였다.
원배가 사는 동네였다.
원배네 집 옆에 순기의 집도 보였다.
강 순기는 이제 열 살 이었다.
여덟 살 때 사봉으로 이사 왔으니까 이사 온지 두해가 지나갔다.
순기는 원배가 학봉에서 가르치는 무술모임에 열심히 참여해왔다.
본국검법을 제법 야무지게 시연하고 수박 기술도 점점 자리가 잡혀가고 있었다.

골짜기 위에 난 길을 올라가자 짙은 밀림이 앞을 가로막았다.
으름과 다래덩굴이 교목들을 감고 올라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였다.
원배는 으름과 다래를 따서 새벽 허기를 달래었다.
말랑말랑 잘 익은 다래는 무척 달았다.
 작은 씨가 입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신선한 향내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잘 익은 으름은 다래보다도 더 달았다.
흰 죽처럼 미끈미끈한 과육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으름은 맛은 좋은데 씨가 많은 것이 단점이었다.
으름을 먹을 때에는 씨를 잘 뱄어내야 했다.
잘 못해서 씨를 씹으면 아리고 쓴 맛에 “에 퉤퉤”하고 입안의 으름을 뱉어내야 했다.

어두컴컴한 밀림을 벗어나 산등성이에 올라섰다.
눈앞에 상신과 하신 동네가 보였다.
상신과 하신에서는 감이 많이 나왔다.
전에 동네잔치를 할 때 상신에 가서 감을 한 지게 사왔던 기억이 났다.
뒤로 돌아서자 호장 봉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오른 쪽으로 도덕 봉이 보였다.

도덕 봉을 보고 원배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도덕 봉 기슭에 산적들의 산채가 있었다.
산적 두목은 박 상도였다.
신라가 망하고 나서 서라벌에 살던 많은 실력자들이 고려의 억압을 피하여 각 지방으로 흩어졌다.
이 계룡산 일대에도 신라 유민이 모여들어 일부는 절의 스님이 되고 일부는 박 상도의 선조처럼 산적이 되었다.
산적들은 깊은 산중에 본거지를 두고 곳곳의 여염집을 사들여 비밀 안가로 삼아 정보파악과 이동시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었다.
산적들은 각자의 본거지 부근 마을은 건드리지 않고 서로의 영역이 겹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부촌을 먹이 감으로 삼았다.

박 상도는 청주의 부촌을 털기로 계획을 세웠다.
청주는 속리산의 화적떼하고 영역이 겹치는 곳이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관군의 추적을 회피하기에 좋은 점이었다.
 속리산의 화적떼 외에도 아산만의 수적들이나 여러 군소의 도적들이 청주를 노리기 때문에 털이에 성공만 하면 추적을 당할 염려가 거의 없었다.

수십 명이 이동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꺼번에 몰려다니면 검문에 걸리기가 쉬워서 서너 명씩 이동하게 되는데 후미진 산을 넘을 때에는 다시 일행이 모여야 했다.
그냥 서너 명만 산을 넘다간 그곳의 산적에게 걸려 산적이 산적에게 털리는 웃지 못하는 일도 간혹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청주부근의 안가에 머물면서 동태를 살폈다.
곡창지대인 미포평야가 펼쳐져 있는 청주에는 쌀 부자들이 많았다.
대궐 같은 기와집들이 수십 채가 넘었다.
청주목사 부근은 아무래도 경비가 삼엄할 것 같아 약간 변두리의 집을 노렸다.
안가에 숨겨두었던 무기들을 챙기고 모두 복면을 한 다음 목표한 집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침입은 성공이었다.
하인들이 많았으나 무장한 밤손님들을 보고는 모두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 값나가는 패물이나 은병, 해동통보, 비단 등을 챙겼다.
쌀은 많이 있지만 무게가 무거워서 가져갈 수가 없었다.
재물을 탈취하여 모두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 순간 화약통 하나가 집안에서 터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나고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
 
(계속)

┃꼬릿글 쓰기
초록별진풍 |  2017-04-12 오전 7:56: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서라벌과 계룡산 ‥  
youngpan 초록이 별은 아직도 씩씩하군요!! 올만입니다..
짜베 |  2017-04-12 오전 11:16: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삼별초와 원자폭탄이 얽힌 기나긴 이야기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팔공선달 |  2017-04-12 오후 12:25: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에 오셨네요. 천천히 따라가도 되죠.? ^^  
짜베 반갑습니다 그저 상상속에서나 삶의 위안을 찾고 있었습니다.
재너머집 |  2017-04-16 오후 9:24: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상신리, 하신리... 무대가 영산 계룡산이군요 . 기대됩니다 ~^^  
짜베 반갑습니다. 저의 집이 동학사 입구 박정자 삼거리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헐리고 공원이 들어섰지요.
youngpan |  2017-04-18 오후 3:27:5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수한 한국무협!!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